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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헌신 위한 명예퇴직이 거절되자, 사직서를 냈어요”

길기헌 장로, 박정희 권사 부부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30년 청춘을 바친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선교지로 떠나는 길기헌 장로, 박정희 권사 부부(대전영락교회). 그들에게는 편안한 노후와 안정된 생활은 안중에 없다. 척박한 선교지의 환경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마음 안에는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과 선교지의 영혼들을 만날 생각으로 가득했다.

“모세가 나를 보내던 날과 같이 오늘도 내가 여전히 강건하니 내 힘이 그 때나 지금이나 같아서 싸움에나 출입에 감당할 수 있으니 그 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당신도 그 날에 들으셨거니와 그 곳에는 아낙 사람이 있고 그 성읍들은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내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하니(수 14:11-12)”

길장로 부부가 들려준 순종의 이야기는 70이 넘었지만 언제나 청년의 마음을 갖고 있는 갈렙의 인생을 연상시켰다. 나이 60이 넘어 주님의 부름을 받고 선교사로 헌신하여 이달 28일 캄보디아로 출국을 앞두고 있는 이들 부부를 만났다.

–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어떻게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셨어요?

박정희(이하 박): “교회에서 함께 섬기던 한 장로님이 예전에 네팔 선교사로 떠나시면서 이런 고백을 하셨어요. 자신들을 위해 25년, 자녀를 위해 25년 살았으니 이제 남은 인생을 주님께 드린다고요. 그때 그분의 고백이 마음에 남았어요. 마흔 살 무렵에 그 고백을 들으며 우리의 남은 인생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잠깐의 기도였지만 아마도 하나님이 그때의 간구를 들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 저의 그 기도가 제 삶에 실제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죠. 하나님이 남편에게도 동일한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하고 기다려야 했거든요.”

– 장로님은 어떻게 주님의 마음을 받게 되셨나요?

길기헌(이하 길): “하나님이 저를 부르시려고 그러셨는지 교사 안식년 제도가 2011년도에 생기게 되었어요. 제가 3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그런 제도는 처음이었죠. 그 때 총체적 복음 앞에 서게 됐어요. 복음에 대한 강의를 듣고 그것이 나에게 실제가 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어요. 그때 십자가로 말미암아 저의 죄 된 존재가 죽었고 이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리고 내가 선교적 존재라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그것이 어떤 삶인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선교관학교 훈련을 받게 됐어요. 그리고 마케도니아로 아웃리치를 떠나게 됐는데 그곳에서 주님이 저를 선교사로 불러주셨어요. 언제든 순종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작년 처제 부부가 있는 캄보디아를 방문하게 되면서 주님이 부르신 땅이 이곳이라고 확증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죠.”

복음으로 깨닫고 선교사 헌신

– 캄보디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역을 하시게 되나요?

길: “적정기술연구소에서 사역할 예정이에요. 현지인들에게 적정기술을 가르치고 자국민 안에서 기술이 전수되고 배양되어 최종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역이에요. 무엇보다 이 사역을 계기로 우리가 복음의 통로로 쓰임받기를 소망하고 있어요.”

박: “또 한 가지 계획이 더 있는데요. 그것은 저희가 그곳에서 열방기도센터가 되는 거예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센터 내 작은 골방에서 기도하는게 전부지만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그 날을 준비하는 기도자로 그곳에 있고 싶어요. 저의 이런 얘기를 주위 사람들이 듣더니 허무맹랑하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한국에서 기도하지 왜 거기까지 가서 기도하냐구요. 그러나 제가 아는 확실한 한 가지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기도만 해도 주님은 충분히 나를 통해 당신의 일을 이루신다는 거예요. 제가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사람들은 끝까지 뭐하려고 그렇게 고생하면서까지 더운 나라에 가서 기도하냐고 얘기해요.(웃음)”

– 그동안 주위에서 적잖은 반대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박: “반대라기보다 저희를 사랑해서 걱정해주시는 거죠. 그러나 그 시간을 보내면서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많은 은혜를 깨닫게 하셨어요. 사실 선교사로 부름을 받았을 때 저희 남편 정년이 3년 정도 남아있었어요. 그러나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더 이상 순종을 유보할 순 없었죠.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었던 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바로 승인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거부당한거예요.”

길: “그건 저를 향한 하나님의 선한 손길이었어요. 제가 명퇴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다시 캄보디아를 방문하게 됐어요. 마음을 정하고 나서 주님이 부르신 땅을 정탐하기로 한 것이죠. 그런데 기도 중 그곳에서 명퇴 승인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을 주시더군요. 공직생활 33년, 가장 유력한 조건을 갖춘 제가 명퇴가 안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한 일이었어요.

그러나 주님이 거듭 마음에 부담을 주시길래 ‘주님, 제가 혹시 명퇴가 안되더라도 이곳에 반드시 오겠습니다.’라는 고백을 하게 됐죠.

