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을지로 지하도에서 방향 없이, 정처 없이, 힘겹게 저의 맞은 편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8년 동안 거리에서 생활해 온 이*우 형제님을 만났습니다.
나이는 40대 후반이고, 어깨에는 군용 가방을 한가득 짊어지고, 무겁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모자에 마스크까지… 형제님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고, 피로로 가득 채워진 두 눈만 마주 대했습니다.
형제님께 간식을 전해드리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대화하는 형제님,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들릴듯 말듯 한껏 낮춘 목소리로 전해주었습니다.
현장 노동일과 페인트 칠 전문가로 꾸준히 일을 해온 형제님, 어느 날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역주행으로 달려오는 자동차와 부딪혀 그 순간 ‘죽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고 합니다.
며칠 뒤 기적적으로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되었고 이미 망가져 있는 본인의 몸을 보자 ‘그냥 죽는게 좋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의료보험과 사고 운전자 합의 금액으로 병원에서 치료는 받고 퇴원했는데, 그 후로도 1년 정도는 집안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가족과 아이들에게 짐이 된 자신의 처지에 힘들어 했다고 합니다.
1년이 지나 조금이나마 걸어 다닐 수 있을 때에는 또 다른 이유로 술로 하루하루 보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가정은 완전히 무너졌고, 본인도 어느 날 거리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화가 끝이 나고 기도하고 형제님과 함께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헤어질 때 형제님은 감사하다며 눈웃음을 지었는데 그 선한 눈빛이 아직 제 머리 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월, 후회한들 소용없는 지난 일과 시간들, 다시 되돌려 놓고 싶지만 불가능한 현실, 캄캄한 터널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불빛 하나 보이지 않으니 어디로 가야될지, 무엇을 해야할지, 그저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장인호>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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