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동안 만나 뵙지 못했습니다. 겨울이 지날 때 뵙고 코로나로 긴 시간 동안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 겨울이 되어 왔어요. 권사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은 분이 안 계셔서 그 자리가 더 그립습니다. 권사님 집 앞에 가보니 키우시던 꽃과 화초들이 반겨줍니다. 그 시절은 다 그랬다 하시며 여든살이 넘도록 이 땅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화초로 많이 달랬다고 하셨죠. 그 세월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외로움과 추위에도 푸른 잎을 띄고 잘 견디고 있어요.
권사님은 꽃을 참 좋아하셨죠? 그래서 집에 가면 어디에든 꽃이 있었어요. 침대 머리맡에, 텔레비전 옆에, 식탁위에, 주방 창문에, 화장실에도… 간혹 시장에서 만나도 두 손에는 예쁜 꽃이 있었죠. 예쁜 꽃을 사가지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습니다.예쁘고 고운 것을 좋아하셔서 늘 무채색옷만 입는 저를 나무라기도 하셨지요.
생각나세요? 어느 날은 길가는 저의 손목을 잡고는 집으로 가셔서 옷장의 옷을 다 꺼내셨던 일도 있었잖아요. 칙칙한 저의 옷을 벗기시고 알록달록 고운 옷으로 입혀주셨지요.
“봐라 얼마나 곱고 이쁘냐, 하나님이 왜 모든 것에 색을 입히셨겠느냐, 이왕이면 이쁜 것이 좋지 않냐”
권사님~
지금 그때 입혀주셨던 연두빛 스웨터 입고 있어요. 부드럽고 참 따뜻합니다. 잠깐 뵈러 간 제 얼굴을 가만히 보시더니 제게 돈을 쥐어주면서 스시가 먹고 싶으시다며 가서 맛있는 스시를 사오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사가져온 스시 딱 두 개만 집어내시고 가져가서 먹으라고 하셨지요. 덩그러니 서 있는 제게 ‘우리 사모 먹이고 싶어서 그런게다…’ 하셨지요.그 두 개도 저를 위함이었네요.
권사님~
오늘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병원에 코로나 확진 자가 있어서 면회가 당분간 더 안 된다는 소식이었어요. 창에 비치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니 권사님이 얼마나 집에 오고 싶으실까 생각이 듭니다.
곧 다가올 성탄절은 병원에서 지내시게 되었네요.이 땅은 예수가 인기가 없으시다며 12월이 시작되면 집 대문에 큰 크리스마스 화환을 걸으셨지요. 지나가는 사람, 찾아오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고요.
날씨가 부쩍 많이 추워졌습니다. 지금 일본은 ‘코로나19 Go-To 일시정지’로 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권사님~ 조금 힘이 드시더라도 힘을 내시도록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예수님 내가 따라왔으니 주의 따스한 손길로 험한 계곡 지날 때 사로 잡아주소서.주님은 나의 구원되십니다. 이러다간 안 된다 낙심 들어올 때에 주의 따스한 위로로 나를 다시 붙드사 끌어안아 주소서. 주 외엔 아무도 없습니다. 주를 사랑하고자 고이 엎드리이다. 주의 따스한 음성으로 나를 먹여주소서 기뻐하며 가리니오늘도 당신만 찾습니다.’
사랑하는 권사님,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환하게 웃으시는 얼굴 그리며 이렇게 서면으로 인사드려요.어서 쾌차하셔서 곧 뵈어요. 보고 싶습니다.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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