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박태양 칼럼] 기독교적 신비와 비기독교적 신비주의

사진: unsplash의 Casey Horner

눈먼 기독교(56)

기독교는 하나님의 내재성과 초월성이 함께 있는 종교이므로 당연히 그 속성 가운데 신(神)적인 신비로움이 존재한다. 신구약 성경에서 보여주듯이 수많은 이적은 물론 꿈과 환상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자신을 계시하셨다. 신비로운 현상은 과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이 시대에도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아직 일제 식민지로 있던 1939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후에 한국의 엘리야라는 별명을 얻은) 의사 박관준 장로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던 중 하나님에게서 장차 있을 일에 대한 말씀을 받고 지체하지 않고 순종하였다. 박 장로는 (후에 살아 있는 순교자로 칭송받은) 교사 출신 안이숙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제국의회 회의장에서 “여호와 하나님의 대사명이다. 회개하지 않으면 일본에 유황불이 떨어질 것이다!”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선포하였다.[1] 결국 이들의 경고는 정말로 이루어졌는데, 6년 후 일본의 두 도시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박 장로는 살아생전, 1945년 8월에 나라가 해방될 것이라고도 예언했는데, 본인은 그날을 보지 못했다. 하나님이 장차 나라에 발생할 주요한 사건들을 한 개인에게 특별히 알려 주신 것을 비기독교인은 물론 기독교인도 믿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비한 일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일어난 바가 있다.

1973년 어느 날, 당시 박정희 정권에 눈엣가시처럼 여겨지던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이 일본 도쿄에서 납치되었다. 그는 괴한들에 의해서 현해탄 바다 한가운데서 수장(水葬)될 위기에 처했는데, 바로 그때 예수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에 그는 예수의 소매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그 직후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행기가 나타났고, 이 괴한들은 김대중을 바다에 던지려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2] 너무나 급박한 순간이었기에 그가 헛것을 본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신비한 일이 이 세상에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일까? 또한 성경에 나온 신비로운 일들 외에 더 이상의 신비로운 일은 이 시대에 일어날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이 시대에도 신비로운 일이 개인적으로 또는 공동체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물론 본인 혼자만의 믿음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는 이적을 부인하며,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합리성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시대에는 기독교의 신비를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신비로움을 지나치게 남발하여 기독교가 마치 신비주의를 추종하는 종교인 것처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음도 사실이다. 기독교는 신비로운 종교이지만, 결코 신비주의는 아니다. 신비주의는 명백히 비기독교적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유럽 식민 통치의 영향으로 현재까지도 기독교를 믿고 있다. 그런데 이 기독교가 아프리카의 토착 종교와 혼합되어 내용이 변질된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교회는 세례식을 거행할 때 물로 세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우유로 세례를 주고 있다. 그들은 물세례보다도 우유세례가 더 가치 있는 의식(儀式)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물세례의 신학적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이다. 순진할지는 모르지만, 모르기 때문에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모습이 됐다.

MBC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김혜수의 W”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있었다. 언젠가 이 방송이 아프리카의 콩고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국가들에서 유행하는 악령 퇴치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이들 나라의 일부 신부들과 목사들이 순박한 성도들을 대상으로 영적인 사기를 치며 부(富)를 축적했다. 아이들에게 악령이 들어가 그 집에 재앙이 있는 것이라며 기독교를 빙자한 주술(呪術)을 했고, 그 방법이 잔인하여 아이들에게 커다란 고통까지 주었다. 아이들 영혼에 깃든 악령을 눈으로 뽑아 낸다며 어린 아이들의 눈을 마구 후비고 쑤셨던 것이다. 또한 이 기독교 주술자들은 교묘히 눈속임을 하여 맹목적 종교심에 물들어있는 사람들을 현혹했다. 그곳에서 하나님은 인간의 탐욕과 거짓, 어리석음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해 보였다.

나타나는 양상(樣相)과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 하나님의 신비로움을 빙자(憑藉)하여 세속적 잇속을 차리는 종교인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물론 그런 종교는 참 종교가 아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롤랑 달비에는 종교가 입증하기 어려운 환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한다.

종교 문제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든 간에, 종교가 환상이라는 것을 어떻게 입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환상이란 단순히 잘못된 믿음일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명백히 잘못된 믿음을 뜻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3]

신비로움을 인정하면서도 신비주의로는 넘어가지 않는 균형 잡힌 영성이 이 시대에는 필요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신비로움을 전혀 인정하지 않거나 비성경적인 신비주의에 몰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1] 물론 이 사건으로 두 사람은 옥고(獄苦)를 치렀다. 그 후 박 장로는 신사참배 반대 운동으로 다시 투옥돼 해방 5개월 전에 옥사(獄死)를 했고, 안 여사는 사형 집행 하루 전에 해방과 함께 출옥했다.

[2] 이 내용은 김대중 자서전에 나와 있다. 또한 김대중 자신이 2007년 CBS TV 개국 5주년 특별 대담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밧줄을 뜯을 수가 없나 손에 힘도 줘 봤어요. 그때 예수님이 옆에 서시더라고요. 그래서 예수님 소매를 붙잡고 ‘예수님 저를 살려 주십시오. 제가 국민들에게 할 일도 많습니다’라고 기도했죠. 그때 그 순간 펑 소리가 나요. 평 소리가 나니까 나를 묶었던 정보부원들이 ‘비행기다’하면서 뛰어나가요. 그래서 거기서 예수님을 실제로 뵈었는데, 그 순간이 내가 산 순간이었어요. 그때 조금 늦었으면 바다에 던져져 못 산 거거든요. 우연의 일치로 됐는데 나는 확실히 그분이 예수님이란 걸 믿어요.”

[3] 데이비드 스태포드 클라크, 『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푸른숲, 260쪽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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