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작년처럼 성탄나눔을 했어요. 몽골에선 가난한 어린이들을 한국에선 이웃 어르신들, 인근 상점들을 찾아가 노래를 불러드렸어요.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아라.”
저희가 사랑을 전하러 찾아가긴 했는데 뭔가 상황이 반대로 진행되는 것 같았어요.
야채가게 아저씨는 팔려고 쌓아둔 귤을 안겨주셨고, 떡집에선 참기름을, 정육점에서도 간식을 주셨어요. 해장국집 할머니는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신사임당이 그려진 돈을 주셨어요. 몇번을 거절했는데도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셨어요. 머리가 하얀 할머니 댁에 갔을 땐 얼마나 춥던지 방이 냉골이었어요. 할머니는 앉아계시던 작은 전기매트를 저희에게 내밀었어요. 거절하다 거절하다 매트에 앉아 찬양을 불러드리고 나왔는데 할머니는 어느새 마트에서 음료수를 한 박스 사 들고 저희를 쫓아오셨어요. 연세가 86세라고 하셨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믿기지 않았어요. 사랑을 전하러 갔는데 오히려 저희가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왔어요. 올해도 아무도 거절하지 않으셨어요. 함께 손뼉 쳐주시고, 선물 받기가 미안하다 하셨어요.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말씀드리고 함께 기도했어요. 예수님이 우리를 왜 찾아오셨는지 이웃들을 방문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신 분, 치매로 기억을 못 하는 분, 알콜 중독과 암 환자, 잘 안 들리고, 안 보이는 분들… 찾아가지 않으면 찾아올 수 없는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그분들을 보며 문득 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수님 사랑을 기억 못 하고, 세상 유혹에 쉽게 중독되는, 믿음의 절름발이, 귀머거리, 눈먼 자가 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님이 오신 거예요. 죄인인 저로서는 도저히 주님께로 갈 수가 없으니 저를 찾아오실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세상에 대한 분노가 많고, 외로웠다고 고백하신 어떤 어르신은 청년들 노래에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상처받은 마음이 치료되는 것 같다고, 요즘도 이렇게 성탄절에 집집마다 방문해서 찬송을 부르는 청년들이 있냐며 놀라워하셨어요. 옛날 생각 난다며…
몽골과 한국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성탄나눔은 우리를 통해 주님께서 하신 일이었어요. 물 떠온 하인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여러 개척교회와 연합하여 성탄예배를 드렸는데 예수님의 사랑만 전하고, 예수님의 사랑만 남은 성탄절이었어요.
찾아가는 성탄의 주체는 사람도 아니고, 단체도 아닌 철저히 예수님이심을 깨달았어요. 찾아오신 주님처럼 찾아가는 심부름을 계속하고 싶어요. 주님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복음기도신문]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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