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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거룩한 질투가 자랑이 되어가고 있다

▲ 일본의 자동차 수리점앞에 걸린 가격표. 필자 제공

오랜만에 집에 손님이 왔다. 몇 년 전(2016년) 우리 (조선) 학교를 갔다가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사진작가 재훈씨를 처음 만났다.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기위해 사진공부를 했단다. 운동장에서 뛰는 아이, 외발 자전거를 타는 아이, 축구하는 아이들, 춤추는 아이들, 노래하는 아이들…. 아이가 넘어지면 같이 넘어지고, 아이가 뛰면 같이 뛰고, 아이가 웃으면 같이 웃으며, 크고 긴 카메라에 아이들을 담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진다.

재훈씨는 비크리스천이다. 얼마 전에 우리학교 아이들 발표회가 있어서 구민회관에서 만났는데 많이 야위어 있었다. 많이 아팠단다. 그리고 한 참 만에 전화가 와서 주말에 집으로 오기로 했다. ‘형님이 오면 잘 먹이고 잘 해주고 싶네.’ 남편이 넌지시 말한다. 나는 더운 여름을 대비해 아껴 두었던 인삼 몇 뿌리, 역시나 아껴두었던 지인이 보내준 녹두, 대추, 마늘, 생강, 찹쌀, 닭을 준비했다. 그렇다. 메뉴는 녹두 삼계죽으로 정했다. 한국에서는 먹고자 하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기서는 좀처럼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특히 녹두와 인삼이 그렇다. 양이 많다고 손을 내 젓던 재훈씨는 천천히 다 먹었다.

나의 어린 시절 예배당은 마룻바닥이었다. 나는 이 계절부터 시작되는 교회의 마룻바닥을 좋아했다. 나무의 감촉과 시원한 느낌이 뒹굴뒹굴 하기 좋았다. 오늘 같이 더워지는 날엔 예배당의 시원한 마룻바닥과 어르신들의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찬양의 기억이 내 감성을 일깨운다. 그 때가 마냥 서럽도록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예배당 저 쪽에서 할머니가 나지막이 부르시는 찬양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때는 그 찬양이 내게는 너무 어려웠다.

“세상 즐거움, 세상 자랑 다 버렸네~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예수 밖에는 없네~~”

이 만큼 이 세상을 살고 난 후에야 나는 할머니가 부르시던 찬양에 조금씩 공감을 하고 있다. 무익한 나에게는 자랑할 것이 없다. 그저 주님을 돕는 이로 사는 것이 즐거움이 되어가고 있다. 특별하고 굉장하지도 않다. 놀라운 그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땅에 생명 있는 동안 신랑 되신 주님을 사랑하며 그분이 일하실 수 있도록 돕는 신부로 사는 것이 소망이 된다.

누가복음 10장에 강도 만난 이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사장에게 먼저 도울 기회가 왔는데 그냥 지나간다. 다음 차례엔 레위인에게 기회가 주어졌는데, 역시나 그냥 지나갔다. 늦게 기회를 얻은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희생으로 도와준다. 누가 주님의 돕는 이로 살아가는 삶인가? 깨닫게 된 것은 종교적인 모습만 있는 예배는 거절하셨지만 선한 사마리아인의 예배를 받으셨다는 것.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35~40)

주님의 돕는 이가 된다는 것은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든,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사람들과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나의 것을 희생할 줄 아는 선한 마음이다.

밀가루 조금과 기름 조금이 전부였지만 주님이 원하시기에 그것을 가지고 엘리야에게 떡을 만들어 대접한 사르밧 과부의 헌신을 생각한다. 실은 이것은 특별하고 굉장한 것이다. 예수님을 돕는 자로 사는 건 이처럼 값지고 영광스러운 길을 걷는 것이다.

의무가 아닌 사랑과 희생으로 시어머니(나오미)를 섬기고, 믿음으로 따라나선 룻을 보자. 당시 유대 베들레헴의 분위기에서 모압에서 온 이방 여인이 낯선 사람들과 지내며 학대당할 위험도 감수하면서 이삭줍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룻의 감동적인 희생, 순종, 정결함은 보아스의 눈에 들었고, 결국 보아스와 결혼하여 나오미와 엘리멜렉의 집안을 다시 회복한다. 오벳을 낳고 다윗으로 이어지는 예수그리스도가 오시는 길을 예비하는 자가 되었다.

오늘 아직 예수님은 모르지만 예수님을 알고 싶어 찾아 온 형제와 함께 기도했다. 그리고 돌아갈 때 남은 죽과 깍두기를 전철에서 냄새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꽁꽁 싸서 주었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명은 이기적인 내가 변화되어 예수님처럼 사람을 사랑하며, 깊이 공감하며, 관계를 맺는 것, 그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알리는 것, 결국은 그 땅에 마귀에게 빼앗긴 하나님의 통치가 다시 회복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 예수를 희생 시키셨다. 자격 없었지만 그 위대한 언약 안으로 성큼성큼 침노하며 들어온 룻이 참 부러운 밤이다. 룻을 향한 거룩한 질투가 나의 자랑이 되어 가고 있음이 감사하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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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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