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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고정희 칼럼] 복음이 실제 된다는 것

unsplash의 Yusheng Deng

일본은 교통비가 좀 비싸다. 그래서 도시에서 도시로 긴 시간 이동할 때는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버스는 밤새도록 달려 이른 아침에 도착한다. 한국에서 와서 2주간 함께 먹고 자며 복음을 나누던 선교사님 두 분이 오사카 일정을 마치고 요코하마로 이동하게 되었다. 심야버스로 가기로 결정하셔서 티켓을 예매했다. 우리 부부는 아직 심야버스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마음에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오전에 조선(우리)학교에 가서 땅 밟기를 하고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조금 일러서 심야버스 타는 장소에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티켓은 며칠 전 교회 유우코상이 예매해 주었다. 그러고는 남편에게 영수증을 주면서 텐노지에 있는 아베노역 이라고 했단다. 남편은 내게 버스정류장이 아베노역에 있다네 말하기에 난 ‘아베노바시역인데’ 생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은 유우코상이 아베노역이라고 했기에 따로 있다고 생각을 했단다. 이 작은 생각 차이로 우리는 거의 두 시간을 헤매었다. 번화가라서 차도 많고 한번 들어서면 유턴도 안되기에 같은 길을 몇 번이나 돌고 돌았다. 뒤에 조용히 타고 있는 선교사님 두 분도 이렇게 애써서 어떡하냐고.

남편은 내려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가게에 들어가서 심야버스 타는 곳을 물었지만 왜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운전을 하는 남편 얼굴이 자꾸 살펴진다. 몇 번째 같은 길을 돌면서 난 장소가 어디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을 할 수가 없다. 내 속에서 한동안 잊고 지내던 감정들이 슬며시 자리를 잡는다.

장소를 못 찾아서 긴 시간 헤매고 있는 남편 감정을 걱정했지만 내 마음에 남편을 계속 부정하며 남편이 언제 화를 낼지 기다리고 있는 내 중심을 보았다. 이런 상황이 되면 남편은 내가 장소를 알 것 같다고 말해도 화가 있고, 말하지 않으면 왜 빨리 말하지 않았냐고 화가 있었기에. 그 불안감이 나를 더 조마조마하게 했다. 서로 너무 지쳐갈 때 남편은 한 번만 더 묻고 오겠다며 차를 세우고 뛰어갔다.

난 두 선교사님에게 내 속에서 싸우고 있는 감정을 드러내었다. 내 안에 예수님이 계신데 여전히 죄의 종노릇하며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금 나는 예전의 남편을 떠올리며 부정하고 판단하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조금 뒤 남편은 장소를 알았는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뛰어오고 있다. 나는 남편에게 고백했다. 당신을 믿어주지 못하고 언제나 부정하고 무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도 당신이 화를 낼까 봐서 조마조마했다고.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 그러네…… 이런 상황이 되면 긴장과 초조함으로 화가 있었는데…… 화가 안 났네’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한 것도 아닌데 물고기가 물속에 있는 것이 자연스레 당연한 것처럼 전혀 화가 없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아내의 고백이 기쁘다고 한다.

사실 남편은 최근 교회에서 복음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통역을 하며 총체적인 복음 앞에 다시 섰다. 아침부터 종일 통역을 하며 최선을 드렸지만 내심 무언지 서운했단다. 아내도 성도들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충만한데 자신한테는 특별함이 없는 것 같았단다. 그 마음을 읽으신 하나님은 남편에게도 은혜를 느끼게 해 주고 싶으셨나보다.

그렇게 선교사님을 보내드리는 마지막 날에 예고도 없이 복음 앞에 세우셨다. 남편을 너무 잘 아시는 하나님은 자주 넘어졌던 상황과 조건을 만드셔서 복음 앞으로 부르셨다. 이것은 내게도 동일한 부르심이었다. 하나님은 테스트하며 합격, 불합격을 주고자 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남편이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알게 하고 싶으셨던 거다.

남편은 늦은 점심을 향해 운전을 하는 내내 조용히 울고 있었다. 실제가 된 십자가 복음이 너무 감사해서. 이 모든 상황이 주로부터 나온 사랑이라서.

다음날 아침 두 선교사님이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온 김치를 먹으려고 꽁꽁 싸맨 랩을 풀었다. 냄새나지 말라고 얼마나 싸고 싸셨는지 풀어도 풀어도 계속이다. 랩을 푸는데 갑자기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전날 심야버스에 타고는 방긋 웃는 두 선교사님 얼굴이 눈앞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렇게나 그리울 수가 없다. 그 안에 계시는 예수님이 너무 보고 싶다. 십자가 사랑을 놓고 가셨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 2:20)

하늘에 계신 하나님! 내게 주신 십자가 복음이 너무 감사해서 이 땅에 왔었습니다. 내 안에 예수님이 사심이 그저 좋아서 예수님이 바라보는 것을 함께 보았습니다.

주님은 우리 민족(조총련)을 바라보시며 이들을 사랑한다고 함께 사랑하자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조선의 영광은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움으로 기뻤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의가 점점 강해져서 입은 옷이 무겁다고 지쳐 주님을 원망합니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것이 너무 벅차서 더는 갈 수가 없다고. 이제는 못 가겠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늘 나의 최선이 탐심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맺힌 죄의 열매는 병든 자아가 되었습니다. 미워했습니다.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 바다의 모래를 셀 수 있나 보라 하시고 네 자손이 이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하고 그저 믿음을 드렸을 때 하나님의 의를 입었다고 하셨습니다. 나도 하나님의 의를 입고 싶습니다.

나의 고난은 조총련 선교사라서가 아닙니다. 믿음 없음이 고난입니다. 십자가 복음을 기뻐하지 못함이 고난입니다.

하나님을 간절히 찾고 바라며 십자가 복음 앞에 다시 나아갑니다.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복음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순간순간마다 십자가 복음을 믿음으로 드리고 신뢰하며 누리겠습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그 곳 안에 그저 거하기를 기도합니다.

내게 생명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이가 잠깐 고난당한 너희를 친히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리라 (벧전 5:10)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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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 사랑은 여기 있으니(나침반,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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