저의 마음을 받으신 주님이 저의 고백이 실제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어요. 한국으로부터 명퇴가 거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여보, 주님이 우리의 믿음을 기다리고 계셔. 우리 믿음으로 결단하여 부르신 길에 순종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감사하게도 아내 역시 이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이더군요.”

“명퇴와 관계없이 오겠습니다”

박: “저는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남편이 한 걸음씩 주님께 순종할 수 있게 하시고 이런 아름다운 고백을 하게 하셨다는 것이 큰 감동이었어요. 그런데 주변의 반응은 우리의 마음과는 달랐어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퇴 재신청을 하게 되는데요, 주변 사람들도 당연히 우리가 그렇게 할 줄 알았던 거죠.

그러나 저희는 의원면직을 요청했어요. 쉽게 말해서 명예퇴직금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거예요. 주변에서 많이 놀라더군요. 조금만 기다렸다가 우아하게 명퇴하지 왜 그렇게 무모한 결정을 했냐고요. 하지만 주님 앞에 순종하는 걸음이 꼭 명예로울 필요는 없잖아요. 하나님이 이 일을 통해서 우리를 무릎 꿇게 하셨다면 그것이 더 값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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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 분들이 더 놀라셨겠네요.

박: “사실 저희도 얼마 되지는 않지만 퇴직금 재정을 통해 여전히 재정에 매여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결단하게 됐어요.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확인시키시고 오직 주님이 전부라는 고백을 받아내셨죠. 그러나 주님은 저희가 이렇게 연약할지라도 우리의 순종을 기쁘게 사용하셨어요. 우리의 이런 모습이 동료 교사들에게 도전이 되게 하셨어요.

‘이 사람들은 하나님을 진짜 믿는 사람들이구나,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이런 거구나.’ 남편이 퇴임식 하던 날 교사들 중 몇몇이 자기 아이들 옷을 전달해주었어요. 선교지에 가져가라면서요. 하나님이 그분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시고 하나님 나라 일에 동참케 하시는 주의 은혜에 감사했어요.”

– 출정을 앞 둔 지금 심정을 말씀해주세요.

길: “많은 사람들은 은퇴 후에 남은 노년의 시간을 편하게 쉬면서 인생을 즐기기 원하죠. 주위에서 끊임없이 권면하는 내용도 바로 그런 것들이예요. 그러나 하나님이 지금까지 저의 삶을 인도해주시면서 베푸신 은혜를 그 무엇으로 다 갚을 수 있겠어요.

지금이라도 삶으로 제물 삼고 싶을 뿐이에요. 그동안 교회에서 많은 봉사를 해왔어요. 그러나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긴다는 말은 저에게 그저 찬송가 가사일 뿐이었어요. 단 한 번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적이 없었죠. 언제나 저의 만족을 위해 저를 기쁘게 하는 삶을 살았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주님의 기쁨이 되고 싶어요”

“주님의 기쁨이 되고 싶어요”

박: “사람들은 그 나이에 선교지 나가서 뭐할 거냐고 물어요. 사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언어도 못하죠. 하나님께 드릴 것이라고는 나이 먹고 늙어서 힘도 없는 나 자신뿐이에요. 주님께 죄송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저를 마태복음에 나오는 십일시 품꾼과 같이 부르셨어요. 그는 마지막 품꾼이었죠. 주님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그에게 남들과 똑같은 보상을 해주세요. 아마 그 품꾼은 품삯이 아니라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 거예요.”

“주님과 함께 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지금 제 마음이 그래요. 저는 그 품꾼의 심정이 이해가 되요. 저를 이제라도 불러주신 주님께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주님은 천년을 하루 같이 생각하시는 분인데 제 나이가 80인들 주님께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또 선교지 나가서 단 하루만 산다한들 주님이 기쁘게 받으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몇 년 동안 얼마만큼 무엇을 이루었는가 보다 주님이 저를 기쁘게 받으시는지에 대한 여부가 저에겐 중요해요. 그래서 앞으로 허락된 시간동안 주님과 함께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마지막으로 기도 제목을 나눠주세요.

박: “하나님이 캄보디아로 저희를 부르시면서 약속의 말씀을 주셨어요.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일에 대하여 자랑하는 것이 있거니와 그리스도께서 이방인들을 순종하게 하기 위하여 나를 통하여 역사하신 것 외에는 내가 감히 말하지 아니하노라(롬 15:17-18)”

아무 능력 없는 우리를 십자가로 말미암아 능력되신 주님을 증거하는 자로 부르셨는데 우리는 잡아먹히고 그 땅의 영혼들이 생명으로 살게 되는 십자가의 영광을 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선교가 곧 기도임을 알고 기도의 자리에서 다시 오실 주님의 영광을 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GNPNEWS]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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