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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남 칼럼] 로잔대회에서 제기된 현대 세계의 불의와 교회의 책임(1)

▲ 제4차 로잔대회에서 발언하는 룻 파디야 디부어스트 박사. 유튜브 채널 Lausanne Movement

룻 파디야 디부어스트 박사의 메시지와 로잔의 사과 발언을 바라보며

지난 9월말 한국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에서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신학자 룻 파디야 디부어스트 박사가 ‘예수님처럼 보냄받다: 정의를 추구하라!’라는 제목의 발언 이후, 로잔대회 본부측에서 ‘이스라엘인의 고통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과 성명발표 등 일련의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최근 본지 칼럼니스트 정형남 선교사가 디부어스트 박사 발언의 내용과 관련자들의 후속 반응과 이 논란의 의미 등을 종합, ‘룻 파디야 디부어스 박사의 메시지와 로잔의 사과 논의’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본지는 선교전문지 KMQ에 기고한 이 글을 3회로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 들어가는 말

 대한민국 인천에서 열린 제4차 로잔대회에서 많은 메시지가 선포되었다. 그들 중에는 수많은 참가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어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이도 있지만, 동시에 사과 논의를 불러일으킨 메시지도 하나 있었다. 9월 23일(월) 저녁,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신학자 룻 파디야 디부어스트(Ruth Padilla DeBorst) 박사가 “예수님처럼 보냄받다: 정의를 추구하라!”라는 제목으로 선포한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필자는 로잔대회와 관련된 글을 10월 10일에 GMS 웹진에 발표해야 해서 초안을 준비 중이었다. 그래서 디부어스트 박사를 비롯한 여러 관련된 자들의 피드백을 요청한 상태였다(10월 6일과 8일). 그러나 아쉽게도 카이로복음주의 신학대학교의 교수 앤 자키 박사로부터 10월 11일에 뒤늦은 이메일을 받았다. 이후 10월 31일에 KMQ 2024 겨울호에 발표할 글의 초안을 자키와 디부어스트 등과 공유하여 자키의 두 번째 이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날에 그들로부터 로잔 4차 대회에 참여한 팔레스타인 신학자 토니 다익의 글을 소개받았다. 필자는 본고에 GMS 웹진에 발표한 필자의 글, 자키의 이메일 두 개, 다익의 글, 그리고 디부어스트의 공개편지와 메시지 전문을 소개한 후에 이 글을 맺고자 한다.

. GMS 웹진에 발표한 정형남의 글(약간 수정)

 룻 파디야 디부어스트 박사는 1974년 로잔 1차 대회의 주역 중 하나로 역사적인 메시지를 선포하였던 르네 파디야(René Padilla)의 딸이다. 르네 파디야는 복음화가 죄 용서 이상의 것이며, 복음이 사회적 정의와 연관되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로잔 운동은 2021년 4월 27일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을 기리며, 그의 메시지가 담긴 설교 원고 전부를 다시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그의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남반구 지도자들이 세계 복음주의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자리를 잡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가 연단에 올라 설교할 때, 그는 글로벌 남반구의 희망을 함께 짊어지고 있었다.”[1]

 디부어스트 박사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정의를 강조하며, 현대 세계의 불의와 그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력히 지적했다. 그녀는 “전쟁과 폭력의 재앙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향한 무관심의 여지는 없다. 가자에서 쫓겨나 고통받는 사람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인질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자신의 영토에서 위협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 또 다른 부분에서는 “일부 세대주의 종말론의 탈을 쓴 식민주의적 신학이 억압을 정당화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상황”을 한탄했다. 그녀는 “복음주의 공동체가 보다 균형 잡힌 시각과 정의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9월 25일(수), 로잔대회의 디렉터 데이비드 베넷은 디부어스트의 메시지에 대해 공식 사과 이메일을 발표했다. 그는 그녀의 메시지 내용이 사전에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고, 이스라엘인의 고통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이 사과는 ‘유대인들을 위한 예수님’ 단체의 지도자 댄 세레드 등이 디부어스트의 메시지는 팔레스타인인의 고통만 강조하고 이스라엘인의 고통을 간과했다고 비판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2] 이후 그녀의 메시지 영상은 삭제되었다.

 9월 25일(수), 디부어스트는 공개 서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히며, 세대주의 신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그 입장을 취하는 이들을 비판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대신에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불의를 저지르기 위해 사용하는 신학적 논리를 지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는 가자 지구와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이것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특별한 책임을 지닌 현재의 정의 문제임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하마스의 공격이 혐오스럽고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동시에 팔레스타인인의 오랜 고통이 최근의 사태로 더욱 심화되었음을 지적했다. 그녀는 그들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많은 복음주의자가 비판 없이 이스라엘만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녀는 “앤 자키 교수가 분명히 도전한 것처럼, 우리가 침묵하지 않고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며, 우리의 차이 속에서도 겸손하게 존중하는 대화를 나누어 함께 깨어진 세상에서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그의 서신을 마무리하였다.

