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 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 딤전4:12
26명의 죄수들은 유죄 판결과 사형 언도를 받은 뒤에 조잡하게 만들어진 십자가들이 나란히 서 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혐의로 3개월 전에 도 쿄에서 체포된 그리스도인들이었다. 그중에는 이바라기 쿤이라는 소년도 있었다.
그때 관리 한 사람이 쿤의 나이가 어린 것을 보고 그를 대열에서 제외시킨 뒤 설득하 였다. “얘야, 너는 아직 나이가 어리니 신앙을 부인하고 목숨을 건지는 게 어떻겠니?” 그러자 쿤이 관리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그것보다는 나리께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와 함께 천 국에 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 관리는 어린 소년의 신앙에 감탄하여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침내 쿤이 물었다. “나리! 어떤 것이 제 십자가인가요?” 당황한 관리는 26개의 십자가 중에 가장 작은 것을 가리켰다. 그러자 쿤은 자기 십자 가로 달려가더니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끌어안았다. 그리고 마침내 병사들이 소년의 손 과 발을 십자가에 못 박기 시작했을 때 소년은 단 한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그 는 하나님께서 펼쳐주신 길로 담대하게 걸어갔다. 1596년 11월 23일, 스물여섯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십자가에 달려 순교한 이 사건은 일본 기독교의 혹독한 박해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70년의 세월 동안 거의 1백만 명에 달하는 일본의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을 지키기 위해 순교했다. 그 가운데 많은 그리스 도인들이 12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영적으로 누구보다 성숙했던 쿤을 따라 자기 십자 가를 꼭 껴안고 죽음을 맞이했다.
얼마나 오래 신앙생활을 했느냐는 영적인 성숙도와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영적인 성 숙도는 어느 날 한 번에 측정된다. 우리의 믿음을 생활에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 하는 것에 따라 성숙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적인 성숙도는 대중들의 통념과 달리 성경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것과 도 무관하다. 성경에 대해 잘 알면서도 영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영적인 성숙도를 나타내는 진정한 표지는 바로 성경의 명령에 얼마나 철저 하게 순종하고 이느냐 하는 것이다.
(출처:주를 위해 죽다(2010), 규장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