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11)
결혼과 동시에 선교사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열방을 누비고 다닐 줄 알았지만 주님은 저를 육아와 선교본부의 공동체를 섬기는 자리에 부르셨습니다.
셋째 아이를 출산한 후 우리는 선교사훈련원에서 사역하게 되었습니다. 훈련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늘 아이들을 조심시켜야 했습니다.
장난꾸러기 7살 남자아이와 오빠를 따라 말썽부리는 4살 여자아이, 그리고 늘 엄마만 찾는 젖먹이 아이, 모두에게 내가 필요했습니다. 하루 종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또 공동체를 돌아보며 나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뒷목 잡을 일들이 생겼습니다.
그 생활에 힘들어 하고 있는 나를 지켜보던 남편이 하루는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당신! 화병 나 죽던지 십자가에서 죽던지 결론이 나야겠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나의 심령을 파고들었습니다. 마치 어둠의 긴 터널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막막했습니다.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지, 왜 상황에 부대껴 아이들을 다그치는지. 주님은 어두움 가운데서 그 이유를 알게 하셨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이 힘에 부쳐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유별나서도, 환경이나 상황이 어려워서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내 안에는 나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믿음으로 잘 키우고 싶은 나, 선교사로 잘해야 하는 나, 살림을 맡은 선교사로 공동체를 잘 돌아봐야 하는 내가 문제였습니다.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바라보던 자신의 추악함을 상징하는 나무 위에 달린 놋뱀이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죽은 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고, 주님은 다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셨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언제나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머리 위로 그리는 하트도 빼놓지 않습니다. 피식 웃음이 나지만 그 말이면 충분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열심히 살아보려다 울상 짓고 있는 저에게 주님이 물어 보십니다.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사랑하느냐?’
‘하나님 아빠! 사랑해요.’
하나님의 아들을 주시기까지 저를 사랑하신 아버지의 사랑, 이 복음이면 충분해요.
이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