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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미국에서 더 이상 못 살겠어요”

▲ 다노 할머니.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 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이다.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일부 외교관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들은 적이 있다. 겉으로 미국을 비난하지만 자녀들은 어떻게 하든지 미국에 살 방도를 찾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얼마나 좋았으면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을까? 그렇지만 모두가 이런 삶을 꿈꾸지 않는다. ‘다노’라는 할머니가 그런 경우이다.

올해 77세인 그녀는 미얀마 배경의 카렌족이다. 그런데 그녀의 국적은 미국이다. 그녀의 삶의 여정은 단순하지 않다. 오래 전에 그녀의 마을이 미얀마군에게 공격을 받아 도망할 수밖에 없었다. ‘움피앙’이라는 카렌난민 캠프에 피신하여 생존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7년을 거주하였다. 상황이 갑자기 변하였다. 미국정부가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 주기 시작하였다. ‘다노’ 할머니도 12년 전에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이주했다. 큰 딸도 같이 가서 살았다. 7년을 살면서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다. 또 한번의 변화가 있었다. 5년 전에 태국에 있는 카렌 마을에 돌아왔다. 그곳에는 그녀의 막내딸이 살고 있다. 5년이 흘러서 그녀가 받고 온 태국 비자는 만료가 된 지 오래되었다. 법적으로 보면 불법 체류자이다.

그녀의 고백이 특별하다.

“저는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못 살겠어요”

그는 뉴욕주 유티카(Utica)에 살고 있었다. 유엔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뉴욕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뉴욕주는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곳 중에 하나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며 찾는 곳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 살 수 없다고 하였다. 그 이유가 예상을 뛰어 넘는다.

“너무 추워서 못 살겠어요”

세계를 선도하는 뉴욕의 국제 정치, 경제, 교육 등등이 그녀에게 아무런 매력이 없었다. 날씨 한 가지 만으로도 그녀에게 미국은 살만 한 곳이 아니었다. 그녀는 미국에 있는 것 만으로도 받게 되는 노인 복지도 제법 있다. 그곳에서 누리게 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막내딸에게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머물고 있는 막내딸의 환경은 태국에서 외진 곳이다. 막내딸은 미얀마에서 30여 년 전에 태국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태국 시민권이 없다. 태국어도 어눌하다. 마을 주민들의 상당수가 정상적인 태국 시민권이 없다. 태국 안에 있지만 연약한 이주민 중심의 공동체이다.

그렇지만 다른 부분에서 매력이 있다. 동족인 카렌 마을 공동체이다. 불편한 영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는 안정감을 카렌 공동체는 준다. 그녀가 예배에서 나오는 편안함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 상황 속에서 나름 살아가고 있다.

그가 말한 날씨 또한 이곳이 훨씬 편하다. 태어나면서 60년 이상 익숙해왔다. 어떤 이들은 덥다고 하지만 그녀에게 이곳의 날씨가 최고이다. 뉴욕의 사계절이 좋다지만 그녀에게 뉴욕의 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카렌 공동체와 아열대의 날씨만큼 그녀에게 편안한 곳은 없다. 그녀의 이제 남은 생애는 막내딸 가족과 함께 살 것이다.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국경의 카렌 마을은 뉴욕과 비교할 수 없는 곳이다. 태국에서 조차 주변부이다. 뉴욕주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편리함과 생활 보장은 뉴욕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였다. 인간이란 경제적 안정과 공공 복지로만 행복을 성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익숙한 날씨와 동일한 문화 공동체가 주는 안정감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전함의 요소이다. 다노 할머니의 결정은 이것을 확인하여 준다.

선교지에서 선교사들도 이와 유사한 실수를 범할 수 있다. 현지 교회는 연약하며 한국 교회의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다. 이런 경우 한국 교회의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선교지에 이식하고자 한다.

“유대인들에게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다”. 고린도전서 9장 20절은 선교사들이 깊이 되새겨야 할 말씀이다. 먼저 그들의 문화와 언어와 교회 역사를 배우지 않고 무엇인가를 시도하지 말라고 한다. 한국 교회가 큰 은혜와 축복을 받았지만 그것을 모든 선교지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하나님의 교회는 각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상황 속에서 자라왔다. 그리고 이미 선교지에 그런 상황 속에서 세워진 건실한 교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우리가 가르치기 전에 배워야 할 대상이다.

한국 선교사 사이에서 논의되는 한국 교회 미래는 부정적이다. 과연 미래에 선교 후원을 제대로 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염려 때문이다. 동일한 선교사들이 현지 교회에 한국 교회를 소개할 때 동일한 관점으로 나누는지 모르겠다. 우리 자신의 문제들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다른 문화 속의 교회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하심이 선교 사역의 기초임을 다시 생각한다.

‘다노’ 할머니가 뉴욕주에서의 경제적 안정과 복지 혜택을 포기하고 태국에서 불법 체류자를 선택한 것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전체 상황을 보면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인생을 더욱 행복하고 안정되게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하여 덜 중요한 것을 기꺼이 포기하였다. 이것을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교 사역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해줄 수 있다. 해 맑게 웃는 ‘다노’할머니의 고운 얼굴이 그립다. 그리고 그의 담대한 지혜의 결단이 부럽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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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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