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히마 교회 청년들 20여 명과 함께 거리 빈민식사를 다녀왔습니다.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씨였지만, 다행히 저희가 식사를 나누는 동안에는 가랑비 수준 밖에 내리지 않았지요.
한번도 거리 빈민식사로는 와 본적이 없는 곳인데다, 날씨도 궂어서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주님의 은혜로 별 일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워낙 팀원들이 많았고, 또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 수준이었으니까요.
새치기, 받고 또 받으려고 거짓말하기, 일부러 정신 사납게 혼란 일으켜서 더 받아가기 등 온갖 거리의 스킬들은 저희의 조끼 유니폼, 로프로 된 행동 유도선, 순서 카드 발급, 수령자들의 손톱마다 안 지워지는 매직으로 색칠해서 중복 수령 방지하기, 사진으로 확인하기 등 여러 가지 노하우로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250개의 치킨 비리야니(닭고기 찜밥) 도시락, 300개가 넘는 절제회 전도팩(금주금연 전도책자 + 만화 전도책자 + 껌 세통), 기타 전도지들을 잘 나누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아까 받았던 남자가 또 와서 줄을 서길래 저희는 프로페셔널 답게 능숙하고, 정중하고, 정확한 행정으로 그분을 열외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까 받은 도시락을 들고 가다가 진흙 언덕에 넘어져서 다 쏟았어요. 하나 더 주세요.”
보통, 거짓말은 다 들통이 납니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많은 증인 및 수령자의 손톱마다 표시된 매직 등 시스템에 의해 적발이 가능하지요. 그런데 이 사람은 애초에 저희를 속이려는 의도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넘어진 것입니다.
얼마나 행복한 마음으로 줄을 서서, 밥을 받아서 가다가 넘어졌을까요? 그리고 아쉬운 마음에 다시 와서 줄을 섰을까요? 정말 우리를 속이려면 옷을 갈아입거나(흔한 수법 중 하나입니다.) 연기라도 할텐데, 이 사람은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또 줄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그러면 몇 천 개를 가져와도 모자랄 것입니다.) 이 사람에게 두 번 주면 다른 사람 한 명이 못 받게 되지요. 만일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와서 쏟았다며 더 달라고 할테니까요. 현실은 금도끼 은도끼 동화가 아닙니다.
밥 대신 돈이나 다른 것을 줘도, 주변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요구할 것이고.. 혹시 자기가 받을 밥이 저 사람에게 갈까, 혹은 저 사람이 뭔가 받게 되면 나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수십 명의 눈이 우리만 보고 있습니다. 혹시 남으면 주겠는데, 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정확히 250개의 번호표에 맞춰, 250개의 도시락을 가져온 것이니까요.
처음에 친절하게 위로하며 못 드린다 말해도, 그 사람은 어차피 잃을 게 없는 만큼 못 들은 척 툭툭 치며 같은 요청을 수십 번씩 했습니다.(이것도 정말 흔한 모습입니다.) 그러니 저와 팀원들도 ‘쏟은 것은 당신 잘못입니다.’라는 말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언성도 높아지더군요. 차라리 거짓말을 하고 못되게 구는 사람들에게는 상황에 따라 엄하게도 하겠는데, 정직하고 정말 배고픈 사람에게 엄하게 하는 것은 정말 못 할 짓이었습니다.
사역은 효율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런데 기쁘지가 않고, 그냥 지쳐버리더군요. 왜 이런 악역을 해야 하나… 그래도 250명은 맛있는 고기반찬 쌀밥을 먹을 것이고, 또 300명 이상에게 만화 전도책자를 통한 복음의 메시지가 전해졌으니 감사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힘 없이 돌아간 그 사람의 뒷모습은 계속 뇌리에 남습니다. 그런데 타임머신으로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들,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와 팀원들은 아직 사랑도, 지혜도, 성품도, 재정이나 인력, 행정력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계속 나아지겠지요. 원래 거리 급식 사역도 셋이서 백 명에게 나누던게, 이제는 이십여 명이 250인분을 나눌 만큼 인력과 재정, 노하우가 쌓인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는것도 힘들었습니다. 재정과 인원을 동원하고, 시스템을 발전시켜 가며 겨우 겨우 급식 대상을 조금씩 늘려 온 것이지요.
그러나, 한번에 100명의 사역자가 동원되서 1000인분을 나누는 날이 오더라도, 1001번째 사람의 눈망울은 저희를 슬프게 할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모두가 배불리 먹고 열두 광주리가 남는 날은 평생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결국 미안함과 아픔 속에 매번 사역을 마치게 되겠지요. 기적을 일으킬 능력이 없다면, 그 아픔과 원망이라도 오롯이 받아들이려 합니다.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더 나은 교회, 더 나은 선교사가 될 수 있도록, 더 큰 사랑으로 더 많은 빵과 함께 복음의 씨를 뿌릴 수 있도록!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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