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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양 칼럼] 욕탕의 종교

사진: Javier Allegue Barros on unsplash

눈먼 기독교(10)

2000년도에 방글라데시 최고의 대학교인 다카국립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나라답게 드넓은 캠퍼스 곳곳에 모스크가 위치하고 있었다. 이 대학에는 소수 종교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종교관이 따로 있었는데, 나는 그곳을 들러본 후에 마음이 심히 상했다. 종교관은 대학 후미진 어느 건물 조그만 방 하나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방 한쪽 면에는 온갖 종교의 아이콘(icon, 상징물)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었다. 닫혀있는 철문 틈으로 보이는 공간에는 힌두상(像), 불상, 성모 마리아상이 거미줄에 뒤엉켜 있었고, 그 틈바구니에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예수 그림 액자와 십자가가 먼지가 뿌옇게 쌓인 채 놓여 있었다. 이슬람을 믿는 절대 다수 무슬림들을 위해서는 최고급 대리석으로 지은 모스크를 몇 개나 만들어 놓고, 소수 종교인 힌두교, 불교, 로마 가톨릭, 개신교는 그냥 뒤섞어 놓은 채 그곳에 와서 자기 신(神)에게 예배를 드리려면 드리고 말려면 말라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무질서하고 전혀 영적이지 않은 그 ‘짬뽕’ 종교관의 모습이 마치 이 시대 우리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지주의와[1] 이교(異敎)를 전문으로 연구한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의 피터 존스 교수는 ‘문제는 신이 없는’(no God)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too many) 것이며, 영성의 결핍이 아니라 영적 혼합주의다. 사회의 해체를 비난하는 사람 중에서도 새로운 영성의 종교적 위협을 간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아하게 늘어뜨린 관용의 의복 아래에는 ‘이교의 일신론’이라는 해골이 감추어져 있다”라며 이 시대의 종교혼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2]

존스 교수의 우려는 타당한 우려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모든 종교가 점차 혼합되고 있으며, 한 세기 전까지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뒤섞인’ 영성이 높이 추앙받는 시대가 이미 됐다. 포스트모더니즘의[3] 핵심이 절대적 가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다시 말하자면 모든 것은 상대적 가치만을 가질 뿐이라는 주장인데, 이미 이것은 종교 분야에서 절대 지지를 얻는데 성공한 듯하다. 기독교의 절대 가치가 오래전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피터 존스는 종교혼합 시대에 나타나는 현상을 이렇게 진단한다.

“비록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양할지라도, 산꼭대기에서는 같은 달을 본다.” 이 일본 속담은 현대의 신학적 자유주의의 협약의 상당 부분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고전적인 자유주의는[4] 기독교 정통주의가 주장하는 진리를 부인하였다. 오늘날의 자유주의는 단지 기독교를 세상의 많은 종교 중에서 하나의 종교적 선택으로 상대화시키며, 그러므로 기독교는 다가오는 종교적 통일에 참여하게 되고, 인류를 진보의 도상(途上)으로 나아가게 한다.[5]

이 시대의 종교는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대중을 효과적으로 납득시키기 위해서 서로 다른 종교들과 상호 결합(통합. 혼합)해야만 한다는 새로운 도그마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마저도 그러한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여 잡탕 종교 시대에 동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100년 전에 일찌감치 감지한 월리엄 부스는[6] 기독교의 변절(變節)을 다음과 같이 예고한 바가 있다. “내가 믿기에 앞으로 닥쳐올 가장 큰 위험은 성령 없는 종교,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 중생 없는 용서, 하나님 없는 덕행, 지옥 없는 천국이다.” 성령, 그리스도, 중생, 하나님, 지옥 없는 기독교는 한마디로, 인간의 입맛에 꼭 맞는 종교다. 이러한 종교를 제임스 패커는[7] “욕탕의 종교”라고 지칭하였다. 즉 이 시대의 종교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최고 목적인 종교라고 규정한 것이다. 참으로 꼭 맞는 말이 아닌가?


[1] 靈智主義, gnosticism, 하늘로부터 오는 신비한지식을 자신들이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는 고대 기독교 이단

[2] 피터 존스, 『교회와 사탄의 마지막 영적 전쟁』, 진홍, 37쪽

[3] postmodernism, 현대주의 이후의 사조(思潮)를 일컫는 말

[4] 성경을 하나님이 주신 말씀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낸 기록물로 여기며 전통적인 기독교의 도그마(dogma, 핵심 교리)를 부인하는 반(反)기독교 종파로서 슈바이처가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5] 피터 존스, 『교회와 사탄의 마지막 영적 전쟁』, 진홍, 80쪽

[6] 영국의 감리교 목사이자 구세군 창시자

[7] 성공회 사제이자 복음주의 신학자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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