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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한 자

사진: pixabay.com

시장에 겨울 무가 싸게 많이 나와 있기에 큰 것으로 몇 개 사왔다. 한국 무와 일본 무는 조금 다르다. 한국 것은 조선무라 하여 알이 밴 다리 모양이라면 일본 것은 일정한 굵기로 기다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일본 오뎅(어묵)에 들어있는 무는 동그랗게 크기가 일정하다. 일본인들에게 맛이 잘 배인 무는 오뎅보다 인기가 좋다. 오뎅을 하려고 무 하나는 남겨 놓고 나머지는 큼직하게 썰어서 한국 설렁탕 집에서 나오는 깍두기를 만들 참이었다. 나는 겨울 무로 깍두기를 만들 때 소금에 절이지 않고 갖은 김치 양념만으로 버무려 실온에서 며칠 놓아둔다. 그러면 무에서 나오는 물과 양념 맛이 어우러져 무는 아삭하고 빠알간 국물이 동치미 물같이 시원하니 맛있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 의자를 밟고 큰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한 쪽 다리로 의자 중심이 쏠렸는지 중심을 잃고 의자에서 떨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에 있던 남편과 딸이 놀라 달려왔다. 어디부터 떨어져 어느 곳이 아픈지 모르겠는데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한국이면 빨리 병원으로 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방바닥에 누워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하루를 보내었다. 몇 날이 지나니 조금씩 안고 일어나기가 편해지고 손목도 편해졌다. 깍두기가 맛있게 익어간다.

새해, 새날이 열렸다. 이 땅 곳곳은 가까운 슈퍼를 가려고 전철을 타려고 조금만 걸어도 신사(神社)가 있다. 굳이 그 수를 비교하자면 한국의 교회 같다. 살고 있는 집 주위에도 여섯 개나 되는 제법 큰 신사가 있다. 길거리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신당(神堂)은 그냥 함께 사는 존재 같다. 새해가 되어 저마다의 신사에서 안내하는 글귀가 여기저기 게시판에 가득히 적혀있다. 1월의 신사는 어느 곳을 가든 많은 인파들로 분주하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아이들, 사랑하는 연인들이 한 해를 기도하기 위해 발길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여호와여 위대하심과 권능과 영광와 승리와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 천지에 있는 것이 다 주의 것이로소이다 여호와여 주권도 주께 속하였사오니 주는 높으사 만물의 머리이심이니이다”(대상29:11)

다윗이 했던 기도를 동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은혜이지 않을 수 없다. 다윗의 시대이든 지금 이 시대이든지, 한국 땅이든 지금 일본 땅이든지, 예배당이든 코타츠 안이든지, 서 있든 앉아 있든지 다윗처럼 내가 나의 목소리로 여호와께 부르짖을 때 주님은 그 거룩한 산에서 응답하여주심이다. 이 땅의 어떠함이든 나의 모습이 어떠함이든 그저 주님만을 바라봄이다.

“복(福)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시 1:1~2)

오늘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르심의 상을 위하여 그 마지막 목표점을 향해 기도함이 즐거움이어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아니할진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한 자이길 바라고 원한다.

베드로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밤이 새도록 힘쓰며 수고를 하고 있다. 주님 말씀을 의지해서 그물을 던졌을 때 바라던 것을 넘어 기적을 보았다. 믿음의 순종으로 받은 응답이었고 그것이 기적이고 축복이 되었지만, 베드로는 배도 물고기도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갔다. 베드로의 눈에는 가득 잡힌 물고기가 아니라 이제는 주님이 보였음이라.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눅 5:11)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베드로처럼 밤이 새도록 기도하고 수고 한다. 각자의 인생 가운데 주님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을 주신다. 받은 은혜이고 축복이지만 주님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득 잡힌 물고기를 버릴 수 있다. 그리스도를 얻는 것이 참된 복임을 알게 되니까.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빌 3:8)

잡힌 물고기를 자랑하느라 분주하고 요리하느라 분주하여 근심과 염려를 가지고 주님께 나아가는 삶이 아니라, 그저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 얼굴을 구하는 것으로 더 즐거워하는 생명이고 싶어라.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한 자이고 싶어라.

“마리아는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눅 10:42)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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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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