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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통신] 도심 건물 네온사인 켜기 위해 일반 주택 전기 끊어

Unsplash의 Sintayehu Arega

약 10여 일 전, 타지로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옆집 개가 밤마다 운다. 밖에 나가 놀지 못해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옆집 주인이 수도 아디스로 이사했다고 한다. A는 하던 사업을 접고 이사했다고 한다. 아마 여러 날을 고민한 것 같다. 그는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티그라이 주와 연방정부와의 전쟁이 있을 때 연방군에 의해 여러 달을 감금되어 지냈다. 그가 단지 티그라이 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감금 생활을 해야했다.

그는 티그라이 사람임에도 암하라주에 속한 이 곳에 와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고 장사를 하며 어렵게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그는 이제 이 모든 것을 버리고 가족을 데리고 수도로 갔다. 이곳에 다시 대대적인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나마 재산이 좀 있고 수도에 의지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갈 수 있었다.

B는 암하라 사람으로서 올해 연방군의 대령으로 퇴역했다. 고혈압으로 더 이상 군 생활을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퇴역했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가 암하라 사람이기에 더 이상 진급을 할 수 없다는 생각도 빨리 군 생활을 정리하는데 한몫 한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A는 지금 그의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수도에 있는 동생 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이 전쟁이 끝나야 자신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암하라 민병대인 파노군은 그에게 자신들과 함께 연방군을 대항하여 싸우자고 수 차례 전화를 했다고 한다. 지금도 전화가 오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으면 연방군으로부터 파노군의 스파이로 오해를 받아 무조건 감금 생활을 당해야 한다고 한다. 벌써 수백 명의 암하라 출신의 공무원과 군인들이 감금 당해 있다.

얼마 전 수도에 내려갈 때 B의 아내로부터 그의 옷가지들을 받아 전달해 주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산가족이 나의 이웃이다. B는 그나마 빨리 피신한 것이 다행이다.

C는 학교를 집에서 보다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다니던 학교가 연방군의 군사 주둔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C의 부모도 집에서 보다 가까운 곳의 학교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좋은 교사가 있는 곳이 중요한 게 아니고 안전한 곳이 더 중요해서 그렇게 결정한 모양이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하면 대부분 어쩔 수 없기에 이곳에 살지 기회가 주어지면 여기를 떠나고 싶어 한다. 불안하고 두려워서 못 살겠기에 그렇게 말한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사람이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런데 나의 집 좌우, 그리고 앞집이 다 비었다. 오는 사람은 없고 떠나는 사람만 있다.

요즈음 아비 에티오피아 총리는 마음이 급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그의 정부에게 달러를 지원해 주면서 내전을 빨리 멈추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아비 총리는 그들에게 9월까지 정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10월이 들어서면서 “최후의 군사작전”이라는 작전명으로 4만 명 이상 되는 연방군을 암하라 지역으로 파병하였다. 파노군을 섬멸하기 위해서.

그러나 섬멸하기는커녕 섬멸을 당하게 생겼다. 지상전에서 아비 총리의 뜻대로 되지 않자 그는 지상군 사령관들을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공군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약 10일 전부터인가 보다. 연방군은 헬기와 드론으로 파노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드론을 띄울 줄만 알지 맞추어야 할 파노군은 맞추질 못하고 엉뚱한 민간인만 계속 죽이고 있다. 4살 난 여자아이가 파노군으로 보였나? 학교는 왜 폭격하고 대낮에 보건소는 왜 공격하나? 그곳이 파노 본부로 보였나? 연방군은 계속해서 파노군에게 얻어터지니 화풀이를 민간인들에게 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이다.

얼마 전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 최초 여성 대통령을 해임했다. 이 여성 대통령이 아비 총리에게 각 종족의 민병대의 문제를 평화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라고 계속 이야기한 것이 해임의 사유이다.

그녀를 대통령으로 임명하면서 아비 총리 자신은 여성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을 엄청나게 부각 시켰다. 이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결정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여서 과감히 해임하였다.

처음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한 사람들은 “와~ 아프리카에 이런 곳이 있었어?” 할 정도로 놀란다. 대로는 깨끗하게 정비되었다. 비록 자전거는 안 다닐지라도 자전거 도로도 있다. 사람이 자전거 길을 걸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어쨌든 잘 가꾸고 있다. 밤에는 대로변에 있는 모든 건물에 네온사인 등을 켜서 정말 멋져 보인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그들은 절대로 아디스 대로의 뒷길을 가면 안 된다. 그들이 대로의 뒷길에서 아디스의 원래의 모습을 절대로 보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에 네온사인을 켜느라고 일반 주택의 전기를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된다. 대로변에 있는 건물이나 집은 반드시 외벽에 네온사인을 설치하고 밤에 켜야 한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건물을 허물어 버린다는 사실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절대로 지방을 가게 해서는 안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화려한 에티오피아의 수도를 보고 더 많이 투자하기를 연방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세수는 안 하고 짙은 화장만 계속해 대는 아디스아바바의 모습에 그들이 현혹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잘 감추고 잘 속아 주어야 하는데.

여하튼 경기만 좋아지면 된다. 그런데 여러 외국 나라와 기관들로부터 많은 달러를 지원받았는데도 에티오피아 화폐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그 많은 달러는 어디로 갔을까? 정말 신기하다.

거짓은 잠시 속여 이익을 얻을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지원을 받고 기회가 주어져도 마음을 안 바꾸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거짓만 계속 추구하면 나중에는 스스로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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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아디스아바바의 대로변(좌), 오물 투성이 뒷골목(우). 다니엘 정 제공

한번은 현지인 교회에서 목사가 예배 중에 성도들에게 전쟁을 위해서 기도하자기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그런데 이 나라의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위해 기도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나라의 전쟁에 대해서는 침묵하였다.

아비 정권에서 최대의 수혜를 누리는 자들 중의 하나가 개신교회들이다.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만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 자들이 잠시 있을 이 땅에서 자신들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고 배부르게 해주는 자에게 손을 들어 비판하기 어려운가? 아니 기도하기도 어려운가?

인생의 길이는 누구도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지면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권한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땅의 회복의 열쇠를 교회가 쥐고 있다는 것을 알고 교회에서 회개의 기도가 터져 나오기를 매일 소망한다. [복음기도신문]

에티오피아=다니엘 정(본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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