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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엄마의 나물

사진: 지소영 제공

싱싱한 채소만 몸에 좋은 줄 알았는데 말린 채소에 영양소가 더 많다는 걸 엄마가 돌아가시고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엄마의 나물이 그리웠어요. 학교 다닐 때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셨던 무나물, 취나물, 고사리, 아주까리, 고구마순, 우거지, 시래기… 그땐 나물이 왜 그리 싫었는지, 재래시장에서 무청이나 배춧잎을 얻어오는 엄마를 보며 저는 궁색하다고만 생각했어요.

학교 친구들이 자랑스럽게 도시락 뚜껑을 열 때, 저는 시큼한 김치와 칙칙한 시래기 반찬을 숨기고 싶었어요. 친구들의 기름진 진미채와 소시지 앞에서 제 반찬은 인기가 없었거든요. 점심 도시락은 빈부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곤 했죠.

그땐 몰랐어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진짜 좋은 반찬이 엄마의 나물이었다는 것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래기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칼슘, 식이섬유가 많고, 취나물은 기침과 가래에 효과가 있고, 호박고지는 골다공증에 좋고, 도라지는 기관지를 건강하게 하고, 고구마순에도 비타민이 풍부하더라구요.

어제 재래시장에 나갔는데 할머니 한 분이 낼모레가 정월대보름이니 나물 좀 사가라며 저를 불러세웠어요. 집에서 직접 삶아왔다며 덤으로 더 얹어주겠다고 하시면서요.

인심 좋은 할머니 덕분에 처음으로 정월대보름 음식을 준비해봤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나물을 종류별로 볶아 이웃에 좀 나누고, 반찬 통에 가지런히 담아놓으니 마음이 뿌듯하네요. 부자가 된 기분이에요.

나물을 볶고 나서 엄마의 사랑을 이제야 헤아려봅니다. 엄마의 마음을 그때 알았더라면, 새벽마다 도시락을 싸시는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복음기도신문]

jisy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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