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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칼럼] 종로 좁은 방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 쪽방 앞에서 만난 노숙인을 위해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자. 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처음 프레이포유를 알게 되고 아무 연락도 없이 무작정 사역지를 찾아가서 프레이포유 사역팀을 만난 것은 1월 11일이었습니다.

매우 추운 날씨였고 발도 엄청 시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을 밖에서 사역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정말 감탄을 했습니다. ​그때 처음 김선종 목사님이 계신 탑골공원 팀을 따라갔습니다. 목사님과 다른 사역자님들이 노숙자들을 기도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첫 날이라 어리버리하기도 했고, 발도 너무 시려워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 주 월요일도 역시 탑골공원 팀을 따라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종로 쪽방으로 알려진 좁은 방을 향했습니다. 종로에 그렇게 많은 좁은 방이 있는 것에 너무 놀랐습니다. 번화가 바로 뒤에 빈민촌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곳에는 아주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미 서로 잘 알고 계신지라 사역팀들이 가면 아는 척을 하시고 반갑게 인사도 하십니다. 사역팀들은 플라스틱 카트에 김밥이 든 간식을 담아서 운반합니다. 그 카트 소리가 나면 좁은 방에 계신 분들이 소리를 듣고 나오십니다. 인사도 하고 김밥도 받고 기도도 잘 받으십니다. 모든 사역자들이 김밥을 들고 각자 종로 좁은 방으로 들어갔을 때 저는 마지막으로 남은 김밥 한 개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아주머니께서 나오셔서 저에게 정말 불쌍한 분이 있다고 저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셨어요. 문 입구에 있는 방이었는데 방문을 여니까 딱 한 사람이 누울만한 공간에 어느 남자분이 누워계셨습니다. 제가 문을 여니까 그 분이 누웠다가 일어나셨습니다. 그렇게 좁은 방인 것도, 방이 추운 것도 놀랐지만, 저는 그 분을 보고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손가락이 잘려 있었고 손등은 짓물러서 진물이 나고 있었습니다.

“김밥 하나 드릴까요?”
고개만 끄덕끄덕였습니다.
“기도해 드릴까요?”
역시 고개만 끄덕끄덕였습니다.

열심히 기도한 것 같은데 무슨 기도를 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나오는 길에 나를 안내했던 그 아주머니께서 “저 분은 못 들어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입구에 있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카트 소리에 나오지 않으셨던 거군요. 대부분 좁은 방 계신 분들은 카트 소리를 듣고 나오시는데요. 그냥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더욱 막막했습니다. 사역이 끝나고 마무리 기도도 잘 하고 헤어졌습니다. 오후에 있는 저의 개인적인 스케줄도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늦게 갔습니다. 마음이 먹먹한 채로요.

집에서 남은 업무 처리를 하고 있는데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눈물은 회개할 때 나는 “꺼이꺼이” 눈물도 아니고 슬플 때 나는 “흑흑” 눈물도 아니었습니다. 멀쩡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멀쩡하게 얘기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같은 눈물이 한 없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뒤에 있었던 가족도 제가 울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어깨가 들썩거리거나 말소리가 다르거나 울음 소리가 난다거나 하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런 눈물이었습니다. 가슴 한 가운데에 먹먹함이 가득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에 막막함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눈물은 끝도 없이 나왔습니다. 울 때 온몸이 긴장상태가 되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몸이 긴장을 해서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저 이제 눈물 좀 멈춰주세요. 몸이 너무 힘들어요.” 기도를 마치고 조금 있다가 눈물이 멈췄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손은식 목사님께 전화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은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제 얘기를 들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사역은 노숙자들에게 간식을 드리는 것이지만, 실은 거리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이 사역의 본질입니다.”

저는 100% 공감했습니다. 저는 그날 예수님을 만난 것입니다! 그 좁은 방 그 손이 잘린 그분 옆에 예수님이 계셨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나고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 25:40)

정말로 예수님은 가장 어렵고 힘든 분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에게 한 것을 예수님께 한 것으로 기억해주셨습니다. 그때 흘린 눈물은 주님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영이 주님을 직접 만나서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그날, 예수님을 만난 이후 저의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저의 가치관이 바뀌었고, 물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저의 미래에 대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예수님이 거기에 계신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집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프레이포유에 보내신 분도 예수님이고 저에게 프레이포유 사역을 하도록 이끄신 분도 예수님이십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저를 만나주셨습니다. 2020년 마지막 날, 한 해를 회고하면서 2021년은 ‘예수님과 동행’을 목표로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예수님과 동행하겠다고 기도하고 결심했더니 예수님은 저를 프레이포유로 이끄셨습니다.

프레이포유 사역은 노숙자들을 돕는 사역이지만 실은 그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을 만나는 귀한 기회입니다. 그렇기에 이 사역이 어느 무엇보다도 더욱 귀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길에 계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에스더>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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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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