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비상한 역사 앞에서 비상한 반응으로

 

세속주의와 명목주의로 추락하고 있는 오늘날 교회의 형편을 살펴보면 암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2014년 서울의 한 대학에서 벌어진 일이다. 선교사가 설립, 기독교정신으로 다음세대를 기르기 위해 설립된 이 학교 게시판에 4장 짜리 대자보가 붙었다.

‘선교사가 세운 이 학교에서,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채플에서 어떻게 복음을 들을 수 없느냐, 복음을 듣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대자보는 하루 만에 누군가에 의해 철거되었다. 그 누구도 그 대자보에 동의하지 않았다. 채플에 관계하는 분들도 ‘용기는 고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적이 강한 것도 문제지만, 눈앞에 있는 적들과 싸움도 하기 전에 이미 지리멸렬한 아군의 상황을 보는 듯 했다. 마치 ‘버팔로’라고 불리는 아메리카 들소 한 마리가 몇 마리의 사자에게 집단으로 공격을 당하는 형국과도 같다. 한 놈은 코를 물어뜯고, 또 한 놈은 등줄기를, 다른 놈들은 목덜미와, 허벅지를 물어뜯는다.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한 마리 버팔로 주변엔 수 백 마리의 버팔로 무리가 있었지만, 무리는 외로운 한 마리 버팔로를 버렸다. 아무리 제대로 못 믿어도 예수님의 이름이 걸린 문제인데 의사표현 하나 못 하는 젊은 지성들의 소심함에 의분이 일어났다.

복음 앞에 선 복음기도동맹군들이여! 예배당 안에서 ‘우리끼리만’ 은혜 받았다고 외칠 것인가? 예배당 문만 나서면 절절 매는 것이 복음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어느 영역이든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예수님이 우리를 부끄러워하신다면 그건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을 부끄러워할 수 있는가?

캠퍼스 사역이 ‘힘을 잃었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새로운 영적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주제는 늘 선교였다. 그래도 ‘선교’라는 영역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었다.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침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 가운데 선교 헌신자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나름의 위안을 갖고 있었지만 마지막 희망마저 확실하게 꺾인 모양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비상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모른 척 했다가는 버팔로보다 못한 자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진리의 상아탑은 그냥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지?’라는 진지한 주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 짧은 인생 여정 가운데 영원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온 세상 만물을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거룩한 소명을 받은 사람들이 꽃 한번 피워보지 못한 채 먹고 살 걱정 때문에 젊음을 빼앗긴다.

억울하지 않은가? 게다가 저급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디지털 문명의 홍수 속에 넋을 빼앗긴 채 무한 생존 경쟁에 던져지는 것이 젊은이들의 운명이다. 성직자도 무너지고, 교인들도 타락해가는 이 판국에 복음도 제대로 모른 채 또 죄는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웠다는 얘기다. 정신 차리고 깨어 일어나 비상한 때, 비상한 역사 앞에서 비상한 반응을 보인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위기는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나른한 봄날에는 졸음 쫓기 어려운 것처럼 평소에는 허리 띠 풀어 놓고 긴장 없이 지낸다. 하지만 위기의 때에는 졸고 자던 사람들을 다 흔들어 깨워야 한다. 작은 차이로 사분오열 되어 있던 무리를 서로 연합하게 하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를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2014.8 메시지 정리) <계속> [GNPNEWS]

김용의 선교사(순회선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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