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HRC,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 강제 개종 및 결혼 제도 등 개선 및 폐지 촉구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파키스탄에서 허위 신성모독 고발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파키스탄의 가혹한 신성모독법의 폐지 또는 개정을 촉구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UNHRC는 허위 신성모독 혐의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으로 이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국제인권규약(ICCPR) 요구 사항에 따라 법률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유엔 회원국 4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이 같은 권고가 즉각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투자 감소나 외교적 비판, 제재 강화 등으로 이어질 경우 실효성을 높일 수도 있다.
UNHRC는 지난 11월 7일 발표한 파키스탄에 대한 두 번째 정기 보고서에서 사형을 포함한 중형을 규정한 파키스탄 형법 295조와 298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법들은 특히 종교적 소수자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UNHRC는 “신성모독 혐의로 수감된 사람들의 증가, 허위 고소에 근거한 신성모독 사건의 증가,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폭력, 법적인 절차나 사법 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정의를 집행하려는 자경단식 정의 구현, 특히 사이버 범죄법 하에서 온라인 신성모독 혐의로 젊은이들이 함정에 빠지는 혐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 범죄법 사용 중단 요구
UNHRC는 2016년 제정된 전자범죄예방법(PECA)과 같은 사이버 범죄법을 이용해 온라인 신성모독 혐의를 기소하고 구금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사이버 범죄법과 관련한 신성모독법 남용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촉구하며, 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UNHRC는 “형사 명예훼손법, 신성모독법, 반역법, 반테러법 그리고 최근에 통과된 다른 법률들이 언론인, 인권 옹호자, 소수 민족 및 종교적 소수자 등 특정 집단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NHRC는 파키스탄 정부에 신성모독 혐의나 종교적 범죄 혐의를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구금 상태에서 여성 수감자들에 대한 학대, 특히 성폭력 및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장기간 독방에 갇히는 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2020년 9월, 기독교인 여성 샤구프타 키란(40)은 소셜 미디어(SNS) 왓츠앱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내용을 공유한 혐의로 2021년 7월 29일 체포됐으며, 신성모독법 제295-C조항에 따라 기소돼 2024년 9월 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는 2021년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에서 5200명 이상의 여성이 성폭행을 신고했으며,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기독교인 여성 아시아 비비는 2010년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8년간 독방에 수감됐으며, 2018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폭력적 군중 사태
UNHRC는 파키스탄에서 종교적 소수자들에 대한 폭력과 위협, 그리고 그들의 예배 장소 파괴가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를 지적했다. 이사회는 종교적 소수자들에 대한 보호와 이들에 대한 범죄에 대한 책임 부족을 지적하며, 파키스탄이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을 예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UNHRC는 특히 “파키스탄은 신성모독 혐의를 받은 사람들, 특히 경찰 구금이나 수감 중인 사람들에 대한 폭력적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이러한 공격을 조사하며(군중 폭행 및 살인을 포함), 모든 가해자를 기소, 유죄 판결, 적절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신성모독 혐의를 근거로 폭력이나 허위 혐의를 제기하는 모든 이들을 법정에 세우고 적절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4년 9월, 발루치스탄주 퀘타의 캔톤먼트 경찰서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구금 중이던 무슬림 남성 압둘 알리가 경찰관 사드 칸 사르하디에 의해 총격으로 사망했다. 또 2023년 8월에는 펀자브주 자란왈라에서 두 명의 기독교인 형제가 신성모독 혐의를 받자, 수천 명의 무슬림 폭도들이 25개 이상의 교회와 85채의 기독교인 가옥을 약탈하고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강제 개종 및 결혼
UNHRC는 특히 종교적 소수자 여성과 소녀들을 강제 개종 및 강제 결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이사회는 “정부는 남성과 여성의 최소 결혼 연령을 예외 없이 전국적으로 18세로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사회는 “종교적 소수자 소녀들을 납치해 폭력 위협 하에 결혼 및 개종을 강요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강간, 인신매매, 기타 성폭력에 노출되는 사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사건에 대한 광범위한 처벌 면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사회는 “피해자들은 조사 기간 동안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납치범과 함께 지내거나(조직 범죄 단체의 구성원을 포함) 부적절한 대체 시설에 배치돼 추가적인 착취와 학대의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12월, 15세 기독교인 소녀 시타라 아리프는 60세 무슬림 남성 라나 타이야브에 의해 납치돼 강제 개종과 결혼을 강요받았다. 시타라는 무슬림 공립학교 교장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중 이러한 피해를 입었다. 올해 4월에는 13세 기독교인 소녀 사니아 아민은 펀자브시 안조타르에서 납치돼 강제 결혼을 당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되찾기 위해 법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UNHRC는 파키스탄이 이러한 강제 개종과 강제 결혼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법적 틀과 집행 메커니즘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언론 자유 및 표현의 억압
UNHRC는 2021년 제정된 언론인 및 미디어 전문가 보호법의 채택을 언급하면서도 언론인 및 인권 옹호자들에 대한 강제 실종, 고문, 살해, 위협, 괴롭힘 사례가 자주 보고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사회는 파키스탄 정부가 이러한 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기소하며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3년 10월 31일, 파키스탄 비영리 단체 프리덤네트워크는 지난 2년간 11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고 보고했다. 또한 2023년 5월, 야권 성향의 언론인들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BOL TV 소속 저명 언론인 사미 아브라힘은 괴한들에 의해 납치돼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또한 인터넷 차단과 SNS 플랫폼 및 온라인 콘텐츠를 차단하는 빈번한 사례에도 우려를 표하며, 언론인 및 인권 옹호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형사법 및 반테러법이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시위와 같은 사회적 불안을 이유로 2021년 4월 16일, 페이스북, 트위터, 왓츠앱, 유튜브, 텔레그램 등 주요 SNS 플랫폼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바 있다.
사형제와 종교적 박해
UNHRC는 30개 이상의 범죄에 대해 사형을 규정한 파키스탄 법률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여기에는 신성모독과 같은 비폭력 범죄도 포함된다. ICCPR에 따르면, 사형은 가장 심각한 범죄에만 적용돼야 하는데, 파키스탄은 신성모독 혐의에도 사형이 적용돼 이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2024년 오픈도어 선교회의 기독교박해국가순위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7위를 기록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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