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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칼럼] 오랜지

사진: Unsplash의 Clémence Taillez

윤석열 대통령의 넥타이 색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며칠 전 네덜란드 국빈 초청을 받고 비행기 트렙에 올라 손을 흔드는 윤 대통령의 넥타이 색은 오랜지 색이었다. 아마도 비서진들이나 참모진들이 오랜지 색을 골라 드렸는지도 모르겠다. 참 잘 선택했다. 사실 네덜란드는 <오랜지 공화국>이다. 그래서 나라의 모든 것은 오랜지 색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나오는 선수들은 모두 오랜지 색으로 통일되었다. 그뿐 아니다. 농구 선수, 배구 선수 등 모든 국제 무대의 선수들은 오랜지 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오랜지 군단>이라고 부른다. 사실 지금의 빌럼 알렉산도르 왕도 어머니 베아트릭스 여왕의 아들로서 오랜지 왕가의 후손이다. 나는 지금 알렉산도르 왕의 할머니였던 율리아나 여왕 시절에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했다. 물론 국왕은 정치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국가의 상징이자 나라의 어른으로서 네덜란드를 대표하고 있다.

17세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독립운동, 독립투쟁의 기간이 있었다. 이때 스페인과의 독립운동가 중에 <윌리엄 오랜지(Willem Van Oranje) 장군>이 있었다. 그는 스페인 군대를 물리치고 드디어 네덜란드에 독립을 안겨 주었다. 우리식으로 하면 독립투사로서 스페인을 물리친 영웅인 셈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오랜지 장군을 국왕으로 추대했고, 국왕으로 등극한 오랜지 왕은 “오랜 세월 동안 가톨릭의 위선과 타락, 그리고 그 영향권에 벗어나야 한다”고 선포하고 “칼빈과 칼빈주의 사상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오랜지 왕국 즉 네덜란드 왕국은 국민의 신앙과 생활에 칼빈주의 사상을 실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이에 발맞춰 네덜란드는 오랜지 국왕이 칼빈주의 사상으로 국가를 이끌겠다는 선포로 개혁주의 교회(Gereformeed Kerk)가 가장 발달하고 있었다. 또한 칼빈주의 신학자는 말할 것도 없고 법학, 경제학, 예술가들도 칼빈주의적 세계관으로 걸출한 지도자가 나왔다. 그래서 1618~1619에 어촌인 도르트레흐트(Dordrecht)에 당시로서 세계 최대, 최고의 국제 기독교 대회가 열렸다. 이를 우리는 <돌트총회>라고 한다. 당시는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영국 등에서 온 100여 명의 최고의 신학자들이 모여 6개월 동안 하루 3번씩 회의를 했었다. 물론 그 회의는 네덜란드 국회의원 수십 명이 입회했고, 상당수의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회의를 했다. 그때 채용한 칼빈주의 5대 교리의 첫 글자를 정리하여 <TULIP>이 되었고, 이것은 네덜란드의 국화(國花)인 튤립으로 상징되었다.

장장 6개월 동안 걸쳐 전 세계 신학자들이 연구 토의한 결과(당시 미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돌트 총회의 핵심은 칼빈의 종교개혁의 신앙에 따라 ‘인간은 자신의 죄악으로 말미암아 전적으로 부패했고, 전적 타락(Total Depravity)했음으로 인간은 자기 스스로는 구원에 이르는 방도가 없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Sola Gratia) 구원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를 인간은 결코 항거할 수 없다(Irresistible Grace)’라고 했고, 돌트 총회는 이것이 <개혁교회의 핵심>이라고 선포했다. 그 후로 <칼빈주의 5대 교리>는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핵심교리로 자리 잡았고, 그것이 성도들의 삶의 내용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18세기와 19세기에 <계몽주의> <합리주의> <과학주의>가 들어옴으로 유럽 전체는 성경비평학과 자유주의 물결이 범람하여 <불란서 혁명>이 일어났다. 그래서 유럽은 <진화론>과 <맑스주의>에 기울어졌고, 네덜란드도 정치적으로 좌파가 장악하고 신학적으로 자유주의가 창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목사가 나타나 1880년 10월에 영역 주권 사상(Souvereniteit van Eegen Kring)을 발표하고, 세속화된 개혁교회를 다시 한번 더 개혁하게 된다. 그는 25세에 신학박사가 되고 26세에 시골 교회 목사가 되었으나 철저히 칼빈주의자가 되어 우트레흐트 중앙교회 목사가 되었다. 그리고 33세에 암스텔담 왕궁과 맞붙은 <새 교회> 담임 목사가 되어 불꽃 같은 메시지로 <교회개혁> <사회개혁> <정치개혁> 등 삶의 전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자고 외쳤다. 그는 대 목회자요, 대 설교자요, 수상으로 대 정치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거대한 자유주의 물결을 차단하고, 50년 동안 네덜란드를 이끌어 갔다. 그는 당시에 유행하던 <국가 절대주의> <맑스주의> <진화론> 사상에 도전해서 하나님 중심, 성경 중심의 세계관을 삶의 전 영역에 뿌리내리게 했다. 그는 정치, 경제, 문화, 법률, 예술, 학문 등 ‘모든 영역에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 되게(Pro Rege)’하려고 했고, 그는 <교육>을 통해서 세계관을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어 나라를 새롭게 했다.

이번에 윤 대통령께서 네덜란드로 국빈방문을 통해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국왕과의 만찬에서 하멜과 벨트브레, 히딩크를 언급한 것이 좋았다. 그러면서 1907년 헤이그 밀사로 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순국한 <이준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어떤 이는 이준과 카이퍼가 만났다는 사람도 있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1907년은 카이퍼가 수상을 끝내고 여전히 <A.R.P 정당의 총재>로 있었고, 그가 주필로 있는 <스텐다드 지> 논설에 <슬픈 Corea>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봐서 카이퍼는 독립운동을 위해 애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이준(열사)을 동정하는 기사를 낸 것 같다.

바라기는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와의 경제 협력도, 기술 협력도 중요하지만, 네덜란드를 개혁함으로 작고도 강한 나라로 만든 카이퍼의 칼빈주의 사상도 배워왔으면 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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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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