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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오늘도 매미는 더 여름답게 요란스럽다

사진: David Edelstein on unsplash

어느샌가 매미가 우는 계절이 왔다. 얼마 전 까지도 들리지 않던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손을 뻗치면 그 소리에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다. 소리가 공기를 가득 메웠다.

매미의 일생을 알면 왜 이리도 시끄럽게 떠들썩한지 이해가 간다. 7년 동안 유충으로 땅 속에서 지내다가 지상으로 올라와서는 7일 정도 살다가 사라지는 삶이다. 그러기에 이렇게나 우나보다. 여름을 더 요란스럽게 한다.

여호와께서 아브라함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창12:1~2)

아브라함으로 시작되는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씨에 복의 근원을 담으셨다. 그리고 하나님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그 씨에서 나온 하늘의 씨앗이 열방의 토양 속에 심겨졌다.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으며 하나님 계획은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이렇게 내게도 복이 왔다.

일본은 에니메이션이 풍성해서일까 캐릭터의 나라 같다. 이 땅에 살면서 신기하여 자꾸 눈길이 간 일이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 학교 앞 작은 문방구점에 뽑기 게임기가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일본에는 그런 모양의 게임기로 가득한 가게가 많다. 그것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아이들 뿐 만이 아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저씨 아줌마도 많다. 실은 작은 게임기 박스 앞에 즐비하게 서 있는 사람들이 의아했다.

최근에 안 사실은 그것은 캐릭터 창고 같은 것이었다. 캐릭터 신상품들의 멈추지 않는 경쟁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캐릭터를 나이가 들어서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할아버지는 그 세월만큼이나 모으셨겠지.

요즘은 예쁜 사람보다 캐릭터를 갖고 있는 배우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배우뿐이겠나! 예쁜 것은 대체가 가능하지만 그 사람이 가진 캐릭터는 다른 누가 대체 할 수가 없기에 그렇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것이 그 사람의 가치이다.

하나님의 자녀로 사는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면 너는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을 따라 정해진 상속자라(갈3:29)

말씀 앞에 나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얼마나 엉터리인가, 얼마나 이기적인가. 하지만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이런 나를 용서해 주었고, 좀 엉터리 같아도 예수님처럼 사랑하고픈 갈망을 주었다. 이것이 나의 가치이다.

오사카에 있는 몇 개의 우리(조선)학교가 하나의 학교로 합해졌다. 학교 급식에서 만난 엄마들 걱정이 한 가득이다. 이유는 학교가 새 출발을 기념하여 양말과 수건을 만들고 싶은데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한글을 넣고 싶은데 일본에서는 단가가 너무 비싸고 만드는 곳도 잘 없다고 한다. 한국이 있는데 왜 걱정하느냐고. 마음에서는 예수님이 있는데 왜 염려하냐고 했다. ‘우리학교 새 출발~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렇게 쓰기로 했다.

Our school 20230711

과정은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한국 크리스천의 마음을 받아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쩜 우리는 예수님 캐릭터를 담고 있는 창고 같다. 이것이 복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나의 안락함을 포기할 때 더 기뻐할 수 있는 것. 혹 그것으로 고통이 따르더라도.

그러므로 함께 하늘의 부르심을 입은 거룩한 형제들아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사도시며 대제사장이신 예수를 깊이 생각하라(히3:1)

사회 초년생인 아들이 세상이 힘이 드나보다. 매일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가 절로 나온다며 넋두리를 한 참 하고서는 허허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우리는 어떤 협상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인가, 예수님의 성품이 드러나는 것인가.

부부 간의 문제가 있을 때에 무시당하는 느낌이 있는지가 중요한가, 어떻게든 배우자를 설득하는 것인가, 아니면 예수님의 성품이 드러나는 것인가.

물 새는 수도꼭지를 애써 고치고 저녁식사에 아이들과 둘러 앉아 기도하는 아버지가 멋지다. 열심히 일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성경을 읽는 사람이 멋지다.

조금은 엉터리 같아도 별로 감흥이 없는 삶 속에서도 예수님이 보인다면 멋지지 않은가. 우리는 최고의 캐릭터, 십자가의 가치를 받은 자임을 잊지 말자.

오늘도 매미의 일생은 여름을 더 여름답게 울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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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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