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은 거의 매주 여러 날 씩 뭄바이를 비우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처럼 뭄바이에 돌아오면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반드시 빈민식당으로 달려가곤 해야 했지요. 제가 오면 주에 하루라도 고기를 온가족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빈민 식사 사역은 세세하게 지정헌금을 지출해야 하기에, 한번이라도 다녀오면 꼭 관련 글과 보고서를 씁니다. 온갖 다른 사역들의 이야기나 묵상을 제쳐두고 이 사역(빈민구제사역) 글만 쓰게 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심지어 일주일 다녀온 외부사역 글조차 다 전혀 못 쓰고도 빈민 식당 글은 써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매번 같은 사역의 무한반복에서 또 새로운 글을 쓸 게 나오기는 할까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저 회계 보고만 해야하나 싶어질 때도 있지요.
그러나 (1) 잃어버린 영혼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만화 전도책자를 주고, (2) 배고픈 이에게 먹고싶은 만큼 먹이고, (3) 나도 같은 자리에서 음식을 먹는 것, 그 이상의 사역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저 평생 이것만 반복해도 성실히 기록 남기고 보고할 수 있다는 생각이지요.
그리고 염려와는 다르게, 신기하게도 늘 새로운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두 가지가 보였습니다.
첫째, 사람들이 음식을 싸가는 방법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오면 문 밖에서 보고,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장바구니같은 가방들을 갖고 돌아오는 고수(?)들이 있습니다. 또 여성들은 전통 복장의 사리 천이나 히잡 등을 보따리 삼아 담아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헐벗다시피 사는 남자 어린이들은 런닝셔츠의 밑단을 행주치마처럼 넓게 펴서 배꼽이 다 나올 정도로 늘여, 그 여유 공간에 음식을 가득 담아갑니다. 마치 그 음식들이 이미 뱃속에 들어온 것처럼 재잘대며 줄을 섭니다.
둘째는 몇몇 분들과의 대화입니다.
다들 굴다리 밑에서나 오두막에서나, 제가 언제 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곤 한다는군요. 제가 오지 않아도 자선 식당 앞에서 기다리면 감자커리 정식 한 끼 정도는 먹을 수 있지만, 고기커리를 배부르게 먹고 온 가족들을 위해 싸 갈 수 있는 날이 무작위로 오기에 늘 그 ‘이벤트 맨’을 기다린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간혹 한두 명씩 ‘너무 좋은 책,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정말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차라리 다행입니다. 제가 정기적으로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오면 그날은 인산 인해가 될 것이고, 또 도리어 오지 못한 날은 원망을 듣게 될 테니까요. 또 ‘고인물’ 들의 잔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간 있을 때, 그리고 빈민식사 지정헌금이 어느정도 모였을 때에만 오다보니 매번 50% 이상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잔치를 열게 됩니다.
오늘도 그렇게 열심히 다녀왔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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