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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하지만 제가 너무 배가 고파요!”

사진: 원정하

어제(11/4)는 제가 사는 뭄바이에서 차로 왕복 여섯시간 거리의 ‘푸네’시에 다녀왔습니다. ‘성 크리스핀’ 고아원의 원생들에게 모처럼 닭고기를 먹이기 위해서였습니다.

성 크리스핀 고아원은 인도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모두 여성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아가 아닌 아이들도 있어서 ‘호스텔’로 불리기도 합니다. 편모가 매춘녀 또는 장애인이거나 너무 심각한 극빈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경우는 고아가 아니어도 입소를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입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 비리야니(닭고기 찜밥)’와, 절제회 전도팩(금주금연 팜플릿,+ 만화 전도책자 + 껌 세통)을 가져갔습니다. 절제회 전도팩의 경우 벌써 세 번째 주는 것이지만, 갈 때 마다 다른 만화 전도책자를 넣어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김종두 작가님의 ‘좋은소식’의 마라띠어 버전을 넣었습니다. 전에는 힌디어를 주었으니, 다음에는 영어를 주어볼까 합니다. 그러면 같은 책을 세 언어로 받는 셈이니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가 들어가자,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교통 체증으로 25분이나 늦게 도착한 저희는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겠더군요. 아이들은 칼같이 정렬해 앉아 있었지만, 기쁨과 흥분을 이기지 못해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반가웠겠지만, 바로 옆에 엄청난 크기의 ‘치킨 비리야니’ 솥단지가 몇 개나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으니까요.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아이들은 정말 산더미처럼 먹습니다. 작고 날씬한 여자 어린이가, 100kg가 넘는 저도 다 못 먹을 만큼을 퍼와서, 다 먹고 더 퍼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저러다가 큰일 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25분을 기다리게 했으니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서도 인도인들은 그냥 밥을 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꼭 저희가 무슨 공연을 보거나 꽃을 받거나 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설도 한 마디 해야 하고, 자기 소개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우리가 어떤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님에게 경의를 표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면 30분은 그냥 가 버릴 것이고, 음식은 완전히 식어버리겠지요. 분위기가 그렇게 진행될 조짐을 보여서, 제가 “아이들 배고프니 바로 식사기도 하고 밥 먹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아이들은 배고프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그렇지?” 라고 대답하시며 아이들을 쑥 둘러보셨습니다. 그러자 눈치 빠른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저희는 배고프지 않아요.”라고 했지요. 역시 군기가 잘 든 고아원이고, 또 어떻게든 저희를 높여 주려는 예의 바른 학생들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제가 바로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 배고파요!” 그러자 폭소가 터지고, 바로 식사기도 후 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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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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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고아원의 알카 선생님은 배식 중에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사실 지난 10월 25일은 우리 창립 기념일이었는데 음식이 없어서 아무 행사도 못 했어요. 8일이 지난 오늘에라도 이런 특식을 주게 되어 기뻐요!”

그리고 푸네 시에 거주하며 늘 이 아이들을 챙겨주시는 최종호&함은경 선교사님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그려보라 하니 2/3이 치킨 비리야니를 그려서 언제고 꼭 먹이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후진국에서도 고아원(호스텔)정도 되면,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겠지요. 저는 이 고아원을 운영하는 사역자도 아니고, 주기적으로 와서 돕는 선교사도 아닙니다. 그저 세 시간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역을 하는 동료 중 하나일 뿐이지요. 그래도 간간이, 토요일에 사역 일정이 없고, 빈민식사 지정헌금이 뭄바이에서 쓰고도 남음이 있을 때마다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기회를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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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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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오후에는 내륙 ‘아우랑가바드’ 지역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께 ‘땅에 쓰신 글씨’ 만화전도책자 약 2000권과 마라띠어 성경 두 박스를 전달해 드렸고, 저녁에는 존경하는 이경환 목사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 뭄바이로 돌아와서, 쓰러지듯 잠들었습니다.

이번 사역은 전액 ‘기독교 대한감리회 성동&광진 여선교회 연합회’의 지정헌금으로 집행되었습니다. 직접 돈을 벌지 않는 사람으로서, 다른 성도님들의 노동과 헌신의 대가인 헌금을 대신 집행하며, 이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이 은총이고 특권임을 고백합니다. 늘 정진하겠습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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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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