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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200년 신앙유산 기념예배 설교…20대 여자 청년이 맡아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오늘 주일 낮 예배 순서 담당자는 한국교회 입장에서 보면 파격적이다. 치앙마이 시내에 있는 디베리 교회의 주일 예배의 사회자, 대표 기도자 그리고 설교자까지 모두 평신도가 담당한다. 담임목사는 피아노 반주와 카렌어를 이해 못하는 교인을 위해 미얀마어로 통역해 주는 정도이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주일 낮 예배 설교자가 28세의 여자 청년이라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한국교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일반 예배 사회와 설교는 목회자의 책임이고 특히 주일 낮 예배는 담임목사의 특권과 같다. 오후 청년회 헌신 예배에서 예배사회와 기도를 맡을 수는 있지만 설교는 목회자의 몫이다. 주일 낮 예배 때 청년들의 역할은 성가대 정도이다. 설교는 물론이고 사회나 대표 기도에서 청년들이 고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한국교회에서 온 교인들이 이런 예배를 참석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본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는 신선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볼 때 교회의 질서가 없거나 미숙한 예배 준비라고 할 수도 있다. 많은 분들은 교회 규모가 잡히고 전통이 확립되면 목회자 중심의 예배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이 교회의 운영 내용과 그 청년의 설교를 들어보면 위와 같은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오늘 참석한 100명 정도의 교인 중에 다수는 미얀마 출신이다. 가난한 미얀마보다는 형편이 좋은 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노동자들이다. 일부는 난민촌이나 미얀마에서 치료를 위해 온 환자 가족이다. 소수만이 태국 시민권자들이다. 태국 사회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디아스포라 주변인들이다.

그런데 이 교회 교인들의 헌신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부분의 교인들이 수입의 20% 내외를 헌금한다. 온전한 십일조는 기본이고 건축헌금, 구제비와 기타 사역을 위하여 분에 넘치는 헌신을 한다. 가난한 이방인들이지만 그들은 땅을 구입하고 교회당을 건축하였으며, 국경에서 온 환자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예배 형태는 전통적인 모습이나 얼마나 진지한지 아내와 나는 예배에 참여할 때마다 은혜와 도전을 받는다. 그들의 헌신과 예배에 대한 자세는 한국교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들의 신앙 전통도 성숙하게 지키고 있다. 오늘은 그들의 첫 신앙의 선조인 ‘꼬싸뷰(Ko Tha Byu)’를 기념하는 기념 주일이다. 1828년도에 복음을 받아들였으니 거의 200년이 되었다. 꼬쌰뷰 주일은 오래전부터 기념되는 예배이며 이 날 주일 헌금은 카렌침례총회 전도국을 위한 헌금으로 드려진다. 설교자 ‘애처티’ 청년은 카렌족의 첫 열매인 ‘꼬샤뷰’에 대한 이야기로 설교를 시작한다. 그의 전도와 헌신을 오늘도 받아들이고 따라야 한다고 하였다. 거의 200년 된 신앙의 유산을 청년이 기억하고 설교로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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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교하고 있는 애처티 청년.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이 이야기가 한국교회의 예배 담당자를 카렌 교회처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카렌 교회도 청년들이 중심이 된 예배를 늘 드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교회는 청년들의 중요성을 구호로만 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주일 낮 설교를 청년들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문화적 포용성과 다양성을 이 교회는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모습과 대조적이지만 그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복음이 다른 문화에 심어지는 과정에서 신앙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표현 양식은 변한다. 이것이 오히려 복음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해 주었다는 것이 기독교 역사의 증명이다.

앤드류 웰스 교수는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경이로운 사건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로마적인 기독교로의 변화라고 한다. 예루살렘 교회에서 흩어진 교인들이 안디옥에서 복음을 전하였다. 안디옥의 이방인들이 유대인이 되지 않고도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다. 돼지고기를 먹는 기독교인이 가능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비로소 예수님은 이스라엘을 넘어 모든 인류의 구원자인 ‘주님’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A.D 70년과 135년에 있었던 유대인 학살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완전히 망해 버렸다. 예수님에 대한 신앙이 유대인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이방인을 위한 신앙이 되었기 때문에 기독교는 생존을 넘어서 발전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는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다양한 충격 앞에 큰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2022년 4월 국민일보에서 발표한 한국 국민의 교회의 호감도는 25%로 가장 낮은 수치이다. 한국교회는 선교지에서 여전히 한국교회의 우월성을 주장할 형편이 아니다. 한국교회가 받은 은혜와 축복이 너무 풍성하였지만 현재의 연속선상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디베리 교회 주일 낮 예배에서 설교하는 여자 청년의 모습은 이런 면에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도전을 준다. 애처티 청년은 서양인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다. 그녀의 배경과 학업은 미얀마에서도 미천하다. 전쟁을 피해 난민촌에 피신하였고 그곳에서 성경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렇지만 그녀의 영성과 헌신은 사도행전의 마게도냐 교회의 모습처럼 성숙하다.

한국교회와 다른 예배 담당자들이지만 헌신과 신앙유산의 승계는 그들 후손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그들 방식으로 정착된 신앙 전통의 결과이다. 연약한 미얀마 이주민 디아스포라 공동체이지만 이런 헌신과 신앙 계승이 부럽다. 대부분의 교인들 연령이 20대와 30대이고 어린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부러움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주변인들이지만 이들 가운데 한국교회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 있다고 주장하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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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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