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년 전 가장 멀리서 아기 예수님을 만나러 온 사람이 있었다. 마태복음 2장에 나오는 “동방으로부터” 온 “박사들”이다. 먼저 그들에 관한 오해를 풀고 그 정체를 알아보자.
동방 박사에 관한 오해
그들은 세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이 가져온 보배합에 황금, 유황, 몰약 이렇게 세 가지 예물이 있었기 때문에 세 사람으로 추정될 뿐이다(마 2:11). 중세시대 만들어진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캐스퍼, 발타자르, 멜키오르였고 그중 한 사람은 에티오피아 사람(흑인)이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이 예수님을 만난 시점은 베들레헴 마구간 구유 위에 예수님이 강보에 싸여 있었을 때가 아니다. 수년 뒤 베들레헴 집에 어머니 마리아와 머물러 있던 때다(마 2:11). 나중에 헤롯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 때를 기준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인 것은 아기 예수님이 많게는 두 살 정도가 됐을 때라는 걸 증명한다(마 2:16). 아기 예수님 탄생을 보여주는 연극 무대에서 동방 박사는 시간이 흐르고 배경이 바뀌고 나서 등장해야 맞다.
그들은 ‘왕’이 아니었다. 새 찬송가 116장, “동방박사 세 사람”의 원래 제목은 “We Three Kings of Orient Are”이다. “박사”(μάγος)는 “wise man”, “magician”, “Magi”로 번역되나 “king”(‘왕’)으로 번역되지는 않는다. 70인 역에서 이 단어는 다니엘서 2장 2절과 10절에 나오는데, 모두 왕이 아니라 왕을 위해 일하는 “술객”으로 번역됐다. 술객은 “감추어져 있는 것을 보고 해석하는 자”(אַשָּׁףּ)를 뜻한다(성경문화배경사전, “술객”).
“동방으로부터” 온 박사들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를 가리키는 극동 지역(Far East)에서 온 것이 아니다. 신약 성경이 쓰여진 시대 “동방”이 가리키는 곳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너머의 지역 곧 고대 바벨론, 페르시아가 차지했던 곳을 가리킨다. 오늘날 이란과 이라크 동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다니엘서에 등장하는 “술객”이 마태가 말한 “박사”와 같은 부류의 인물을 가리킨다면, 고대 페르시아 부근에서 온 ‘감추어져 있는 것을 보고 해석하는 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사들의 전공 분야는 ‘천문학’이 아니었다.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라는 말 때문에(마 2:2), 그들이 오래전부터 별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마 2:7), 신비로운 천문학적 계산법으로 예수님 탄생의 때와 장소를 맞힌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서 있는” 것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였다는 성경의 기록은 그들이 오래 별을 연구해왔다는 걸 증명하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동방에서 그들 앞에 별을 나타내 보이시고 예루살렘에서 다시 그 별을 보여주심으로 베들레헴 예수님이 계신 곳까지 그들을 인도하셨다는 것을 강조한다(마 2:9-10).
동방 박사에 관한 진실
동방 박사에 관한 오해를 풀어 다시 그들의 정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고대 페르시아 지역 부근에서 온 술객들로(‘감추어져 있는 것을 보고 해석하는 자’)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특별한 별을 보고 유대에 왕이 나셨다고 해석하고 그 왕을 경배하기 위해 왕에게 합당한 예물인 황금, 유황, 몰약을 준비하여 예루살렘까지 찾아온 이들이다.
그러면 어떻게 별을 보고 유대에 왕이 나실 것을 알아차렸을까? 먼저 우리는 그들보다 먼저 유프라테스 강가, 나중에 페르시아 지역이 될 땅에 살던 술객이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의 이름은 발람이다(“브올의 아들 발람의 고향인 강가 브돌”, 강: 유프라테스 강).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보고 저주를 퍼부어 달라는 모압 왕의 간청을 거절하고 하나님이 주신 말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이스라엘을 칭송했다.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오며 한 규가 이스라엘에게서 일어나서 모압을 이쪽에서 저쪽까지 쳐서 무지르고 또 셋의 자식들을 다 멸하리로다(민 24:17)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올 때 한 규(왕, 통치자)가 이스라엘에서 나오는 것을 본 것이다.
또한 우리는 70인 역’에 나오는 술객’이 바벨론 왕국에 엄청난 규모로 양육되고 있었음을 다니엘서를 통해 알고 있다. 그들을 지도하는 최고 지도자가 바로 다니엘이었다. 다니엘은 발람의 예언이 담긴 민수기를 포함한 모든 구약 성경의 예언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니엘 자신도 하나님의 감추어져 있는 뜻을 보고 해석하는 자로서 다음과 같은 예언을 했다.
예루살렘을 중건하라는 영이 날 때부터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곧 왕이 일어나기까지 일곱 이레와 예순 두 이레가 지날 것이요(단 9:25)
우리는 이제 다니엘의 교육을 받은 술객 중에 일곱 이레와 예순 두 이레를 계산하면서 매년 야곱에게서 한 왕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던 소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때 하나님께서 그들 앞에 특별한 별을 보내주신 것이다. 별을 보고 야곱 민족,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서 왕이 어디 나셨는지 물었던 그들은 더 구체적인 예언을 가지고 있던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통해 “유대 베들레헴”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미 5:2), 베들레헴을 향해 가던 그들에게 다시 그 특별한 별이 보여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포로가 되어 바벨론 지역에 잡혀갔다가 바사(페르시아) 왕 고레스 원년에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온 유대인이나 남아서 페르시아의 정복을 받은 이들 중 누구도(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유대 땅에 왕이 오실 것이란 하나님의 예언에 이들처럼 귀 기울이고 기대한 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대 땅 본토에서 유대인 최고 지도자, 영적 인도자로 섬기던 대제사장과 성경을 연구하던 서기관들도 메시아를 이들처럼 기대하지 않았다.
교훈
유대 땅 베들레헴에 예수님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나셨을 때, 메시아의 탄생을 기다리던 소수 유대인이 예수님을 보고 감격하여 찬양했다.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 시므온(눅 2:25), 예루살렘의 속량을 바라던 과부 안나(눅 2:38). 그리고 여기 소수의 이방인 술객이 있다. 참으로 오랜 세월 모세오경부터 다니엘의 예언까지 하나님께서 밝히신 왕의 탄생을 기다리던 몇몇이 왕의 탄생을 기뻐하며 먼 거리를 이동해 예배하는 자리로 예물을 준비하여 나아왔다. 바너 목사는 그들을 이끈 “별”의 정체는 혜성이나 유성이나 어떤 특별한 별이기보다는 “하나님의 영광”이었다고 말한다(출 16:10; 24:16-17; 33:22; 40:34). 목자들이 밤에 양을 지킬 때 그들을 두루 비췄던 것이 “주의 영광”이었던 것처럼(눅 2:9).
동방 박사들을 만왕의 왕께로 인도한 빛이 실제 별이었든 다른 별보다 더 특별하게 빛났던 하나님의 영광이었든 중요한 건 하나님께서 기다리는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예배하게 하셨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성탄절, 우리는 무엇을 혹은 누구를 기다리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들을 우리는 기억하는가? 말씀을 통해 우리를 두루 비추는 특별한 하나님의 영광을 보면서 우리는 왕께 나와 경배하는가?
조정의 | 그레이스투코리아 칼럼니스트
GTK칼럼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성경의 말씀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미국 그레이스커뮤니티교회의 존 맥아더 목사와 GTK 협력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고하는 커뮤니티인 Grace to Korea(gracetokorea.org)의 콘텐츠로, 본지와 협약을 맺어 게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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