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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특별하지 않지만 맛있게

일본 전통복장을 입고 거리를 걷고 있는 마이코. 사진: pixabay

하루 교토를 느끼고 왔다. 고즈넉이 나지막한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겨울 교토를 좋아한다. 담백한 교토 가정 요리를 좋아한다. 도심 중심을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서 시간과 역사를 지켜오고 있는 옛 풍정이 편안함을 안긴다. 오랜 전통을 유지하고 보존하고 있기에 일본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하다. 교토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거리거리에서 마이코들을 볼 수 있다. 목덜미까지 하얀 얼굴에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고 나막신(게다)을 신고 종종걸음을 걷는 여인들이다. 일본의 전통 연회에서 손님들을 위해 노래, 춤,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주업이다. 마이코는 마이코를 양성하는 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마이코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요리사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전 지역에서 모인 다양한 입맛을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특별하지 않은 맛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일본어로 ‘후츠니 오이시’라고 표현한다. 눈부신 삶 속에 숨겨진 ‘후츠니 오이시’한 삶이다. 더 맛있게 보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보통의 맛으로, 특별하지 않지만 맛있게. 왠지 은혜다.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 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는 최고의 밥이었다. 특별하지 않지만 맛있는 밥이었던 것. ‘더’의 탐욕과 욕심은 만나를 썩게 하였다.

요즘 시대 시선들은 더 크게, 더 많이, 더 험하게, 더 자극적으로 ‘더’를 향하고 있다. 평범한 보통의 것, 특별하지 않은 것에는 시선이 멈추질 않는다.

내가 이 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땅에서 축복이 아닌 은혜를 구한다. 특별하지 않지만 맛있게.

일본 땅과 이 속의 우리(조선)학교 아이들을 만나려고 아웃리치를 온 형제가 누가복음 묵상 중에 은혜를 나누었다. 장사 지낸 예수님의 시신에 향유를 바르기 위해 아침 일찍 여인은 무덤으로 갔다. 무덤 어귀를 막은 돌은 굴러져 있고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지고 없다.

깊어서 메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로, 고여 썩은 물인지도 모르고 당연한 것인 냥 굴곡진 데로, 고여 있던 데로 살아왔다고. 빈핍함으로 이 땅을 밟았다고.

어느 아침에 시체가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마음에 고여 있던 썩은 것들이 불현듯 사라지고 없다고 고백한다. 마음이 이렇게나 평탄할 수 있다니요. 길이 평탄해서 주님께 갈 수 있겠단다. 그저 은혜다.

추운겨울 생 배추를 썰어 넣어 끓인 된장국은 특별하지 않지만 맛있다. 얼마 전에 출간된 조선인 만화 전도 책자를 들고 조선학교 선생님들을 만나고 왔다. 사실 책자를 포장하면서 두려움으로 망설였다. 그저 사람과 사람인데 왜 이리도 가는 길이 험하단 말인가. 골짜기 골짜기란 말인가. ‘조총련’이라는 그 이름이 이렇게나 굴곡지단 말인가. 강력한 그들의 삶에 ‘후츠니 오이시’한 삶을 주고 싶다. 특별하지 않지만 맛있는 삶을 나누며 살고 싶어라.

‘하나님! 배추 된장국을 이들과 맛있게 먹고 싶습니다’

이들이 주님에게 올 수 있게 오는 길을 곧게 만들어주고 싶다. 패인 골짜기를 메워주고 굽고 험한 길을 평탄하게 펴주고 싶다. 오는데 포기하지 않게.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하여라.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해야 할 것이니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을 보게 될 것이다. 눅 3:5~6

헤어진 후 밤에 연락이 왔다. 오늘 이 기쁜 만남은 인생의 자산이 되었다고. 저녁밥을 먹는 내내 행복했다고. 너무 맛있었다고.

사실 얼마 전 아웃리치 팀과 학교에 갔을 때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하셨다. 복음신문에 올라오는 칼럼을 계속 읽고 계셨더란다.

가련하고 빈핍한 자가 물을 구하되 물이 없어서 갈증으로 그들의 혀가 마를 때에 나 여호와가 그들에게 응답하겠고 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그들을 버리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자산에 강을 열며 골짜기 가운데 샘이 나게 하며 광야로 못이 되게 하며 마른 땅으로 샘 근원이 되게 할 것이며. (이사야41:17~18)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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