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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가난한 카렌족의 100개 선물, ‘집단 동력’의 은혜

오영철 제공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들은 선교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 현상들이 발생하게 하는 변인들의 함수관계를 통하여 선교지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드린 예배에서 보여준 카렌 교인들의 행동은 매우 특별했다. 그들은 평소에 내가 소망하던 일을 이룰 수 있는 실마리를 보여주었다.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의 ‘이타적 집단 행동’은 특별했다.

2024년 9월 29일 주일은 치앙마이도 매쨈의 깊은 산골에 있는 ‘무쩨니’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 예배는 카렌 침례 총회 ‘시온’ 지방회에 속한 12명의 목사님들을 위한 위로와 감사 예배였다. 주일 예배를 겸한 감사예배는 9시에 시작됐다. 예배는 순서들이 많아서 두 시간 반 정도 진행됐다. 그 예배 중에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그것은 그 예배에 참석한 카렌 교인들이 12명의 목사님들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었다.

“이제 일반 교인들이 12명의 목사님들에게 선물을 줄 시간입니다.”

사회자의 광고에 처음에는 몇 사람이 쭈뼛쭈뼛 일어나는 듯했다. 어느 정도 지나더니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리를 지어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전체 참석자가 대략 300여 명인데, 100명 정도는 줄을 서는 것 같았다.

이들은 손에 12개의 봉투를 준비하여 12명의 목사님들 앞으로 가서 갔다. 겸연쩍은 모습으로 악수하면서 봉투를 주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정성스럽게 봉투를 준비한 축하객은 노인, 장년, 여성, 남성, 청소년, 어린이까지 모든 세대였다. 소수의 여유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골에서 옥수수와 벼농사로 살아가는 가난한 카렌족이다. 그들의 옷차림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정성, 감사의 마음, 존경심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고귀하고 존엄하기까지 했다.

앞에 서서 수십 개의 돈 봉투와 선물을 받은 12명의 목사님의 모습은 다소 어색하고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지만 가난한 교인들이 정성을 담아 전달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타적인 집단행동’의 모습이다. 사회 심리학자에 따르면, 이것은 ‘집단 역동’이라고 한다. 레빈(Lewin)은 집단 역동(Group dynamic)이란 “집단 속의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집단과정 속에 나타나는 오묘한 상호작용적 힘”이라고 하였다. 목사님들을 위한 자발적인 헌신의 규모가 몇 명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표현함으로 이전과 다른 변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선교사로 거의 30년이 되지만 이렇게 눈에 띄게 이타적 집단행동을 선명하게 드러난 행동은 드문 일이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예배 후에 한 목사님에게 찾아가 오늘 받은 봉투 숫자를 확인했다. 모두 95개의 봉투와 5개의 선물이었다. 12명의 목사님들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마음을 모은 100개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선물을 하는 교인이나 선물을 받는 목사님들 모두 동일한 또 하나의 분위기를 느낀다. 그것은 ‘드림으로 인한 기쁨’, ‘집단적 자기 존엄의 에너지’이다. 외부에서 선물이나 도움을 받았으면 이런 분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드리고 희생하기 때문에 나오는 자기존중이다. 어떤 특정한 조건들과 동기부여가 결합된 공동체는 이전과 대조적인 변혁적인 행동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성령 하나님의 역사와 섭리에 대한 다른 표현일 수 있다.

무엇이 이런 집단적 역동을 드러나게 하였을까? 이번 일은 시온 지방회에 영향을 끼친 한 교인이 있었다. 바로 이번 목사님을 위한 감사 예배를 생각하고 본을 보인 ‘피찟’ 장로였다. 예배 후에 개인적으로 만나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였는지 질문했다.

20241003 OYC 2
오영철 제공

“10년 전부터 우리 지방회 목사님들을 위하여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몇 년 전부터 그 이야기를 교회와 지방회에 나누어서 이번에 하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 곤란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 행사를 위한 재정에 관한 것이다.

“저는 이번 행사를 위하여 개인적으로 14만 받 정도를 사용하였습니다. 교회도 2만받 정도를 지원하였습니다.”

14만 받이면 한화로 대략 500만 원으로, 그가 받는 연금의 4개월 이상의 액수의 헌신이다.

“목사님들의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여러분들의 교통비 그리고 음식을 위하여 그렇게 사용했습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드렸다. 그의 헌신을 보고 지방회 교회와 교인들이 도전을 받은 것이다. 한 사람의 헌신, 모델 그리고 변하지 않은 신실한 자세가 집단 역동을 일으킨 중요 원인이었다.

사실 공동체를 위한 그의 헌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여 년 전 실로암 신학교 기숙사 건축을 할 때 그와 처음 만났다. 나는 모금을 위하여 교회를 방문 중이었는데, 그가 교사로 있는 초등학교에서 만났다. 그에게 신학교 기숙사의 필요성과 헌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의 한 달 월급을 작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근무하는 다른 카렌 교사에게도 도전을 주어 그녀도 헌금하게 하였다. 이후에 그와의 교제는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이번에도 이 행사를 위하여 그가 나를 특별한 손님으로 초대한 것이다.

그는 나를 위한 선물도 특별하게 준비했다. 카렌 양복, 하얀색 와이셔츠, 넥타이 그리고 봉투에 담은 교통비 1500받까지, 다 합하니 약 5000받은 됨직한 선물이었다. 큰 액수이다. 내가 지금까지 그에게 준 것은 하나도 없다. 주기보다는 헌금하라고 도전을 했을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선물을 마음에 담아서 준다. 내가 그것을 받을 자격이 없음을 나 자신이 잘 안다.

사실 카렌 침례 총회에서 목사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다. 이 시온 지방회의 20여 곳 교회와 50곳의 예배처소에 4천여 명의 교인들 가운데 목사는 열두 명 밖에 안된다. 이곳에서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먼저 지역교회가 담임목회자를 지방회에 천거한다. 천거를 받기 위하여 담임목회자는 모든 교인들로부터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보통 담임목회자가 된 후 10년 이상을 지켜보면서 인격, 성품, 가정생활, 겸손, 목회 경험, 은사 등등의 영역에서 본을 보여야 천거를 받을 수 있다. 솔직히 나는 그런 공동체의 시험 과정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 외형적으로 볼 때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목사이지만 그 안에 신실함과 목사 됨은 고상하고 고귀한 분들이다.

만약 선교사가 모금하여 이런 행사를 하였다면 이런 ‘집단 역동’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교사의 도움을 받으면 오히려 희생하기보다는 더 도움을 받고자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서툰 선교사의 후원은 오히려 집단역동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현지 한 사람의 헌신과 모범 그리고 신실함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확인한다. 그런 과정에서 내가 그에게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아니라, 헌신을 도전한 것이 그것을 강화하였다는 점은 오묘한 상호작용이다.

이번 목사님들을 위한 위로 감사예배에서 나타난 ‘이타적 집단 역동’이 다른 영역에서도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은 선교를 위한 집단역동이다. 선교를 위한 헌신과 참여가 많은 카렌 교회 안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피찟’ 장로와 같이 먼저 본을 보이고 헌신하는 현지 지도자의 존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피찟’ 장로에게 연락이 왔다. 잘 돌아갔는지 안부를 물으면서 먼 걸음을 와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한다. 사실은 내가 고마워야 할 사람인데, 베푼 사람이 고맙다고 한다. 선교지라고 해서 늘 도움을 주는 것이 최상이 아님을 다시 경험한다. 그리고 현지 교회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인물은 선교사가 아니라 현지 교회 지도자임을 다시 배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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