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잠 13:20)
본지가 [동행] 코너를 통해 믿음의 삶을 소개합니다. 노년의 독자들에게는 추억과 재헌신의 결단을, 다음세대의 독자들은 도전과 권면의 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그가 나를 데리고(34)
종종 삶에 대해 상담하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된 주제는 주로 경제 문제였다.
구걸하시는 분들은 낮에 왔다. 어느 저녁 즈음에 동부이촌동 사는 아주 귀티 나는 젊은 여성분이 찾아왔다. 생활 상담을 하고 싶다고 시작한 이야기를 한참을 듣다 보니 사업이 망가진 집안 사정을 토로했다.
갑자기 옮길 곳도 마련 못 하고 전전긍긍 지냈는데 라면만 먹다 보니 밥 먹고 싶다고 자녀들이 야단이건만 쌀을 구할 수 없어서 부끄럼을 무릅쓰고 교회로 찾아왔다고 했다. 나도 그즈음 됫박쌀을 사다 먹는 터였다. 밤 열 시가 다 된 터라 동부이촌동 쌀 가게 문은 모두 닫아서 전화도 안 되었다. 상가록을 훑어 나가다가 서부이촌동에 딱 한 집이 문을 막 닫으려고 했다. 간신히 사정사정해서 구입하여 드렸다.
제발 낙담하지 말고 꼭 예수님 믿고 굳세게 살라고 두 손을 붙들고 간절히 기도하고 보냈다. 우리 동네에는 남모르는 애환을 가진 사람들이 가끔씩 있다. 사업이 쫄딱 망해서 오갈 데 없이 절망으로 헤매는 분들이 있었다. 이웃 어디에도 창피해서 말을 못 하고 한 끼 식사를 걱정하는 딱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밤에 깜깜한 건물만 있다.
어느 교회를 봐도 그런 것 같다. 어찌해야 절벽에서 살길 찾는 분들에게 길이 될 수 있을까?
어느 날, 또 한 분이 사업 부도로 반도 아파트 큰 평수에 사셨건만 집을 내주고 이사 갈 곳을 마련해야 했다. 친구 권사님이 권면해서 우리 교회에 몇 번 오신 터였다. 그 가정에 심방을 가야 하는데 딱한 이 집에 도움 될 물건이 없었다.
마침 누가 준 참기름이 있었다. 그 기름 한 병과 겨우 만 원권 한 장을 달랑 들고 가서 부끄럽지만 보태시라고 하며 성경말씀을 전하고 기도해 주었다.
그 당시 나는 교회 마당 한 켠에 있는 슬레이트 지붕에 비는 가끔 새어도 사택이 있어서 밤늦게까지 삶에 지친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이 참 감사했다. 오갈 데 없고 돈 떨어지면 그래도 교회로 오시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만나서 비록 적지만 구제도 하고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예수님을 믿으신 분 중에는 아주 신실한 분도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갔건만, 딱 두 분이 다시 찾아와서 감사했노라고 하면서 예수님을 믿고 건강히 사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큰 교회에 가서 도움을 청해보라고 하면 큰 교회에 가면 교회분들은 만날 수 없고 거기 근무하는 분들에게 쫓겨난다고 했다. 궁색한 분들이 교회에 오면 모두들 나를 부르며 “전도사님 친구분들 오셨네요.”하며 웃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황선숙 | 강변교회 명예전도사. 서울신학대학교 졸. 강변성결교회 30년 시무전도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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