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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노숙인들이 공공임대주택보다 쪽방을 선택하는 이유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12월 31일, 올 해 마지막 날도 여느 하루와 같이 종로 좁은방(쪽방) 심방을 했습니다. 그리고 골목을 다니며 찾아뵙는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분들 중 내년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가신다는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그래서 더없이 기뻐하며 축하드린다고 인사드렸지만, 그분들 이야기를 듣고나니 마냥 기뻐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전에도 공공임대주택을 가셔서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좁은 방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첫번째 이유는 술 문제라고 합니다. 좁은 방에선 술을 마셔도 주변에서 뭐라 하는 사람이 없지만 일반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에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있기에 얼마 버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좁은 방에서 편하게 했던 행동들도 그곳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습니다. 세번째로 공공임대주택을 가게 되면 바우처 등의 제도를 통해 도와주는 곳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필요한 것들은 개인이 직접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냉장고, TV, 밥솥, 이불,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모두 중고로 구입을 한다고 해도 최소 200~300만원 정도는 든다는 것입니다. 

몸만 가면 될 줄 알고 기뻐했는데 막상 공공임대주택을 가서 이런 문제에 부딪히니 몇 달 있질 않아 다시 좁은 방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이러한 문제를 이미 겪었고 또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며 좁은방 주민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네번째로 위 세가지 문제보다 더 힘든 것이 바로 좁은방에서 왔다는 선입견/편견 때문에 상처를 많이 입는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몇 일 있질 않아도 본인이 좁은방 출신이라고 주변 이웃들이 얘길하고 그렇게 쳐다본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외에 한두 가지 더 말씀을 드리면, 환경이 열악한 좁은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좁은방이 그리워지는 이유가 있는데, 먼저는, 슬픈 현실이지만 공공임대주택을 가게 되면 홀로 있다는 외로움을 더 진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좁은 방에 있을 땐 그래도 모두 힘들고 어려움 속에 살고 있기에 함께 대화를 나누며 어울릴만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공공임대주택에는 어울릴만한 사람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도 없고, 서로 삶의 패턴도 다르기에 그곳에서 적응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홀로 있다 죽음을 맞이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입니다. 그래도 좁은 방에서 거주하면 프레이포유와 같은 단체나 관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좁은방 센터나 사랑방에서 부족하지만 나름 관리를 해주고, 얼굴이 보이질 않으면 찾아와주고, 매주 한 차례 방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응급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마지막 세상을 떠날 때 장례 절차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에선 그런 도움은 전혀 바랄 수 없기에 어쩌면 비좁고 생활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래도 좁은 방이 낫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집도 넓고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이게 전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는 이 세상의 약자들의 삶과 그들의 고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엔 소망이 없습니다.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이 땅에 오직 하나님 아버지에게만 소망이 있음을 알고, 그의 나라를 간절히 소망합니다.<김재남>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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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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