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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김봄 칼럼] 내가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니!

▲글로벌 프로젝트 나눔 -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고아 사 남매.. 사진: 유튜브채널 EBSCulture (EBS 교양) 캡처

“네~에? 여기서요? 지금요?”

“뭘 그렇게 놀라나? 여기 놀러 온 게 아니잖아요”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난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가…. 라는 말을 더는 할 수 없었다. 난 놀러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근 마을의 교회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장이 나서 멈춰버린 차를 선교사님이 고치는 동안 백인을 구경하러 온 아이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임무를 받은 나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앞에서 신기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 아이에게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당연히 그 말은 기쁜 소식, 복음이어야 했다. 나는 이곳에 복음을 전하러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가 우물쭈물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진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였다. 나는 여전히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사람이다.

전도해, 라는 입력어에 “주 예수를 믿으십시오, 그리하면 당신의 가족과 가정이 구원받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라는 복음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복음을 들을 이의 상황과 상태가 중요하고, 그에 맞는 말씀을 구하고 기도해야 겨우 입이 떨어지는 그런 자다. 가끔은 그런 내가 답답해서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고 나 자신에게 따지고 묻고 싶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복음으로 충만해서 어디를 누르기만 해도 복음이 줄줄이 터져 나왔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그런, 연약한 자다. 하지만 이곳은 선교지. 어떻게든 복음을 전해야 한다.

내가 복음을 전하는 스타일이 어떠한가, 나의 컨디션이 복음을 전하기에 괜찮은가? 그딴 것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 수영을 할 줄 아는데, 물에 빠져 죽어가는 아이를 보고 접영을 해야 하나 배영을 해야 하나, 저 아이가 나와 아는 자인가? 고민하고 있다면, 그만큼 악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크게 호흡하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맨발에 걸레보다 못한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있는 아이의 온몸은 흙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아이는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들어 보였다. ‘내 손에는 너를 해칠만한 아무것도 없어.’라며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괜찮겠어?’ 동의를 구했다.

“Hi” 겨우 첫마디를 뱉었다. 아이는 여전히 경계 상태였다. “Nice meet to you~”라고 말한 순간, 이 아이가 영어를 못할 수도 있는데 싶어 아차 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다음 말이 튀어나왔다.

“How are you?”

나는 당황했다. ‘설마 fine thank and you? 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그딴 질문을 한 거야?’ 나는 창피해서 혀라도 깨물고 싶었다. 얼른 복음을 전해서 이 난감한 상황을 수습해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내가 부족어인 팀니어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통역을 해줄 만한 현지인도 없었다. 어떡하지, 우물쭈물하고 있는 나에게 아이가 입을 열었다.

“I’m hungry”

오랫동안 대답을 준비해놓은 것처럼, 아이는 또박또박 정확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지내냐는 이방인의 질문에 배가 고프다고 대답할 만큼 아이는 간절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이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만한 것이라고는 교회에 나눠주고 남은 사탕 몇 알, 봉지 물, 먹다 남은 비스킷이 전부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빵이라도 남겨오는 건데……. 계획에 없었던 만남이었기에 준비한 것이 없었다.

거리의 붕어빵과 어묵을 사 먹기 위해서는 오천 원 지폐 한 장은 항상 챙기면서 어디를 가나 배고픈 아이들이 있는 시에라리온에서 비상식량과 간식을 준비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눠주었다. 그제야 아이는 경계의 눈빛을 풀고 땡큐 라고 했다. 나는 나의 진심이 아이에게 가서 닿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다시 말했다. “Nice meet to you~”

아이는 진심이냐는 듯 나를 빤히 보고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를 알아듣는다는 사실에 나는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아이가 복음을 들을 기회가 평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까.

“난 한국에서 왔어. 비행기를 타고 30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야. 왜 왔는지 알아? 너를 만나기 위해. 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그게 뭐냐면. 복음이야. 굿 뉴스. 예수님. 예수님에 대해 들어봤어?”

방언이 터진 것처럼 나의 입술이 터졌다. 그런데 아이가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I want hear with my friend”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친구와 함께 듣고 싶다니!! 어떻게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해 보이고 크게 외쳤다.

“Okay!”

잠시 후, 아이는 두 명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친구의 손에는 비스킷과 사탕이 들려있었다. 나에게서 물과 비스킷과 사탕을 받아 갖고 간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백인이 왔어. 사탕과 물과 비스킷을 나눠주면서 굿 뉴스를 전해주겠데. 같이 가자.”

그렇게 해서 나는 계획에 없었던 노방전도를 하게 되었다.

내가 시에라리온에서 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술이 없으면 하루도 살지 못했던 알코올 중독자였던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내 생각, 계획과는 상관없이 나를 만나주셔서 하나님의 자녀 삼아주신 그 사랑이 지금 아이들 앞으로 이끌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과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을 읽어준 뒤,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이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하셔서 독생자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음을 전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었는지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다음은 하나님이 하실 것이다. 그저 나는 황폐한 아이들의 마음에 복음의 작은 씨앗을 뿌렸을 뿐.

Hi!! Nice to Meet You.

그건 하나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닌 하나님이 이 아이들을 만나 정말 반가우셨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니까. 그래서 모든 이들이 하나님으로 인해 FINE 할 수 있기를 원하실 것이다. 하나님 때문에 FINE,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Hi!! Nice Meet You, 하나님의 마음으로 복음을 전할 준비가 말이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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