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선교사의 주님이 사랑하는 것(2)]
나는 어린시절 마을에서 동 떨어진 산너머에 있는 원두막 같은 작은 집에서 살았다. 홀로 과수원을 하던 엄마는 전기도 없는 그곳으로 추운 겨울이 지나고 복숭아 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우리 남매를 데리고 갔다.
아침에 학교를 가야해서 산길을 걸으면 풀에 맺힌 이슬로 신발이 다 젖곤 했다. 동생과 엄마가 사준 운동화가 젖을까봐 두 손에 운동화를 들고 맨발로 산길을 걸었다. 그 당시 시골은 운동화가 귀했다. 검정 고무신이 흔한 시절이었다.
지금도 가끔 산에 이슬 맺힌 좁은 길을 걷노라면 운동화를 들고 앞에 동생이 걷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시절의 하나님이 생각난다. 그 때에 나와 있던 하나님 생각에 가슴이 떨린다. 그 산길에 함께 있던 그 하나님이 보고 싶다.
한 시간이 넘게 걷는 산길은 어린 남매에게 험하고 먼 길이었다. 그 길을 주님과 함께 매일 걸어 다녔다.
“돈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믿음으로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많은 무덤과 벌레가 있는 산이 버겁고 무서워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생각을 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시고 있는 하나님의 슬프고도 따스한 눈동자를 보았다.
하나님이 위에서 두루 전부 보고 계셨다. 그 눈동자가 나를 보고 계셨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안심이 되었다. 조금 커서 알게 된 것은 그것은 엄청난 주님의 은혜였다.
‘하나님이 보고 계시면 그것으로 괜찮습니다’
하나님이 아빠처럼 나를 보호하시고 지켜주셨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비밀처럼 나를 위해 있는 하나님이 참 좋았다.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이가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이사야 43:1)
아빠 되신 하나님이 너무 좋았다. 그 하나님께 기쁨이 되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좋아하실까? 이것 저것 열심히 일하면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하나님의 마음을 잘 몰랐던 것이다.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을 잘 알고 싶다고 기도했다.
하나님이 마음 아파하는 자를 같이 보자고 하신다. 주님이 마음 아파하며 사랑하는 자들을 함께 사랑할 자가 필요하다고 하신다. 그들 편에 함께 설 자를 기다리고 계셨다. 이젠 주님이 내가 필요하다고 하신다.
나를 위해 있는 하나님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을 위해서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나도 동일하게 사랑하고픈 이 소망으로 사는 것이 참 기쁘다.
주님의 자녀로 주시는 혜택을 누리는 삶보다 주님의 친밀한 신부로 더 좋은 소망을 사모하는 자로 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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