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공기와 물은 당연한 무엇이다.
오염된 공기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물 부족 국가들의 이야기는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생각할 때가 많다. 공기와 물처럼 전기 또한 그렇다. 너무나 당연한 전기가 없는 세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공기. 물. 전기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을 해본 적도 없으며, 그것이 내일의 걱정거리가 된 적도 없다. 공기. 전기. 물은 당연히 나의 곁에 영원 무궁히 존재하는 것들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았다.
그래서 소중함을 모르고 감사함을 잊을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남용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문제가 되지 않은 문제였다. 우리는 잘 모른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편리함 때문에 지구 곳곳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딴 세상일처럼 외면한다.
시에라리온에서는 당연한 것이 거의 없다. 깨끗한 물과 전기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이다. 특히 전기가 그렇다.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 곳곳에 설치된 신호등은 전기가 없어서 작동하지 않는다. 건물의 엘리베이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도의 상황이 그러한데, 시골 마을은 오죽하랴.
다행히 교회가 있는 마을은 선교사님의 노력으로 몇몇 집들은 전기의 혜택을 받고 있다. 가로등도 있어서 늦은 밤, 마을을 비춰주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는 끌어올 수 있지만, 자주 정전이 된다.
마을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전기를 공급하는 기계를 청소하기 때문에’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일 년에 두 번.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전 국민이 일어나 열두 번도 데모하고 탄핵도 요구할 판인데, 이곳에서는 충분히 말이 되는 당연한 이유다. 오히려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특별한 혜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 정전의 기간. 나는 너무 힘들었다. 하필이면 가장 더운 건기 때였다. 발전기로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무지막지한 더위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낮에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밤에는 잠을 잘 수 없어 더 괴로웠다. 한국에서 가지고 간 손 선풍기도 충전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소용없었다. 고스란히 그 더위를 견뎌야 했다.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이 무더운 암흑을, 이 불편함을 견디고 있을까? 그런데 정전으로 불편하고 괴로운 사람은 마을에서 나 혼자뿐,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왜 불편하지? 고작 정전 때문에? 라는 표정이다.
선풍기도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핸드폰도 없는 그들에게 전기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전기가 없어도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한 끼의 양식, 비를 가릴 수 있고 가족들과 함께 누울 수 있는 방 한 칸, 안심하게 마실 수 있는 한 잔의 물만으로 충분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전기 그까짓 거! 없어도. 그들의 삶에 아무 지장이 없는 것이었다. 비로소 나는 세계 최대 빈민 국가에 왔지만, 여전히 한국에 있음을 깨달았다.
시에라리온에 살면서 여전히 나는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고, 스위치를 켜면 전기가 들어오는 곳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집을 옮겨놓은 게스트하우스는 시에라리온과 상관없는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 살기 위해 왔다’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의 당연한 누림을 포기하지 못하고, 이들에게 특별한 것들을 당연한 것처럼 누리면서 살고 있다. 전기는 보름 만에 들어왔다. 한 달은 예상했는데 보름으로 짧아진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단전 저 밑바닥에서부터 감사가 터져 나왔다.
선풍기를 돌리고 냉장고를 사용하고 노트북과 핸드폰을 충전시키면서 나에게 물었다.
“이것들을 포기할 수 있어?”
여전히 나는 자신이 없다. 전기 그까짓 거 없어도. 살아낼 자신이.
전기는 모든 인류가 누려야 할 문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인류가 누려 할 것은 전기가 아닌 빛 되신 예수님의 은혜이다. 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빛 되신 예수님이다. 전기 때문에 빛을 잃어버린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이 어디 있을까?
하마터면 전기의 유용함을 전하러 온 자가 될 뻔했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작지만 피어있는 꽃들>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김봄 | 기록하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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