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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칼럼] 고통의 선물

“여보, 사람과 상황은 수시로 변해. 변하는 것들로부터 얻은 답은 또 변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변하지 않는 하나님으로부터 답을 얻어야 돼. 그럴 때 그 답은 변하지 않아.”

저녁을 먹다가 무슨 얘기 끝에 남편이 한 말이다. 설거지를 끝내놓고 앉아있는데 열린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온다. 믿기지 않을 만큼 선선한 바람이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면서 남편의 통증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힘겨운 방사능치료 6차를 마쳤다.

이 와중에 나는 영상 시나리오를 한편 쓰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시나리오 주제가 ‘고통의 선물’이다. 길지 않은 글을 쓰면서 고통은 글자가 아니고 문장이 아님을 깨닫는다.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통은 말이나 글로, 설명으로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누군가 아프다고 할 때 가벼이 넘기지 못할 것 같다. 고통의 선물이란 이런 것일까. 나의 고통을 통해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선물인가 보다.

남편은 지금 잠깐 시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얼마나 더 깊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지 기대가 된다. 분명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말없이 고통을 감싸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남편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다.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빠르게 넘어가는 내 기억의 페이지에서도 남편은 침착하고 조용하다. 해가 갈수록 점점 깊어지는 것 같다. 육신의 고난이 깊어지면 생각도 깊어지는가. 묵묵히 말씀 앞에 엎드리는 남편을 바라보는데 아내로서 기대가 된다.

그가 힘 있게 일어서는 날, 얼마나 더 견고한 믿음의 사람이 될지 기대가 많이 된다. 지난 3년간의 고통은 우리 인생에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바람이 불고 있다. 선물 같은 선선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오고 있다…

8년 전에 쓴 글인데 남편이 올해 또 한 차례 아팠다. 아픈 남편을 두고 나도 병원에 들어가야 했다. 3주간을 병실에 누워 원고를 마무리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은 날을 보냈다. 고통이 추억이면 좋겠는데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늘 현재로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지…

고통의 한가운데를 지날 때면 나는 매번 친정엄마가 그리워진다. 엄마가 즐겨 부르던 노래도 생각난다.

“세상풍조는 나날이 변하여도 나는 내 믿음 지키리니 인생 살다가 죽음이 꿈같으나 오직 내 꿈은 참되리라”

어릴 때 엄마 옆에 앉아서 뜻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찬송이 요즘 들어 자주 생각난다. 지금은 천국에 계신 엄마, 내 나이에 맞는 동요를 불러주시진 않았지만 늘 찬송을 들려주셨다. 내 나이에 맞는 동화책을 사주시진 못했지만 늘 성경을 읽어주셨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모르고 불렀는데 이제는 그 의미를 되새기며 부른다. 그때는 참 지루하고 어렵던 말씀인데 이제는 생명이 되는 성경말씀이다. 세상은 유행을 따라 나날이 변하지만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는 말씀과 찬송으로 알려주셨다. 그 말씀과 찬송이 오늘 내 마음을 지켜준다.

돌아보니 그것이 가정예배였고, 혼자서도 가정예배의 자리를 지킨 엄마의 믿음이 내게 유산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고통 중에도 예배를 쉬지 않는 남편의 믿음이 자녀들에게 유산이 되고 있다. 고통이 선물이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주님을 아는 이 땅의 가정들이 어떤 고난과 위기가 찾아 와도 예배를 포기하지 않는 믿음의 가정으로 세워지면 좋겠다. 어둠이 짙을수록 가정예배를 통해 새벽이슬 같은 믿음의 다음세대가 세워지기를, 그렇게 끊이지 않는 믿음의 역사가 주님 오시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글을 맺는다. <153가정예배'(두란노) 중에서>[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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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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