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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망고 한 알

▲ 사진 : Localize on Unsplash

이곳에서는 지천으로 널린 망고나무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언제든지 망고를 맛볼 수 있다.

먹을 게 없는 이들에게 망고야말로 훌륭한 식사이자 간식이다.

이곳에서 생전 처음으로 망고나무에서 금방 딴 망고를 먹어본 나는 이거야말로 천국의 맛이구나 싶었다. 천상의 맛인 망고를 원하기만 하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해서 젤리처럼 짜서 먹는 작은 망고의 맛도 별미였다. 이 척박한 땅에 망고 한 알이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나를 볼 때마다 자기 집 마당의 망고나무에서 딴 망고를 선물했다.

어른들은 포대째 가져왔다. 망고 한 알에 먹이시는 하나님 마음이 보였다. 망고 한 알에 사랑과 화합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망고를 나눠 먹으면서 우리는 더 가까워졌고,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망고의 계절은 너무 길었다. 길거리에 굴러다닐 정도로 망고가 흔해지자 처음의 감동이 점점 시들해졌다. 나의 기쁨이 되어주었던 망고가 이제는 처치 곤란한 것들이 되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망고는 먹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듯 아이들은 망고를 외면했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밤새도록 먹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은 망고가 물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가지고 오는 망고가 반갑지 않았다. 어떤 아이들은 내가 보는 앞에서 나무에 올라가 따 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하늘의 별이라도 따온 연인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지만, 이제는 아이를 말리기에 바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는 더 이상 망고를 원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니 이제 나를 위해 망고를 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물 주는 자의 기쁨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실망했지만, 망고를 버리고 싶지 않은 나는 아이들의 망고를 계속 받을 수는 없었다.

너무 흔해진 망고는 더 이상 기쁨도, 감사도, 감동도 되지 못했다.

“왜요? 처음에는 그렇게 좋아했잖아요. 망고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왜 변했어요? 망고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망고는 여전히 망고인데 왜 마음이 변했어요?”

서운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도 망고처럼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본다. 구원의 감격은 시들해지고 일상의 은혜와 기쁨도 식었다.

한 알의 망고처럼 너무 일상적이고 소소하고 흔해서 가치와 감사를 잃어버렸다. 아이들에게는 사탕 한 알을 줄 때도 감사를 가르치면서 막상 나의 감사는 참 편협하고 한정적이었다.

시에라리온 같은 가난하고 척박한 나라가 나의 조국이 아니라서 감사했고, 한 끼의 양식을 벌기 위해 힘든 노동을 감내하지 않아도 됨이 감사했다. 힘들게 물을 길어 나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환경에서 물 걱정하지 않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자신의 아이들뿐 아니라 친척의 아이들과 남편의 또 다른 부인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는 여자들을 보면서 아프리카의 여자로 태어나지 않음에 감사했다. 내 아이가 굶는 상황에 놓이지 않음에 감사했고, 나의 풍요에 감사했다.

나의 감사는 그랬다. 내가 감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불행해야 했고, 아파야 했고 가난해야 했다. 상대적인 비교에서 나오는 감사의 삶을 살았다. 수많은 망고 중의 망고 한 알처럼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고 작아서 감사의 필요조차 깨닫지 못했다.

망고 한 알에서도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보고 감사하고 기뻐했던 그 순전한 마음. 감사의 기쁨에 하나님도 함께 기뻐했을 텐데 그만 그 기쁨과 감사를 놓쳐버렸다. 매일매일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와 감격으로 충만해지고 싶다.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거하고 있다는 그 믿음으로 충만해지고 싶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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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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