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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나를 니느웨성에 토하게 하소서

사진: Jonas Allert on Unsplash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젊었을 때 어르신들이 하던 이야기가 내게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늘 이가 좋을 때 이것저것 맛있게 먹으라고 그러셨다. 그 시절은 그 말씀이 잘 안 들렸다. 이 땅에 살면서 병원에 가는 것은 내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영역이다.

특히 치과는 더 그렇다. 이가 아파도 진통제로 지나치곤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좀처럼 진통제로도 나아지질 않고 충치가 생기고 빠지고 시리고 아픈 날이 많다. 단단한 깍두기도 차가운 아이스크림도 먹기가 겁이 나고 따뜻한 커피 한 모금도 넘기기가 어렵다. 더 이상 못 참고 집 앞 작은 치과를 찾았다.

일본 할아버지 의사였다. 아직 젊은데 어쩌다 이를 이렇게 했냐 하시며 ‘신빠이 시나이데 쿠다사이네~ 카나라즈 나오루카라.’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반드시 나을 것이니까. 병원에 갈 때마다 꼭 이렇게 말씀해 주신다. 그냥 안심되었다. 오늘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땅에 산다.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요나 4:11)

저 깊은 바다 가운데 물고기 배 속에 있는 요나는 부르심을 받은 자, 사명을 입은 자이다. 하나님이 무엇을 원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요나는 알고 있었다. 설명하기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입하시기에 하나님과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단지 하나님께 조금 화가 났고 심술이 났던 거. 실은 자신의 목적과 하나님의 목적을 혼동했던 거.

어쩜 나도 참 요나 같구나. 부르심을 따라 살아도 괜히 심술도 나고, 감정이 상해 하나님의 얼굴을 피하지 않는가.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는가. 그저 적당히 하나님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살고 싶지 않은가. 정말 나의 갈망이 아닌 하나님의 갈망을 원하는가. 부르심을 따라 산다고 하면서 내 이익과 내 의를 챙기지는 않는가.

예수님이 로마 병정들에게 잡히실 때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는 베드로가 생각난다.

“내가 주님의 영을 피해서 어디로 가며 주님의 얼굴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시편 139:7)

저렴하고 맛있어 보이는 배추를 사려고 이곳저곳 마트를 찾아 다녔다. 여름 배추는 좀 비싸고 겨울 것보다 맛이 없다. 배추 다섯 포기를 사서 왔다. 오랜만에 포기김치로 담았다. 우리(조선) 학교 급식에 먹을 김치이다. 며칠 전에 우리(조선) 아이들을 보러 한국에서 할머니 두 분이 오셨는데 맛있는 고춧가루를 고이 싸서 오셨다. 담아 놓고 보니 김치 색이 참 이쁘다. 나는 김치를 부탁하는 우리 학교 엄마들이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얼마든지..
언제든지..
엄마처럼..
이 마음이 닿기를..
저가 오래 참아 약속을 받았나이다…

“주께서 나를 깊음 속 바다 가운데에 던지셨으므로 큰 물이 나를 둘렀고 주의 파도와 큰 물결이 다 내 위에 넘쳤나이다”(요나 2:3)

물고기 배 속이 참 답답하고 캄캄하고 움직일 수가 없다. 내가 주의 얼굴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치랴. 나를 삼킨 바닷속 물고기도 주님이 예비하신 것. 나를 삼키게 하신 것도 주님이 하신 것. 그리고 그런 나를 지켜보시는 주님이신 것을.

내 영혼이 내 속에서 피곤할 때에 내가 주님을 생각합니다.
나는 감사로 예배를 드리며 나의 서원을 주께 드리겠습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나라, 조선은 이스라엘의 영광입니다.

여호와여! 물고기에게 말씀하셔서 나를 니느웨성에 토하게 하소서. 이제는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게 하소서. 하나님이 명한 바를 그들에게 선포하게 하소서.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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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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