 9월 27일(금), 중동 교회 지도자들이 베넷을 비롯한 로잔의 여러 지도자를 만났다. 그 현장에 있었던 조샘(전, 인터서브 한국 대표)은 이렇게 전한다. “내가 놀란 것은, 그들의 정직함, 예의, 그러나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진정성이었다. 특별히 이집트인 앤 자키의 나눔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파워가 있었다. 늘 걸러서 이도 저도 아닌 메시지가 익숙해진 한국인으로서, 이런 예언자적 메시지는 오랜만에 듣는 신선함이었다.”[3] 베들레헴 성경 대학[4] 총장인 잭 사라는 베넷이 대회의 디렉터로서 디부어스트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이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의 목소리를 묵살했다고 비판하며 깊은 실망을 표했다. 그는 로잔 운동이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과가 오히려 공동체 내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5] 또한 국제 복음주의 학생 연합회의 총무인 팀 아담스는 로잔 운동의 사과가 이 운동의 본래 정신에 반하며, 오히려 더 큰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로잔 운동이 다양한 신학적 관점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과가 특정 발언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중요한 문제들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6]

 9월 28일(토) 오전, 이번 대회가 끝나기 직전에 베넷은 모든 참가자에게 디부어스트의 공개편지를 이메일로 보냈다. 그는 “이번 주에 많은 중요한 대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대화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했고,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가족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환영하고 참여시키는 로잔의 유산에 대한 재헌신으로 이어졌다… 겸손과 치유에 대한 희망으로, 나는 이러한 대화가 계속되어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로 우리가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보여줄 수 있기를 기도한다”라고 말하면서 이번 논의가 공동체 내에서 더 깊은 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조샘은 “잘못을 인정하는 힘, 그리고 그것을 화해로 연결하려는 노력, 이는 복음주의자들이 그토록 강조해 온 회심이 아니던가?”라며 감격했다.[7] 때가 되자, 그동안 잠시 막았던 디부어스트의 메시지 영상물도 다시 열렸다.

 9월 30일(월), 디부어스트는 그녀의 페북에서 이러한 갈등, 고통, 민감성 속에서 세 가지를 다시 한번 확신한다고 하였다. “1) 다양한 의견, 관점, 그리고 평가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시급하다. 2) 다양한 불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데 있어 인내하는 것이 절실하다. 3) 특히 우리가 공모자가 되는 불의에 맞서야 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국가의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행동을 무조건 지지하는 많은 복음주의자의 태도가 그것이다. 설령 몇몇 권력에 흔들리고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있더라도 말이다.”

 필자는 디부어스트의 메시지가 일부 극단적인 세대주의 종말론의 문제점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잘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레드가 언급한 것처럼 그녀가 이스라엘인의 고통도 또한 충분히 다루었더라면, 혹, 사과 논의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필자는 로잔대회의 MENA(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모임에서 유대인 형제들과 아랍인 형제들이 함께 교제하는 모습을 보며, 그 둘 다 “온 이스라엘”(롬 11:26, 개혁자 루터와 칼빈의 해석)의 일원으로서 우리 주님 앞에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금 느꼈다. 로잔에 참여한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은 각각 “유대인의 충만한 수”(롬 11:12)와 “이방인의 충만한 수”(롬 11:25)의 대표들이다.[8] 디부어스트의 메시지와 그 이후의 대화는 우리가 복음 안에서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정의와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데 얼마나 많은 도전과 과제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계속>


[1] https://lausanne.org/best-of-lausanne/the-late-rene-padilla-and-the-speech-that-shook-the-world

[2] https://sojo.net/articles/news/speech-justice-criticized-israel-global-evangelical-conference-apologized

[3] https://www.facebook.com/sammycho2

[4] 룻 파디야 디부어스트 박사는 베들레헴 성경 대학교가 개최하는 <2024 검문소에서의 그리스도 콘퍼런스(Christ at the Checkpoint Conference)의 주 강사 중의 하나였지만, 하마스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하여 강의하지 못하였다.

[5] https://sojo.net/articles/news/speech-justice-criticized-israel-global-evangelical-conference-apologized

[6] https://www.christiandaily.com/news/lausanne-apology-about-speaker-risks-stirring-greater-controversy.html

[7] https://www.facebook.com/sammycho2

[8] 개혁자 마틴 루터와 존 칼빈, 팔머 로버트슨과 톰 라이트 등의 해석에 따르면, “온 이스라엘”(롬 11:26)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공동체이다. 이 해석의 첫 실마리는 “이스라엘에서 난 그들이 다 이스라엘이 아니요”(롬 9:6b)에서 이스라엘이라는 단어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실마리는 “온 이스라엘”(롬 11:26)은 “유대인의 충만한 수”(롬 11:12)와 “이방인의 충만한 수”(롬 11:25)의 통합이라는 점이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글, <“온 이스라엘”(롬 11:26) 연구와 대체 신학 이슈>를 보라. https://gpnews.org/archives/103486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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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남 | 전 아신대학교(ACTS) 선교대학원 교수 및 GMS 아랍권 선교사(천안장로교회 파송. since 1989). 그의 책으로 『이슬람과 메시아 왕국』CLC, 2009)과 아랍권 및 이슬람권 선교와 관련된 여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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