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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아름다운 발걸음

김봄 제공

매주 토요일이면 현지 목회자들과 함께 마을 전도를 간다.

가난한 마을 교회 목회자들이 매주 돌아가면서 각자의 마을을 방문해서 함께 전도한다.

저번 주는 우리 교회 마을에서 전도했으니 이번 주는 당신 교회 마을에서 전도하자, 이런 식이니 일종의 전도 품앗이 같은 셈이다.

픽업용 대형트럭이 각 마을을 돌면서 전도의 동역자들인 현지 목회자들을 태우고 전도를 할 마을에 도착한다.

이번 주 전도를 하는 마을의 교회는 지난 폭우 때 교회 건물이 다 떠내려 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터전에 천막으로 교회를 재건한 천막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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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제공

다시 폭우가 쏟아지면 또다시 떠내려갈지 모를 천막 안에서 이미 교회가 된 이들이 모여 함께 예배드린 뒤 두 세사람씩 짝을 지어 전도를 나간다.

한국처럼 전도 용품 같은 건 없다.

전도용지도 귀해서 꼭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에게만 전한다.

대신 전도자의 메시지가 전도 용품과 전도용지를 대신한다.

전도 용품과 전도용지를 나눠주면서 ‘예수님 믿으세요’ 한마디 말로 끝나는 전도가 아닌 창조주가 누구인지. 죄가 무엇인지 예수님이 왜 십자가에 돌아가셨는지 부활하셨는지에 대해 전한다. 듣는 사람이 빨래를 하든 나무를 하든 땅콩을 볶든 설거지를 하든 물을 긷든 문제 되지 않는다. 심지어 무슬림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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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제공

바쁜 사람 불러 놓고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를 한국에서는 봐주지 않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들 대부분이 아무 말 없이 복음을 듣는다.

빨래를 하면서 나무를 하면서 땅콩을 볶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물을 길으면서도 그들은 가타부타 반응하지 않고 복음을 듣는다.

길 가던 사람 무슬림은 걸음을 멈추고 듣기도 한다.

심지어 기도를 해주겠다고 하면 대부분이 손을 모은다.

마지 못해 모으기는 하지만 사양하는 사람은 없다.

속내를 전혀 알 수 없는 표정과 무반응에 과연 이들이 듣고 있기는 할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했다는 것이다.

듣든 듣지 않든 상관없이 열정을 다해 복음을 전하는 탄자니아 목회자들을 보면서 전도에 인색하고 강팍한 가난한 나의 영혼과 직면한다.

한국에 있을 때, 언제 노방전도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다.

특히, 거리에서 창조주 하나님을,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의 피 흘리심으로만 가능한 구원과 부활과 영생에 대해 전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언젠가 학교 앞에서 전도하다가 학부형들의 항의와 신고 협박을 받은 뒤로 위축된 마음이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예 닫혀버렸음을 고백한다.

물티슈 하나 나눠주면서 ‘예수믿으세요’ 가 전부인 전도조차도 이제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일 같다.

복음을 전하는 일.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감당해야 할 이 책임이 열매가 없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사명이 되어버렸다.

무슬림이 판을 치는 이곳도 다르지 않다.

복음을 듣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은 모스크다.

복음을 듣고 그들은 모스크에서 이마를 박고 기도를 한다.

오늘 복음을 들은 이들을 과연 내일 교회에서 몇 명이나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해야 한다. 1%, 아니 0.1, 0.01, 0.001%인 한 영혼을 위해서.

마당이 넓은 집 평상 모퉁이에 그림같이 얌전히 앉아 있는 카타리나 할머니는 너무 오래 살아서 자신의 나이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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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제공

아이를 12명 정도 낳은 것 같은데 지금 아이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름은 카타리나인 것 같은데 성은 가물거린다던 그녀가 치매인가 싶었는데, 예수를 아냐고 묻는 우리의 질문에 오래전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묻는다 “예수가 누구지?”

그녀에게 복음을 전하고 함께 예배를 드린 뒤 가까운 교회가 어디있는지 알려주었다.

나이가 생각나지 않아도, 자녀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몰라도, 앞으로 예수만 생각하고 기억하면 된다고. 매일매일 예수님 생각하라는 우리의 당부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 거린다. 과연 그녀가 내일 교회에 갈까?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지만 복음의 씨앗을 뿌렸으니 물을 주고 열매를 맺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그녀의 배웅을 받으면서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길.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본다.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길 위에 아름다운 발자국 하나 남겨주실 하나님의 사랑을 찬양한다.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 (로마서 10장 15절)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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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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