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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영광의 전례, 뭄바이 빈민 자선 식당

원정하 제공

저와 아내 손정아 선교사는 오는 9월 7일부터 두 번째 안식년을 시작하려 합니다. 집을 정리하고, 짐을 1년간 보관할 창고로 보낸 후 마지막 이틀 정도를 호텔로 옮겨 지내는 중이지요. 이 글을 쓰는 현재는 인도에서의 마지막 저녁이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한국에 들어옵니다.

이 와중에, 세 시간 떨어진 인접 도시 ‘뿌네’에서 윤성현 군이 저와 아내를 보러 왔습니다. 영국에서 유학을 하다 방학을 맞아 부모님이 계신 인도에 돌아왔는데, 저희를 한 번 더 보러 왔던 것이지요. 그래서 반갑게 교제를 나누다가, 한 번 더 빈민 식당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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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이미 지난 8월 30일에 방문해서, 이제 1년 정도 얼굴 못 볼 것이라 인사했는데 한 번 더 가니 난리가 났습니다. 지난 번 보다 더 많은 아이가 몰려왔고, 식당도 인산인해가 되었지요. 저와 성현이도 두 사람이 들 수 있는 최대한의 절제회 전도팩(만화 전도책자 + 금주금연 안내문 + 껌 세통)을 갖고 갔는데 그것도 다 나누어 줄 수 있었습니다. 저번에, 1년간은 못 볼 것 같다고 인사했을 때 분명히 ‘다섯 밤만 자고 또 오세요’라고 황당한 말을 한 아이가 있었는데, 왠지 모르지만 정확히 그 친구 이야기대로 된 셈입니다.

이 빈민 자선 식당은 음식이 산 같이 쌓여있지만 가난한 이들은 밖에서 대기하다가, 지나가던 누군가가 불쌍해서 몇 명의 밥값을 내 주면 그 만큼만 들어와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도 합니다. 비 맞고(지금은 우기입니다.) 굶주리며, 그리고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며, 조금 일찍 온 사람이 신나게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제가 오면 전원 입장, 모두 원하는 만큼 먹고(10인분 넘게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원하는 만큼 포장해 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제 테이블에는 어린이들이 둘러앉아 신나게 식사하며, 제가 나누어준 장난감을 갖고 놉니다. 어린이들은 거의 멤버 변함이 없지만, 어른들은 맨날 와도 절반은 처음 보는 이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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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가장 가난한, 그리고 가장 비위생적인 아이들과의 떠들썩하고 어지러운 식사. 풍성한 나눔,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꼭 나누어주는 절제회 전도팩, 그 안에 들어있는 만화 전도책자(복음) 금주금연 안내문(사회계몽)… 이 사역은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사역이었습니다.

수십 명이 손을 닦고, 목을 닦고, 겨드랑이를 닦고, 귀를 닦은 수건으로 접시를 닦아 음식을 담아주는 참혹한 위생 상태. 그토록 너무나 비위생적인 음식을 계속 먹다가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어, 힘든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육신’적인 사역을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했지요. 그런데 이제 안식년 동안 이들을 자주 보지 못합니다.

제가 속한 감리교단에는 하이처치(High Church)와 로우처치(Low Church)라고 두 가지 전통(우열은 없습니다.)이 공존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가운을 입고, 스테인드 글라스의 찬란한 빛을 받으며, 전통적인 찬양 속에 성찬식을 하는 사역이 ‘하이처치’라면, 뜨거운 기도원이나 혹은 찬양집회 사역은 ‘로우처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로우처치’의 예수전도단 등에서 훈련을 받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하이처치’에 속한 목사입니다.

제 파송교회인 옥토감리교회의 주일 예배 스타일도, 저희 아버지 원성웅 목사님도, 제 신학교의 은사님인 김외식 교수님이나 이후정 교수님, 김진두 교수님도 대체로 하이처치의 성향이셨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예전을 중시하는 성공회나 정교회 예배를 찾아다니고, 예수원이나 이집트의 마카리우스 수도원 등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제가, 성직자가 된 이후로는 가운을 몇 번 입어보지도 못했습니다. 도리어 빈민가 길바닥에 앉아서 기타를 치고, 코로나 감염 지역에서 마스크를 나누고, 빈민 자선 식당에서 걸인들과 밥을 먹고 만화 전도책자를 나누며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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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그러나 때로는, 이 자선 식당에서 빵을 떼어 나누는 것이 진짜 성찬식이라는 생각에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원래 성찬식에는 구제의 뜻도 강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리스도는 육신으로 오신 말씀이니, 보혈의 말씀이 담긴 이 만화 전도책자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성찬 집례 시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마음으로, 이것을 정성스럽게 나누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니까요. 거리에서의 성례, 가난한 이들과의 성찬식. 그 영광의 전례를 행하는 사제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게 너무나 영광입니다. 안식년 동안, 가장 그리울 곳은 이곳입니다.

저희는 내일(9/6) 한국에 돌아갑니다. 다시 잘 정비해서 인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영혼과 육체가 잘 준비되고, 비자와 재정착 등 모든 것에 주님의 이끄심이 있기를. 나머지 상황은 이어지는 글들로 곧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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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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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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