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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칼럼] 한국어 수업을 하며

사진 : gnsee.org

음악을 전공한 청년팀이 음악학교를 시작하면서 한국어 수업을 맡게 되었다.

한국어 수업은 생각하지도 못한 사역이었기에 준비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어에 대해 가르치는데 준비할 게 뭐가 있나’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한국어 교실을 맡게 되었다.

20여 명의 청.장년들이 모였다. 한국 유학을 앞둔 학생처럼 열의가 대단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어를 집어삼킬 것처럼 덤벼들던 이들은 한두 번 결석하더니 아예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빈자리가 속상해서 집으로 찾아가서 왜 결석했는지 묻기도 했는데, 그들이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지?’ 생각해보니,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 한국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처음 그들이 보여준 열의는 반복되는 일상의 일탈과도 같은 거였을 것이다.

결국에는 7명의 학생만 남았다.

한국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싶은 꿈을 가진 어거스타와 한국에 놀러 가고 싶은 존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왜 끝까지 남아 있는지 의아했다.

‘왜 한국어를 배우지?’ 물으면 멜 빈과 임마누엘과 스티븐은 나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어서라고 하고, 모세스와 마이야추는 그저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한다.

좋아하는 이의 모국어로 대화하고 싶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언어를 배운다는 게 처음에는 감동이었지만, 전혀 늘지 않는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에 정말 나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가? 정말 나를 사랑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한국어로 나와 간단한 대화를 할 정도로 일취월장한 이거 스타와 존을 제외한 나머지의 한국어 실력은 제자리였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가르쳐서 그런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교사이기 때문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실력이 늘지 않는 게 당연해 보였다.

언어는 무한 반복 연습인데 그럴 시간도 없기도 하거니와 목적이 분명하지 않았기에 열심히 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을 3년을 다닐 정도로 공부를 못하는 임마누엘은 기타와 드럼을 너무 배우고 싶어 음악학교에 입학 오디션을 봤지만, 박치와 음치인 탓에 떨어졌다.

8살 어린 애도 어지간하면 다 붙는 오디션에 탈락한 사실에 충격을 받은 임마누엘이 상처를 달래기 위해 한국어 교실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자리를 지키는 것만이라도 대견하다고 해야 했다.

실력이 전혀 늘지도 않고, 늘고 싶은 생각도 없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은 그저 한국어 교실에 와서 좀 쉬고 싶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시청하는 한국 영상. 나눠 먹는 간식. 애써 알아듣지 않아도 되는 한국어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해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한국어 교육의 첫걸음인 모음과 자음을 열심히 가르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 한국어가 되고, 결국에는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나에게도 한국어 교실은 쉼 같은 시간이었다.

말라리아와 장티푸스를 앓고 한 달 만에 만난 아이들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배고파요. 사랑해요.’라는 아주 기본적인 말을 제외하고는 다 까먹어 버렸다.

한국으로 떠날 날을 앞두고 새로운 것을 가르쳐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후원자를 연결해줄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팔아서 아이들에게 뭐라도 사줄까?’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생각하니 십자가밖에 없었고, 아이들에게 예수님만큼 확실한 후원자가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은혜를 나누고 싶었다.

아이들과 마을 전도를 다니기로 했다. 마침 시에라리온의 7월은 걷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통역자인 폴이 대학에 간 뒤 언어의 문제로 불가능할 뻔했던 마을 전도를 한국어 교실 아이들과 함께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마을 전도의 목적이 복음을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이들을 전도자로 훈련하기 위함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2달 동안 전도자의 길을 함께 걷고 싶었다.

‘선생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손을 들었다.

나의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은 좋아했다. 무엇보다 임마누엘이 자기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전도하면서 전할 말씀을 영어로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아이들은 이것을 팀니어로 번역해서 연습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먼저 복음을 듣게 되고, 입으로 고백하면서 자신들의 언어로 복음을 전하게 되니, 전도자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에는 간단한 구급상자를, 어깨에는 사탕이 든 가방을 들고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선 전도의 길.

아이들은 내가 적어준 영어 본문을 팀니어로 열심히 외우고 있다.

영어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임마누엘은 모세스와 존에게 물어 가면서 열심히 외운다. 전도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 곁에 하나님이 함께하신다.

이 아이들을 통해 시에라리온에 복음이 흘러갈 것이다.

하나님 함께 하시는 길이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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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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