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16)
8년 전, 십자가 복음을 만났습니다. 복음 앞에 서 보니 제 운명의 끝은 지옥이었습니다. 끝이구나. 마음에 사형선고가 내려졌습니다. 그때 주님이 저를 대신해 죽으신 십자가로 초대해주셨습니다. 믿기만 하면 주시는 은혜의 구원. 그 복음을 만난 후 저는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선교와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일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님의 부르심은 내가 원하는 곳에서 무엇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한번은 특별메뉴를 준비하는 주방에 투입되었습니다. 메뉴는 삼계탕과 닭발요리. 제게 주어진 임무는닭의 발톱을 깎는 것이었습니다. 20대 중반에 밥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제가 닭의 발톱을 깍는다는 것은 … 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일 앞에서 주님은 늘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너, 나로 충분하니? 나 때문에 행복하니?”
그 질문 앞에 서면 항상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나 같은 죄인이 구원받았다는 것과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선교사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이 삶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나와 같은 아이엄마들, 여러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때면 찬양을 하다가도 지금 몇 절을 부르고 있는지 까먹기 일쑤입니다. 고상하게 앉아 메모를 하며 다른 사람의 나눔을 들을 여유는 없습니다. 싸우는 아이를 혼내가며, 우는 아이를 달래가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예배를 드립니다. 그러나 어느새 주님의 은혜 때문에 눈물로 범벅이 됩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내 자식도 사랑할 수 없는 나 때문에 울고, 나도 몰랐던 내 모습 때문에 절망하지만 그래서 더욱 주님의 긍휼을 구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하나님나라의 부흥을 위해 무능한 저를 이 자리로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교완성을 앞당기는 마지막 주자로 달리게 하십니다.
오늘도 제가 원하는 모양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양으로 이곳에 있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모두 저와 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성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