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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59차 프로젝트 종료… 167만 5541번째 만화 전도책자, 열방에 뿌려지다

만화 전도책자로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저희 ‘땅에쓰신글씨(이하 ’땅글‘)의 본진은 여전히 인도입니다. 애초에 인도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다른 나라들에서 5000권, 1만 권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인도에서는 한 번에 10만 권 가까운 프로젝트가 연 1회 이상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제는 재정 동원 외의 행정 업무도 상당합니다. 단 한 번의 프로젝트를 위해 OM 하이드라바드 본사와 몇 달에 걸쳐 몇 번씩의 심각한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온갖 파본 및 발송 현황에 대해서도 정보를 공유하고, 감사장 제작, 홈페이지 업로드(땅글 홈피는 곧 대대적인 오픈을 예정하고 있습니다.)를 하는 등 할 일이 태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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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쇄된 만화 전도책자를 전달받는 모습. 사진: 원정하

업무량을 보면 사무실과 상주 인력까지 필요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사실 사무실이나 간사는 커녕 아직도 비영리단체의 고유번호나 은혱계좌 하나 없이, 기부금 영수증도 발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툭하면 땅글 소속 선교사들의 사비를 뭉텅 뭉텅 털어놓는 주먹구구 아마추어식 업무 진행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그냥 들어온 재정만큼만 찍으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미 주문을 받은 후, 견적을 내 보니 값이 갑자기 훅 올라가 있는 경우도 많고 5000부를 찍을 때와 1만 부를 찍을 때 값이 두 배가 아니라 1.5배가 되는 식입니다. 한번에 인쇄할 부수가 늘어날수록 권당 단가를 낮출 수 있기에 때로 무리한 업무 진행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최초의 수요 파악부터 시점부터, 마지막 주문량의 현장 도달까지. 그리고 그 중 일부라도 실제 잃어버린 영혼의 손에 들어가야 ‘한 회차’가 종료됩니다. 그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기록에 남기고, 또 한국의 중보자들과 후원자들에게 보내면 가까스로 눈물 한 방울이 맺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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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전도책자 보급 현장에서 기념사진. 사진: 원정하

그런데 수백만원 어치, 수천권의 만화 전도책자를 받은 후에도 현장 사진이나 간증을 단 하나도 보내주지 않으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니 대부분입니다. 단순히 망각이나 불성실 때문이면 차라리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공짜니까 받아나 놓고 사역은 귀찮고 위험하니 이미 믿는 자기 성도 수십명에게나 좀 나누어 주다가 박스 채로 잊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현지인 사역자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국인 선교사를 통하지 않고 현지인에게 직접 보내는 일은 최대한 줄이는 편입니다. 받을 때까지는 간절하게 소셜미디어 왓츠앱(한국의 카카오톡 비슷한)을 통해 여러 차례 문자를 주고 받지만, 받은 후에는 아무 소식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 선교사님들 역시 사진과 간증을 보내주지 않으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경우에는 진짜로 바쁘시거나, 선교 보안 및 주변의 안전, 혹은 막 나누어 준 것을 외국인이 사진을 찍는 것이 은혜가 안 될 가능성 등 때문이리라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땅글 실무진은 눈물을 머금고, 약속되었던 보고를 포기합니다.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해 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를 드려야지요.

그러다보니 가끔은 천 수백만 원을 집행하고도 보고하고 기록할 사진 한 장, 간증 한 편 없어 곤란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인도 회차만 해도, 땅글 선교사를 포함해 33명의 후원자들을 통해 1500여만 원을 모아 일곱 개의 언어로 인도 곳곳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보고할 자료는 많이 없으니 죄송하고 민망할 따름입니다.

사진과 보고가 없으면 ‘거액의 재정 사용이 불투명하다.’, ‘보고에 성실하지 않다.’ 하고 사진과 보고를 철저히 하려 하면 ‘자기 의’, ‘사역의 보안을 생각하라.’ 심지어 ‘빈곤 포르노’다 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금의 세태입니다. 결국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선을 다한 이후, 나머지는 ‘다만 저희를 신뢰해 주십시오.’라고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디에서 고여있을 수도 있는 만화 전도책자들, 공기중에 사라진 것 같은 우리의 수고와 재정들, 무응답의 상처들 … 혹여나 정체되지 않을까 싶은 복음의 전파 … 이런 것들이 저희를 안타깝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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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 만화 전도책자를 받아든 사람이 읽고 있는 모습. 사진: 원정하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지금까지 땅글에 들어간 재정과 수고면, 벌써 커다란 선교센터나 학교 건물을 지었을 것이라고요. 어쩌면 비자와 고용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선교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160만부 전도책자에 들어간 나무만으로도 솔로몬의 백향목 성전 못지 않은 규모의 목재 대형교회를 지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고로이 만들어서 응답없이 사라지는 책자들은 저희를 허무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가시적인 업적(?)하나 없이, 언제 마지막을 맞을지 모르는 인도 선교 현장에서요. 최근 두 분은 불가피하게 이 땅을 떠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비가 어떤 경우에는 바로 농작물을 풍성히 하고, 나무를 자라게 하고, 우물을 채우지만 때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웅덩이에, 동굴 속에 몇 년씩 고여 있기도 하지요. 그러나 결국은 증발하여 구름이 되거나 지하수가 되어서 다시금 흐르게 됩니다. 이 세상에 쓸데없는 물은 한 방울도 없고, 구름이 비를 ‘낭비’하는 경우는 전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든 물은 결국 누군가의 생명수가 됩니다.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도, 복음의 생명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서는 다시 그리로 가지 않고 토지를 적시어 싹이 나게 하며 열매가 맺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헛되이 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뜻을 이루며 나의 명하여 보낸 일에 형통하리라!”(이사야 55장 9~10절)

그렇기에, 저희가 나눈 모든 만화 전도책자가, 모든 기도와 노력과 재정이 결국은 인도와 열방의 영혼들에게 심겨질 것을 믿습니다. 한 권도 버려지지 않고요. 이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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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전도책자가 비치된 모습. 사진: 원정하

모든 거대한 강들에도, 작은 옹달샘과 같은 원천이 있게 마련이지요. 이 십자가의 복음, 만화에 담겨 인도 곳곳의 영혼들의 손에 쥐어진 이 책자들의 원천은 2000년 전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외쳐진 예수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명절 끝 날 곧 큰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가라사대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하시니”(요한복음 7:장 37~38절)

“그 날에 생수가 예루살렘에서 솟아나서 절반은 동해로, 절반은 서해로 흐를 것이라 여름에도 겨울에도 그러하리라”(스가랴 14장 8절)

이것이 저희의 수고의 의미입니다. 생명수 되시는 주님, 육신으로 오신 말씀이신 주님께서 이 땅에 흐르시고, 저희로 그 물길을 만들게 하십니다. 언젠가 물이 바다 덮음같이, 충만하게 덮으실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보고드립니다.

이번 회차는 총 8만 4105권이 일곱 개의 언어(힌디, 마라티, 영어, 카나다, 메이떼이, 벵갈리, 네팔리)로 인도 곳곳에 배포되었습니다.

이로서 59차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167만 5541번째 만화 전도책자가 인도와 열방에 전파되었습니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또한 주님이 하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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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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