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얼마가 필요해요? 저도 할 수 있어요. 끝자리 수를 알려주세요. 끝자리 만이라도 제가 낼게요.”
누군가를 도울 일이 있을 때나 집안에 급한 일이 생길 때면 이슬이는 늘 그렇게 말했습니다. 남편이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제 가방엔 이름 모를 흰 봉투가 들어있었어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라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돈이 들어있었죠.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한참 지난 후에 봉투의 주인공이 이슬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빠를 사랑하는 딸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이슬이가 어느 날, 통장을 만들고 싶다 해서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하고 집에 돌아오며 물었습니다.
“저축해서 뭘 할 건데?”
“음…누군가를 유익하게 하고 싶어요.”
그냥 하는 말 같진 않았습니다. 그동안 보아온 아이의 태도를 볼 때 말이죠. 이슬이가 지금은 누군가의 필요에 끝자리를 채워주지만 언젠가는 더 많은 부분을 채우는 사람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이슬이는 큰 도움이 안 되는 끝자리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아이가 가진 전부였거든요.
만원으로 시작한 이슬이의 통장! 그 통장이 어느 날인가는 누군가를 유익하게 하고,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는 아름다운 끝자리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복음기도신문]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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