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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개척자의 삶을 살다 순교하신 아버지… 어머니도 그 길을 선택했습니다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내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나의 믿음의 수준이 너무 얕았기 때문이다. 그녀 가족의 삶의 여정은 사도행전의 사건들이 마치 오늘 벌어지는 느낌이다. 세상의 방식과 너무나 다른 믿음의 방식으로 살아온 흔적들이 이어졌다. 비극과 슬픔의 자리를 넘어 소망과 생명의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아무’라는 학생 가족 이야기이다.

아무는 지난 4월 방학 때 어머니가 목회자로 있는 티써래로 갔다. 지난 6월 2일에 버마군과 카렌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가 있는 지역이었다. 걱정이 되어 연락을 하였는데 며칠 동안 답이 없었다. 얼마 전에 무사하다는 연락이 왔고 학교로 돌아왔다. 어떻게 지냈는지 식구들은 괜찮은지 궁금하여 만났다. 전투 경고 소식을 듣자 마을 주민들은 밀림으로 갔다. 이틀밤을 그곳에서 지낸 후 조금 안정이 되어 마을로 돌아왔다. 대부분의 노약자와 여성들은 태국으로 피신하였다. 남은 사람들은 집 밑에 땅을 파서 굴을 만들었다. 밤에는 그곳에서 잔다. 전쟁은 민간인들을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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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필자

그러다가 한 가지 사건을 특별한 사건을 나누면서 대화는 급 반전되었다. 아버지에 관한 것이었다.

“저의 아버지는 순교하셨습니다.”

이후 대화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이후 어머니의 결단과 헌신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전투로 인하여 밀림에서 며칠 동안 지낸 것은 그 가족에게 큰 일이 아니었다. 훨씬 더 큰 고통과 아픔의 시간들이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었다.

2008년 5월 15일, 그녀가 6살 때 아버지는 주님 품으로 갔다. 아버지의 죽음은 전도와 관련이 있었다. 순교하신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도자 학교에서 만나서 결혼하였다. 1996년 당시 어머니는 27살, 아버지는 28살이었다. 그리고 개척자로 파송을 받아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인 ‘워래’에서 사역을 시작하였다. 부모님의 고향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그 지역에는 기독교인이 거의 없었다. 불교 세력이 오래 전부터 강한 지역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개척자로서 주위 6개 마을에서 전도했다.

파안 지방회에서 파송을 받았지만 후원을 하지는 않았다. 자비량 개척자였다. 아버지는 티써래라는 동네에 땅을 개간하여 밭을 일구고 옥수수를 심었다.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아주고 사례비를 받았다. 그 지역에 연고가 없었기에 아버지 혼자서 시작했다. 초대교회 전도인의 모습이다. 신혼이지만 따로 살았다. 신혼의 개척자는 포기와 희생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더 큰 희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각 마을을 다니면서 전도하였다. 당시에는 대부분 길이 없었기에 며칠씩 혼자 걸어 다녔다.

그렇게 많이 혼자 전도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 지역은 세 그룹의 군인들이 있었다. 버마군, 카렌민족해방군(KNLA), 카렌불교군(DKBA)이다. 오랫동안 카렌군이 지배하다가 힘이 약해져서 버마군이 들어왔다. 카렌군이 분열되어 카렌불교군이 따로 생겼다. 국경과 접한 크지 않은 지역이지만 정치, 군사적 긴장이 팽팽한 곳이었다.

카렌민족 해방군에서 아버지를 오해했다. 며칠씩 걸어 다니면서 전도하는 아버지가 이상한 것이었다. 버마군 첩자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 지역의 카렌민족해방군 책임자가 명령을 내려 그의 부하가 아버지를 죽였다. 그의 나이 40세인 2008년 5월 15일이었다. 애석한 죽음이었다. 39살의 어머니는 과부가 되어 8세, 6세 2세 아이를 책임져야 했다. 아이들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처음 두 달 동안 밤에 혼자 자주 우셨습니다.”

