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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개편(改編)오분전(?)

1950년대 무료급식소 풍경. 사진: 국가기록원.

인사청문회라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올해로 25년이 흘렀다. 국가기록원과 언론보도 등의 기록에 따르면, 2000년 6월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법 제정을 주도하면서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을 위한 청문회라는 제도가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이한동 총리 지명자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장에 서면서 인사청문회라는 진풍경을 우리 국민들이 볼 수 있게 됐다. 청문회 이후 이한동 총리는 ‘국민들이 공직자에게 바라는 것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청문회(聽聞會. Hearing)는 영국의 권리대장전에서 언급된 “당사자는 청문회 기회를 부여받지 아니하고는 신체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하지 아니한다”라는 기록에 따라 사법적 청문 제도로 발전했다. 이는 행정 청문 제도로 발전, 오늘날 의회의 청문 제도로 이어졌다. 이처럼 청문회는 알권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그런데 오늘 우리나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이러한 의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인사 청문 대상자를 앞에 앉혀놓고 질의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와 막말은 안하무인 그 자체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언사를 일삼는 사람들이 상식을 가진 공인(公人) 의식이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편은 통쾌하겠지만, 또 다른 한쪽은 불쾌하기 그지없게 하는 문답이다. 이에 반해 언성을 높이지 않고 담담하게 답하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청문 대상자의 태도는 측은하게 여겨질 정도다.

우리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의회의 인사청문회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했다. 실제 미 의회 기록물 라이브러리(congress.gov)를 열람했다. 검색 과정에서 한 순회 판사 후보자와 법무부 장관 지명자 두 사람에 대한 각각 수백페이지의 청문회 전문을 부분적으로 살펴봤다. 적어도 필자가 확인한 미국 인사청문회에 참여한 의원과 청문 대상자의 질의응답은 오늘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청문회와는 많이 달랐다.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국회의원이나 정직하게 또는 분명하게 답하는 청문 대상자의 태도는 양측 모두 정중했다. 적어도 2024년 7월 대한민국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인사청문회는 미 의회에서 진행되는 그것과 명칭만 동일할뿐 알맹이는 아예 다른 현장이었다. 그런 품격이 다른 해외 청문현장을 보고 관련자들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움을 느낄까? 현재처럼 행정기관에서 지명한 공직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흠집을 내어 끌어내려고 혈안이 된 저급한 모습을 보이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서 그런 기대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인가 싶다. 물론 고매한 인격을 갖춘 분들에게는 죄송한 표현이다.

로마서 3장 10절에 따르면 이 땅에 의인은 없으며, 단 한 사람도 없다. 실제로 그렇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누가 흠 없이 티 없이 한 평생을 살아올 수 있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성경이 정의하듯,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이 세상에는 ‘범죄 사실이 발각된 죄인’과 ‘범죄 사실이 발각되지 않은 죄인’ 두 유형의 인간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사청문회는 첫째, 먼저 과거의 실패나 잘못을 정직하게 시인하는지를 확인하는 현장이어야 한다. 자신의 오류나 실패를 인정하면 그는 정직하고 겸손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 한국의 국회의원 인적구성을 볼 때, 그런 인사청문회는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채 그저 이념적 지향이 같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말뿐인 ‘선택된 양심(良心)’이라는 국회의원 직에 오른 사람들이 많은 이들에게서 무슨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둘째, 인사청문회는 그 실패나 절망의 현장에서 교훈과 지혜를 깨달은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자리여야 한다. 죄인인 우리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으며,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거를 통해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그는 또다시 실패할 수 있다. 실패를 통해 처절한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고 교훈을 얻지못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그 개인은 물론 조직과 국가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보고 듣고 있다.

6.25전쟁 직후 하루 한끼의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급식소가 가동됐다. 이곳에서 밥솥 뚜껑을 열기 전에 외쳤던 말이 있다. 밥솥의 밥뚜껑 열기 5분전임을 알리고 줄을 서달라며 ‘개반 오분전(開飯 五分前)이요!’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과 동시에 배식소 앞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서로 앞자리에 서겠다고 무질서하고 난잡한 모습을 빚었다. 그 결과 배식 현장은 오늘날 이해하는 그 ‘개(犬)판 오분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청문회가 인재를 적재적소에 선발하기 직전 개최되는 인사 ‘개편(改編) 오분전’ 행사가 돼야지,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인사(人死)청문회 같은 ‘개(犬)판 오분전’ 행사로 반복되지 않도록 주님의 은혜를 구한다. [복음기도신문]

김강호 |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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