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전에 암하라주의 몇 도시들에서 집회가 열렸다. 파노 군을 비판하고 그들의 활동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연방 정부가 정부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열린 집회였다. 정부는 여론을 조성하여 파노 군과 암하라 주민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계획한 집회였다.
사실 연방 정부는 암하라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파노 군을 지원하는 자들이 있다고 의심할 정도로 파노와의 싸움에서 번번이 지고 있다. 작년 9월 안에 파노 군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아비 총리의 호언장담은 기자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집회들은 연방 군이 무력으로 파노 군을 제압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자 고심 끝에 낸 계책이었다.
그런데 집회 도중 비난의 화살이 정부 쪽으로 바뀌어 버렸다. 순식간에 비난의 대상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아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제로 동원된 사람들이 군중 심리로 인해 억눌렸던 분노가 정부 쪽으로 폭발하고 말았던 것으로 보인다. 파노 군도 정부가 이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 강제 동원령을 받은 주민들이 파노 군에게 이 사실을 고자질했을 게 뻔하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군대를 불러 강제로 해산시켰다. 이로 인해 또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정부를 찬양하는 집회는 허용하고 정부를 반대하는 집회는 무조건 불법이다. 정부는 불법 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군과 경찰에게 시위대를 향해 어떠한 무력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무조건 직선으로 총을 쏠 용기가 있지 않을까?
암하라 한 도시의 대학 안에서 대학생들의 데모가 있었다. 이유는 아주 사소하고 간단했다. 정부가 기숙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하루 급식비를 제공하는 것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에티오피아는 대학생이 학교 생활을 자신이 사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할 경우, 대학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제공한다. 그런데 요즈음 물가가 너무 올라서 기존 제공 받은 급식비로는 한 끼를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아마 학생들이 대학 당국에(?) 몇 번 요청을 하였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자 시위를 한 것이었다. 정부는 이 시위 진압도 역시 학생들에게 설득이라곤 없었다. 바로 무력을 사용하였다. 학생들 중에 몇몇은 총에 맞아 사망한 모양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이런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요청한 곳이 파노 군대였다. 학생들이 정부 군의 무력으로부터 신변의 안전을 찾은 곳이 반군인 파노 군이라는 점이 씁쓸한 마음이 들게 했다.
그렇다고 파노 군의 상황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파노 군은 여러 도시에 흩어져서 각자 연방 군과 싸우고 있다. 각자가 간헐적으로 일시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현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역량은 없다.
지금은 연방 정부에 대한 원망 때문에 파노 군으로 스스로 들어 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동네 깡패 수준으로 체계 없이 싸워야 하는지 스스로도 예측이 안 된다. 그러니 보장없이 청춘을 바칠 사람들이 계속 나올 수는 없다. 파노 군도 스스로 말은 안 하지만 전투에서 많이 전사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파노 군들 사이에서 연방군과 효과적으로 싸우려면 연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 연합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지독히 연합을 못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 모양이다.
에티오피아 연방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차 지원금을 받았다. 지표상으로 IMF가 원하는대로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생각보다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들어서 물가 안정 시스템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의 실질 물가를 보려면 암거래 시장의 환율을 보면 된다. IMF의 제재를 받은 초반에는 은행 환율과 암거래 시장의 환율의 간격이 급격히 좁아졌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서 그 간격이 다시 넓어지기 시작했다. 인위적으로 물가를 안정화시킨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제는 에티오피아 외환 거래 시장이 더 복잡해졌다. 최근 정부는 IMF의 요구로 사설 외환 거래소를 오픈했다. 암거래 시장을 없애기 위한 조치였다. 그렇다면 암거래 시장이 없어졌느냐? 아니다.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외환 거래소가 은행과 암거래소였다면 이제는 세가지 형태의 시장으로 즉, 은행, 사설 외환 거래소 그리고 암거래소 이렇게 존재한다.
연방 정부는 암거래소가 없어지고 모든 외화가 공식 시장으로 들어오기를 원하지만 에티오피아의 현실 경제를 반영하는 것이 암거래 시장이기 때문에 없어질 수가 없다. 정말 암시장을 없애고 싶다면 연방 정부가 꼼수를 안 쓰면 된다. 아픔이 없는 수술은 없다.
보기 흉하고 부끄럽다고 인위적으로 감추고 속이기 시작하면 계속 감추고 속여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무엇이 진짜인지 자신도 모르고 더욱 스텝이 꼬이게 된다. 욕심으로 시작한 작은 술책이 더욱 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뜨리게 한다.
회개와 사과와 용서로 풀어야 할 관계를 계략으로 풀려니 더욱 서로가 어려워지고 있다. 서로 경쟁이나 하듯 스스로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누가 깨닫게 할 수 있을까? 누가 멈춰서게 할 수 있을까? 예수께서 이 땅에 진정한 그리스도로 통치하시길 날마다 간구한다. [복음기도신문]
에티오피아=다니엘 정(본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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