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을 마무리할 때쯤, 인상이 밝은 노숙인 한 분이 지나가신다. 반갑게 인사하며 간식을 드리려는데 간식이 떨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지수 형제가 가방에서 핫팩 두 개를 드리고 죄송하다며 대화를 이어가려는데 그분이 손이 시리다며 장갑이 있냐고 질문한다. 마침 준비해온 장갑도 다른 노숙인에게 이미 드려서 더 이상 줄 것이 없었다.
드릴 것이 하나 있음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내 손에 끼고 있던 장모님께서 선물해주신 가죽 장갑. 이걸 벗어줄까? 0.1초간 고민했다. 그런데 벗질 않았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저희가 준비한 질 좋은 새 장갑을 드리겠다 말씀드리고 내 손의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손에 손을 잡고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그런데 기도가 안 된다. 중언부언 주절주절 뭔 기도인지 나도 모른 채 기도를 끝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두 손으로 전해드렸다. “잘 끼세요. 선물 받은건데 10만원이 넘어요. 절대 팔면 안되요. 형제님이 끼셔야해요.” 그리고 돌아서는데 머리가 다시 맑아지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 사역 참 재미있다. 하나님과 핑퐁 게임하는 느낌이다.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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