보상은 커녕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 세상에서 볼 때 허망하고 무의미한 죽음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개척자인 아버지의 길을 대신 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보던 교회를 돌보기 시작하였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어머니의 신변은 보장받지 못했다. 잘못하면 아버지처럼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었다. 어머니는 죽더라도 개척자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복음을 위해 목숨도 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주위 카렌군에 찾아가서 설명을 하였다. 군인 측에서 다행히 이해하고 다니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군인들이 허락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과부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주민들은 대부분 불교도였다. 재정적인 후원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교회는 처음 두 가정의 교인이 있을 뿐이다. 교회가 약하여 교회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을 오히려 도와야 했다. 본인이 직접 생활비, 사역비를 감당해야 했다. 아버지가 일군 옥수수 농사를 지었다.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면 세금을 네 군데 내야 했다. 버마군, 카렌민족해방군, 카렌불교군 그리고 태국상인에게 팔 때 세금이다. 태국의 농부들은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될 세금들이다. 삶이 쉽지 않았다. 주사를 놓고 약을 팔아서 일부 수입을 보충했다. 그리고 어린 세 아이를 돌보아야 했다. 한 여성의 무모한 여정이었다. 주위에 위험과 위협은 너무 분명한데 의지할 곳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위태위태한 자리였다. 내가 옆에 있으면 말렸을 것이다.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전혀 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의 방법은 신기하다. 지난 14년의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누룩처럼 퍼졌다. 2가정이었던 교회는 현재 15가정이 되었다. 세례교인이 30명이 넘어섰고 작년에 조직교회가 되었다. 기숙사에는 200여 명의 학생들이 있다. 컴패션과 협력한 학교사역은 확장되었다. 주일에는 아이들만 수백 명이 나온다. 가난한 교인들이지만 10여 년동안 준비하여 스스로 멋진 교회당을 건축하였다. 예배는 정치적 긴장과 전쟁의 상황 중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곳의 정치와 사회는 여전히 불안하다. 남편은 아무런 죄도 없이 전도하다가 살해당했다. 남편의 황망한 죽음으로 하나님을 원망할만 한데 그녀는 원망되신 소명의 길을 갔다. 원망과 슬픔과 황망함을 넘어선 하나님 나라의 소망과 기대이다. 죽음의 현장 속에서도 생명의 능력이 피어났다. 원망과 한탄과 포기할 상황에서도 하늘의 소망을 고백하고 있다. 쓴 뿌리가 깊이 도사릴 자리가 화해와 하늘의 소망으로 승화되었다. 그 과정은 조용하였다. 특별하지 않았다. 버마군은 여전히 있다. 분열된 카렌군도 여전하다. 긴장이 흐른다. 주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성도들은 여전히 소수이다. 그렇지만 복음의 능력이 누룩처럼 번진 것이다.

그 가족은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유명하거나 힘 있는 자리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 알아주지 않은 험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세상과 전혀 다른 길을 담담히 걸어가고 있다. 히브리 기자는 그런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히 11:38)’. 죽음도, 슬픔도, 가난도, 외로움도, 정치적 혼란도, 지역에서의 무시도 그들을 막지 못하였다. 그들은 세상이 감당 못하는 믿음으로 살아왔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눈물이 흐른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희생이 너무 고결하기 때문이다. 과부로서 걸어온 삶의 자리가 너무 무거운데 잘 감당해냈다. 하나님의 방법은 세상과 다름을 다시 고백한다. 그녀의 믿음의 여정으로 본 나의 믿음은 너무 얕고 가볍지 않은가? 내가 그녀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저 수고하셨고 고맙다는 이야기만 맴돌 것 같다. 질고를 알고 멸시를 당하신 메시야이기에 평화와 회복을 주신 예수님의 임재를 그 가족을 통하여 본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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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출처를 기재하고 사용하세요.> 제보 및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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