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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카모메 식당이 생각난다

ⓒ 안호성

‘사모님~ 카모메쇼쿠도(갈매기식당)라는 영화 보셨어요’ 주일 예배를 마치고 뒷정리를 함께하던 일본성도님이 물었다. 그리고는 나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카모메 식당이 생각이 난단다. 사실 나는 그 영화를 여러 번 보았다.

한 일본 여자가 핀란드에서 일본 가정식 식당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이다. 잔잔하면서 밀려오는 감동이 있어 가슴을 적시고 싶을 때 편하게 다시 보게 되는 영화이다.

세월이 한 참 지나도록 손님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는 식당이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자리를 지키는 것이 지금의 할 일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텅 빈 식당의 테이블을 매일 닦고 유리컵을 마른 수건으로 매일 닦고 있다.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려고 애를 쓰고 엄마를 일찍 여윈 주인공은 일 년에 두 번, 소풍 가는 날과 운동회 하는 날에 아빠가 만들어 주셨던 오니기리(매실절임 같은 것이 들어간 주먹밥)의 맛을 기억하고 있다. 그 맛을 잊을 수 없기에 오니기리를 핀란드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소망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잔잔히 흐르는 영화이다.

오사카구 남쪽에 위치해 있는 마츠바라시에 살고 있다. 마츠바라시에는 오사카의 물을 책임지고 있는 수도국(수자원공사)이 있다. 바로 집 앞 골목을 지나 육교를 건너면 공원과 연결되어 있다. 이 공사에서 마을 주민들을 위해 큰 공원를 만들어 놓았다. 아침 8시가 되면 공사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공원의 동서남북 잠겨있는 문을 연다. 나는 그 시간에 맞춰 매일 아침 공원으로 간다. 사쿠라(벗꽃)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길 따라 인공이지만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보며 걷다보면 잘 정돈 된 잔디 언덕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언덕 위에는 오랜 세월을 알려주듯 사쿠라 나무들이 크고 두꺼운 뿌리를 듬성듬성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나는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낡고 바랜 나무 의자에 앉는다. 지금 내가 성실하게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무겁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 (롬 8:25)

무거운데 내려놓을 수가 없다. 이처럼 사랑하게 되었나보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앞에서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는 그 때의 베드로가 생각났다. 베드로에게 믿음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3년 동안 함께 친구같이, 연인같이 지내던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순간 무거웠구나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좁은 길을 잘 걷고 있지만, 여전히 예수님을 사랑하는데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며 참고 기다리는 것이 무거워서 움츠러들 때가 있다.

결국 베드로는 예수님을 이처럼 사랑하기에 거꾸로 십자가에 달릴 수 있었다.

나는 과수원지기의 딸이었다. 이른 봄이 되면 엄마는 겨우내 살아 낸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잘라내는 ‘전지’를 시작으로 열매를 바라신다. 어린 마음에 애써 자란 나뭇가지를 자르는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궁이에 불을 집혀 아랫목이 따뜻해지는 겨울이 되면 엄마는 밀가루로 풀을 만들고, 내내 모아 두었던 신문지를 일정한 크기로 자른다. 따뜻한 아랫목에 둥근 상을 펴고 엄마와 앉아 도란도란 자른 신문지에 풀을 발라가며 봉투를 만든다. 전지가 끝난 복숭아나무에 꽃이 피고 작은 열매들이 달린다. 엄마는 작은 열매들 중 제일 좋은 것 하나만 남기고 모두 잘라버리는 ‘적과’를 하며 열매를 바라신다. 그때도 나는 잘라내는 작은 열매들이 아까웠다. 그리고 남은 하나의 복숭아 열매가 조금 자라면 겨울에 만들어 놓았던 신문지봉투로 열매 하나하나를 모두 감싼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열매를 소중히 바라는 시간이다.

복숭아 하나는 신문지 봉투 안에서 햇빛을 보고 비를 맞고 바람을 느끼며 크고 깨끗하게 자란다. 소중한 하나의 열매를 바라기까지 잘리고 버려지는 것들, 안타까움, 아픔, 슬픔, 참음, 기다림…

예수님이 가파른 골고다 언덕으로 메고 가는 십자가는 무거웠다. ‘이처럼 우리를 사랑하사’ 이 십자가를 지셔야 했다. 예수님이 온 것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어 사역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십자가의 고통이 예상되든, 직접 경험되든 그것이 너무 무거워서 도중에 발을 빼지 않았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계획에서 자기가 맡은 부분을 수행하셨다.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치를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막 10:45)

나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의 선함을 확신하고 그 계획을 이루는 것보다 더 큰 갈망이 없음을 안다. 사실 보지 못한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편안함의 축복이 더 쉽다. 무겁다고 웅크리고 앉아 갈망과 현실 사이에서, 고난과 안락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나아가지 못하면 주님의 목적에 쓰임 받을 수 없다.

“너희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근신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너희에게 가져다 주실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 (벧전 1:13)

그래! 웅크렸던 허리를 동이고 마음을 다잡고 담대함을 버리지 말자.

“모든 은혜의 하나님 곧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부르사 자기의 영원한 영광에 들어가게 하신이가 잠깐 고난을 당한 너희를 친히 온전하게 하시며 굳건하게 하시며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하게 하시리라” (벧전 5:10)

주님! 나를 회복시켜 충분한 은혜를 누리며 그 날을 기다리게 하소서!

카모메 식당은 어떻게 되었냐면… 텅 비었던 테이블은 필란드 사람들로 가득 찼고 오니기리를 주문하는 손님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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