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동생 유성혁 집사 부부와 함께 구 시가지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물론 전혀 사역과 상관없는 여정이었지만, 그럼에도 평소에 갖고 다니던 만큼의 만화 전도책자와 구제헌금, 그리고 ‘절제회 전도팩’은 당연히 챙겨 나갔지요.
걸인들에게는 환전소에서 유료로 바꿔온 빳빳한 20루피(360원 정도) 지폐 한 장과 만화 전도 책자를 주고, 학생, 경찰, 운전기사, 청소 공무원 등등에게는 절제회 전도팩을 주면서 걸어 다녔습니다. 비단 관광할 때뿐 아니라 장을 보러 가던, 공항에 누구를 데리러 가던 늘 하는 일이지요.
그러다가 밤이 늦었을 때, 해변가(마린드라이브)에서 일단의 걸인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만화 전도책자와 재정을 나누어 준 후, 야경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 깜깜한 중에 걸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화 전도책자를 읽고 있었습니다.
사진에서는 그나마 빛이 있어 보이지만, 이것은 갤럭시 ‘야간 촬영’ 기능이라 플레쉬 없이도 이 정도 밝게 나오는 것이고, 사실은 너무 어두워서 읽을 수도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물어봤습니다. 글 읽을 수 있냐고, (문맹이 아니라고 쳐도) 이 빛으로 읽어는 지냐고. 그랬더니 글 읽을 수 있다면서 한참 보더군요.
잠시지만 관광을 중단하고, 휴대폰 라이트를 켜서 비추어 주었습니다. 제가 빛을 비추어 주어도, 아이들은 큰 반응 없이 계속 보고 있더군요. 제 짐작에는, 저에게는 읽을 수 있다고 했지만 잘 못 읽거나, 아예 못 읽는 아이들인 것 같았습니다. 전혀 소리를 내거나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보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오랜 시간, 제가 불을 비춰 주기 전에도, 불을 비추어 준 후에도 계속해서 뚫어져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끄리스쩐!’ 이라는 말은 한 두마디씩 주고 받더군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한국에서 아무나 붙잡고, 거액의 상금을 걸고, ‘기독교 복음에 대해서 최대한 정확하게 적어 보아라.’고 하면 그래도 80%는 답을 맞추지 않을까?(물론 그래도 계속해서 반복해서, 더욱 정확하게,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야 하겠지만요.) 그런데 인도는 어떨까요? 아직 별로 가망이 없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대략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그림이 ‘기독교(끄리스쩐)’라는 것 정도는 알려져 있겠지만, 구원의 복음을 제대로 들어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다만 자기들 말대로 글을 읽을 수 있든, 혹은 제 추측대로 못 읽든 간에, 이 정도 관심과 시간을 갖고 만화 전도 책자에 집중하는 아이들이라면 소망이 있습니다. 주변의 누군가에게라도 이 책을 읽어달라, 설명해 달라 하게 되겠지요. 아무리 걸인 무리라 해도, 글 아는 사람 한둘은 있게 마련이니까요. 걸인들은 시간도 많은데다, 다른 걸인들이 뭘 읽어달라 하면 절대로 사양하지 않고, 글 읽는 실력을 뽐낼 기회를 200%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저희와 헤어지기 전에, 제일 큰 언니가 각자 받은 만화 전도 책자를 한 곳에 모으더군요. 잘 갈무리해서 공동체로 가져가려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뭄바이에도 만화 전도책자가 거의 바닥났거든요. 저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서도, ‘돈은 각자에게 주고, 전도책자는 한 가족에 한 권만 줄 걸 그랬나?’ 하는 인색한 마음이 들기도 하더군요. 사실, 각자 한 권씩 주는게 맞는 것인데도요. 우리 집에도 힌디어 ‘좋은소식’은 500권이 채 안 남았기 때문입니다.(며칠 쓸 분량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인접 도시 ‘푸네’의 선교사님들도, 그리고 남인도 ‘방갈로르’의 선교사님들도 대량으로 요청하고 계십니다. 1월 중에 대규모 주문을 넣으려 하는데, 적어도 만화 전도 책자만큼은 수량 걱정 없이 달라는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나누고 배포하고 싶습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
어둠 속에서 제 휴대폰 라이트가 빛이 되었듯, 이 만화 전도책자가 이들의 어두운 삶에 영혼의 빛이 되기를 기도해 주세요.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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