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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1000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한 인도 나가랜드 교회의 등장

오영철 제공

“우리는 인도 나가랜드에서 오는 A 선교사를 위하여 매달 7000받(200불)과 주택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실로암 신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신학교 운영위원회 회의 정식 안건으로 다루고 지원을 결정하였다. 이 결정의 내용을 보면 선교사와 현지 교회의 전형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일반적으로 선교사와 현지 교회의 관계는 후원자와 수혜자의 관계이다. 선교사는 도움을 주는 후원자이고 현지 교회는 도움을 받는 수혜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내용을 보면 현지 교회가 도움을 주는 후원자이고 선교사는 도움을 받는 수혜자이다.

이번 신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도움을 주기로 결정한 선교사는 내년 2025년 초에 태국에 도착 예정인 인도의 나가랜드에서 오는 부부 사역자이다. 그 선교사를 파송하는 인도 나가랜드 교회는 경제적으로 약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선교에 대한 열심을 가지고 천여 명의 선교사들을 세계에 파송하였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태국 카렌침례교회에서는 나가랜드 선교사를 위하여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신학교 내에 있는 주택을 준비하고, 그들이 태국에 머물 때 필요한 비자 처리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성숙한 상호의존의 모습이다. 나가랜드 선교사 부부는 그들의 젊음과 신학적 지식, 그리고 그를 파송한 선교하는 나가랜드 교회를 알려 줄 것이다. 서로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모습은 21세기 선교에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회의에서 선교사에 대한 다른 이해를 보여주는 한 위원의 의견이 있었다. 실로암 신학교 75주년 기념 홀을 건축하자는 안건과 관련이 있다. 2033년이면 실로암 신학교 75주년이 된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시기에 강당을 건축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운영위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75주년 기념 강당 건축은 선교사들이 맡으면 어떨까요?”

그 모임에 참석한 한국 선교사가 후원자가 되어 신학교를 도와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필자가 회의 중에 발언권을 얻어 의견을 전했다.

“운영위원들과 위원장님 그리고 신학교 학장님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지역교회에서 모금하는 것입니다.”

신학교 75주년 기념 건물 건축을 선교사에게 맡기자고 한 의견에 대한 답과 같은 성격이었다. 이런 의견이 참석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신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이렇게 상반된 선교사들에 대한 태도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신학교가 이곳에 시작될 때부터 미국 선교사가 신학교 운영과 직원에 관한 대부분의 재정을 책임졌다. 그것이 일종의 문화가 되어 왔다. 나중에 합류한 한국 선교사들은 신학교에 필요한 건축이나 장학금을 제공했다. 일부 선교사는 현지인들에게 용돈을 주고, 정기적으로 맛있는 특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후원은 나름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였다. 주목할 점은 이런 과정에서 서구권과 한국 선교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화되었다. 선교사는 후원자이고 신학교는 수혜자라는 구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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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영철

그런데 2006년경 새로운 선교사가 등장하였다. 태국 카렌교회는 처음부터 이들에게 재정적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인도 나가랜드에서 온 그들의 경제적 상황이 태국보다 더 가난한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어려운 형편에서 선교하는 것을 보고 도와주었다. 태국 교회는 나가랜드 선교사들이 처음 왔던 2006년부터 그들이 머물 숙소를 준비했다. 이번에 오는 나가랜드 선교사도 같이 맥락에서 현지 교회가 선교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현지 교회의 섬김은 카렌침례교회에 속한 지역교회를 방문할 때 많이 경험한다. 지역교회를 방문하면 대부분의 교회가 선교사인 필자를 정성껏 섬긴다. 선교사가 왔다고 해서 재정적인 기대를 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 이런 원인 중 하나는 필자가 하였던 카렌 지역교회 방문의 많은 경우가 모금이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15년 전 무렵, 카렌총회 회계책임자와 같이 신학교 기숙사 건축 모금을 위해 70여 곳의 카렌교회를 방문하였다. 신학교 주인인 카렌교회가 외국 선교사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헌신의 중요성을 나누었다. 1억 원 이상이 모금되었다. 그 이후 카렌교회는 필자를 대할 때 주로 재정에 대한 후원자의 이미지보다 헌신을 요구하는 모금자의 이미지를 갖게된 것 같다. 더 큰 원인은 카렌은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족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 이후, 그들은 필자를 손님으로 여기고 선물과 교통비를 주곤 한다.

이런 상반된 모습을 통하여 나의 실로암 신학교에서의 사역을 돌아본다. 왜 신학교 교직원이나 운영 이사들과 카렌 지역교회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다를까? 결국 카렌교회가 ‘자립’, ‘자선교’ 더 나아가 ‘자신학’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교회가 되기 위해 선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도 나가랜드 선교사를 대하는 이들의 모습에 어떤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약함으로의 선교’이다. 인도 나가랜드 선교사가 경제적으로 약하기에 현지 교회가 성인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너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강함을 보이지 않고 나의 강함을 보였다면 나의 선교사역은 미숙한 수준일 수 있다.

한국교회가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대부분 위기라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한국교회가 약하여질 때, 하나님의 강함이 드러난다면 그것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수 있다. 한국교회 선교가 선교지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선교사들이 약한 모습보다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현지 교회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너무 가부장적(Paternalistic)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경제적, 교육적 강함을 통하여 선교사나 한국교회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선교 형태와 관련될 수 있다.

20세기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전통적인 선교지라고 여기던 남반구 아프리카와 중남미 교회가 세계 교회의 중심이 되었다. 침체된 한국교회는 변화된 21세기 세계 교회와 선교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재정적 강함을 통한 가부장적 선교 자세를 지양하고 상호의존과 존중의 자세를 지향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현지 교회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와 방법을 탐구해야 한다. 가난한 인도 나가랜드 선교사를 돕기 위한 현지교회의 섬김은 성숙한 선교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약한 자를 통하여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이 그 속에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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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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