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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에게 말했다. “나는 선교사다”

▲ 태국 방콕의 풍경. 출처: Steven Wilcox on Unsplash

283호 / 선교 통신

랏야교회는 콰이강의 다리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에 있다. 주변은 사탕수수, 카사바 등의 밭농사가 주를 이루며 소와 염소를 치는 농가가 있는 인구가 적은 지역이다. 그래서 교회 사역하기에 힘든 지역이다. 매주 목요일 주변 지역에 전도하러 다니지만 사람 구경(?)하기 힘든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 한 명 두 명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12년째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초창기는 미얀마 사람들을 붙여 주셔서 교인 절반이 미얀마인으로 채워졌다. 현재 이들은 모두 시내에 새로 개척한 미얀마인 교회로 옮겼다. 태국인도 제법 많이 모였지만 두 그룹이 또 다른 개척교회의 개척멤버가 되어 떠났다. 이제 남은 교인은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한 가정과 우리가 전도한 가정, 우리 교회에서 자라난 자매 가정 정도만 남아 있다. 지난날 교세에 비하면 20% 정도만 남은 셈이다. 지난해 4월까지 이런 일이 진행되었으니 실망도 컸고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2024년이 되면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가정의 딸이 깐짜나부리로 와서 교회를 개척하기로 했다. 그때 새로 개척할 교회로 갈 것이기에 우리에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한다. 12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들의 신앙을 위해 수고했는데 딸이 개척할 때 모든 가족을 이끌고 떠나겠다니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로 들렸다. 실망감과 자괴감이 나를 괴롭게 했다.

그때 들은 음성이 있다. ‘나는 선교사다.’ 선교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예배자가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전도해서 예배자로 세우는 사람이 아닌가?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선교사의 삶이 아니던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주변 마을부터 차근차근 전도하며 새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변 마을의 아이들을 상대로 토요 학교를 시작했다. 영어와 태국어, 숙제 도와주기 등을 할 테니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교회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요청이 있던 토요일부터 부모들이 오토바이에 자녀를 태워서 교회로 데리고 와 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일까지 연결되어 주일에는 작은 활동과 더불어 성경공부(어린이 예배)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전도지를 나누며 전도할 때 염소 치는 가정을 만났다. 그 가정의 남자아이 2명이 연말부터 교회에 나오고 있었다. 한 명은 초등학생, 또 한 명은 중학생이다. 제재소에 우리 성도가 살고 있어서 매주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지난 12월 3일에 아빠가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을 태우러 가면 따라오고 싶은 눈치였다. 우리 교회 아이가 쟤도 같이 가면 안 되냐고 물어서 당연히 같이 갈 수 있다며 태우고 왔다. 그 아이를 우리 교회에서 하룻밤 재우기도 하고 이발소에 데려가서 이발도 해주었다. 그 다음 주에는 함께 사는 형들을 데리고 왔다. 지금은 픽업트럭에 제재소 아이들로 가득하다.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토요 학교의 한 학생이 올해 첫 주부터 교회에 오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엄마가 바람이 나 아이들을 다 데리고 새 남자에게 갔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맥이 탁 풀렸다. 그때도 나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선교사다.’

지난 주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제법 많이 모였다. 운동회를 했기 때문이다. 운동회를 하면서 선물도 없었고, 상도 없었다. 그냥 과자와 간식을 차려 놓고 자유롭게 먹게 했다. 운동회를 마쳤는데 아이들이 집에 가지 않으려 했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다음 주에 또 올게요.” [복음기도신문]

박정문(뜨인돌선교회),
빌리온선교회 2023 봄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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