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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칼럼] 결혼 잔치와 빈민식사

사진: 원정하

지난 12월 17에 인도의 극과 극이라 할 만한 두 번의 식사 자리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봄베이 빈민 자선 식당에서의 가난한 이들과의 소박한 식사였고, 또 한번은 그 빈민 식당 주인 아들(무스타파)의 결혼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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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짧고 굵었던 빈민식당.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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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주인공 무스타파.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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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의 아버지이자 빈민자선식당 주인. 사진: 원정하

주인 아들의 결혼식 때문에 원래 밤 11시까지 하는 빈민 식당은 일곱 시에 닫았고, 종일 땀내 나는 누더기를 입고 덥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일하던 빈민 식당 스태프들은 왕자처럼 화려한 전통 복장으로 갈아입고 저와 함께 예식장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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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같이 빈민식당에서 함께 땀흘리던 이들! 사진: 원정하

무스타파는 원래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였습니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코로나로 올림픽이 연기되어 안타깝게 출전을 포기했다 합니다. 또 한번은 홍콩까지 국제 대회를 갔는데, 홍콩에서 모친의 심장마비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서 출전도 못했다 합니다.(모친은 그 이후 잘 회복한 쾌차하여, 결혼식 당일에 저와 인사도 했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태권도 선수로서의 전성기가 지나버려 이제는 결혼도 하고 빈민식당 스태프로 계속 일을 하는 보통 생활인이 된 것이지요.

저는 그 친구의 결혼선물로 주기 위해 이번 한국행에서 31g짜리 태권도 은메달(7만원 상당)을 사 왔습니다. 이걸 받더니, ‘꿈이 이루어졌네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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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 태권도 선수들과 함께. 사진: 원정하

결혼식은 너무나 화려했고, 또 음식도 방금 먹은 빈민식당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맛있었습니다. 평소에 빈민식당에서 함께 땀 흘리던 동역자(?)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진 옷을 입고 나타나서 수 십장의 사진을 같이 찍은 것도 행복했습니다.

사실 가급적 이슬람 예식, 힌두 예식의 결혼식이나 기타 행사들을 피하려 하지만, 이번에는 워낙 매주 두세 번씩 보는 친구의 결혼식이라 뺄 수가 없었습니다. 복음을 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힌두교인이나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자리에 가서 서너 시간씩 앉아있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지요. 같이 사진 찍고, 잔치 음식을 먹고 친해질수록, 이들이 지옥에 가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부담감이 물밀 듯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신랑 무스타파 및 식당 스태프들, 그리고 그 가족들은 제가 기독교인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절제회 전도팩을 통해 빈민들과 스태프들에게 어떻게든 복음을 전하려 하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저에게 반복적으로 밥과 만화 전도책자를 받은 이들 중 주님께 돌아올 이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 날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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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과 함께 절제회 전도팩을 받아가는 이들.(2023. 12. 17) 사진: 원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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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을 받아 신난 아이들 뒤로, 식사를 기다리며 만화 전도책자를 보는 빈민의 모습이 보입니다.(2023. 12. 17) 사진: 원정하

전쟁으로 치면, 직접 맨투맨으로 ‘5분만 이야기 합시다.’ 라고 하고, 앉아서 복음과 진리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예수님을 영접하게까지 하는 것은 ‘백병전’에 가깝습니다. 총검술과 태권도, 근접 사격술로 눈앞의 적 하나(앞에 있는 사람을 사로잡은 악한 영)를 확실하게 제압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만화 전도책자를 뿌리다시피 배포하는 것은 기관총으로 화망을 구성해서 사격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전에서 한 사람의 적군을 사살하는 데는 평균 10만 발 이상의 총알이 소모되지요. 게다가 그것도 정확히 몇 명을 사살했는지, 누구의 총알로 누가 죽었는지도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상자는 백병전이 아니라 화력전에서 나옵니다.

조선 땅에 오신 선교사님들께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붙들고 ‘여러푼! 예쓔 미드쎄요우! 초상씬을 퍼리고, 하나님을 믿으쎄요우!’하며 복음을 전하시기는 어려우셨을 것입니다. 기회가 되면 그렇게도 전도를 하셨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열매는 현지인 전도자들을 통해 나왔습니다.

어느 외국인이 한국어를 TV에 나올 만큼 잘한다 해도, 샘 오취리 수준이라 해도, 그와의 개인적인 삶과 교제만을 통해 한 사람의 신앙이 바뀌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선교사들이 있기에, 현지인들의 레벨에서는 어려운 문서 번역, 교육, 그리고 장기적이고 규모가 있는 전도 책자 배포 등이 가능한 것이지요. 저에게 이 빈민식당은 주요 화력 포인트 중 한 곳입니다.

언젠가 주님의 은혜로, 저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게 되면, 이미 제가 나누어 준 전도 책자들을 통해 복음을 수없이 접하고, 저희의 기도가 심겨있는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천사들–현지인 복음 전도자들–을 보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이 임하실 것입니다. 부흥이 임하고, 인도 땅이 뒤집힐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 오늘 사진 속의 빈민들과 하객들 모두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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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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